프로그램은 어떻게 진행했나?
2013년 5월 부산뇌교육협회, 부산금정구청, 금정경찰서가 ‘학교 폭력 없는 금정구를 만들자’라는 공동의 목적 아래 업무 협약을 체결한 후 금정구 관내의 한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파워브레인 스쿨’을 운영했다. 반나절에서 하루 정도의 캠프로 현재 6기까지 진행했다.
학생들이 하루 만에 바뀔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가능하다. 지속적이고 장기화되면 최고겠지만, 학생들은 반나절의 시간 동안 조금이나마 자신의 가치를 본 것이다. 파워브레인 스쿨은 나도 세상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일깨워준다.
인문계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박모 군은 어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 누나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학교에서 장애가 있는 친구를 심하게 괴롭혀 ‘청소년 학교폭력 신고전화 117’을 통해 신고가 접수됐다. 박모 군은 아버지를 ‘×××’라고 부를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파워브레인 스쿨에 참여한 박모 군은 한 자세로 30분 이상 버티는 ‘자기 한계 도전하기’를 하며 크게 변화했다. 그동안 위축되고 자신감 없던 모습을 버리고, 이제는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경찰관이 되겠다고 말한다. 지금은 나와 문자 메시지로 안부를 주고받을 만큼 성격이 밝아졌다.
파워브레인 스쿨은 협동놀이를 통한 ‘마음 열기’, 명상을 통한 ‘자기 돌아보기’, 한계 도전을 통한 ‘자신감 키우기’, ‘비전 세우기’의 4가지 주제로 구성돼 있다. 자존감이 낮아 소극적이고 부정적인 마인드가 강한 부적응 학생들이 자신을 소중히 여기게 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게 되며,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는 소통·공감 능력을 키워준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
무엇보다 부족한 인력이 문제다. 금정구 관내에 특수학교를 포함해 51개의 초·중·고등학교가 있는데, 해당 경찰서에서 예방 및 교육을 주업무로 학교를 전담하는 경찰관은 단 두 명이다. 두 명의 경찰이 각각 25개 학교를 담당하고 있다 보니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상당히 크다. 그러나 가지고 있는 것에서 최대의 결과를 창출해야 했다. 6기까지 진행하는 동안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고, 또한 아이들을 통해 나 역시 많은 것을 배웠다.
문제 학생 한 명을 위해 전 학년에 파워브레인 스쿨을 적용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번 사례를 통해 선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일반 성인 범죄와 달리 청소년 범죄의 경우 처벌이 아니라 청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도모하는 것이 소년법 제1조의 목적이다. 선도라는 것이 문제 학생을 가려 뽑아 교육해 다시 돌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소속된 집단에서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장에서 직접 체감하는 학교 폭력은 다를 것 같다.
어떤 사회든, 누구에게나 갈등이 일어나게 마련이다. 아이들 대부분은 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라 자기들 방식대로 해결하려다 보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 자체가 아이들이 너무 힘들도록 만들어 놓았고,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다. 현장에서 보는 학교 폭력은 심각하다기보다는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 우리나라 청소년 정신 건강이 심각한 수준이다.
중심 철학의 부재가 원인이라 생각한다. 흔들릴 때 잡아줄 수 있는 중심 가치, 철학이 없으니 어른들의 잘못을 흉내 내고 그대로 답습한다.
처음 학교전담경찰관 제도가 도입됐을 때만 하더라도 학교에 경찰이 들어온다는 것에 대해 일부 교육 관계자들이 이를 교권의 ‘학생 지도’ 영역을 침범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등 부정적 시각이 컸다.
경찰의 이미지가 검거, 처벌에 맞춰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공권력이 교권을 침입해 힘으로 학교 폭력을 해결한다는 오해가 있었다. 학교 폭력은 우리 사회 공동의 숙제고, 같이 풀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처음엔 반발이 심했다. “순찰만 돌아라. 교실 안에 들어오지 마라” 등, 하지만 지금은 어디에서든 환영한다. 학생들 또한 경찰관 선생님이라 부르며 너무 좋아한다.
학교 교육에서 뇌교육의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뇌교육은 내가 누구인지 알고, 나의 가치, 존재 이유, 정체성을 알게 해준다. 내가 가치 있고 소중한 만큼 친구도 소중하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이다. 진행하면서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지속해서 뇌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간적·제도적 여유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학교 현장에서 더 많은 아이들이 뇌교육의 혜택을 누려 자신의 가치를 알고, 그 가치를 세상에 실현할 수 있었으면 한다.
학교전담경찰관으로서의 사명감도 클 것 같다.
지난 2000년 경찰이 된 후 금융 사기 등 돈과 관련된 부서에서 주로 근무했다. 범죄를 수사하고 죗값을 치르는 것도 필요하지만, 아이들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나름 치열한 경쟁을 거쳐 학교전담경찰관으로 오게 되었다.
박 경사는 현재 9세, 6세, 2세 3명의 자녀를 둔 학부모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그에게 학교 폭력은 단순히 ‘업무’가 아닌 ‘우리 가족의 일’이기에 그 누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아이를 험악한 곳에 보내고 싶지 않은 것이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대한민국이 보다 건강하고 밝아졌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글·전은애 기자 hspmaker@gmail.com | 사진·이효선 기자
자료 제공·청소년멘탈헬스인성교육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