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요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요

* 뇌교육 Q & A

브레인 23호
2010년 12월 22일 (수)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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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초등학교 1학년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아이의 자율성을 길러주고 싶어서 아이를 최대한 배려하면서 키웠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오히려 자기 멋대로만 하려고 하고, 통 제 말을 듣지 않네요. 아이가 바른 태도를 익히도록 혼낼 때는 분명하게 혼내고, 풀어줄 때는 확실하게 풀어주는 엄마의 권위를 갖추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A.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아이의 뇌는 매우 불안정한 양상을 띱니다. 아이의 뇌가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무의식적인 심리 조건이 필요합니다. 하나는 ‘나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있어’, ‘내가 요구하면 언제든지 엄마 아빠가 날 도와줄 거야’, ‘이 세상은 믿을 만한 곳이야’ 하는 믿음, 즉 신뢰감입니다.

세상에 대한 신뢰감이 있어야 아이는 자신이 ‘받아들여지는 존재’라고 생각하고 편안한 정서 상태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자신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존재’라고 느낄 때 가장 불안해하기 때문에 자신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부모로부터의 사인은 아이의 심리 형성에 가장 중요한 조건입니다.

또 다른 심리 조건은 자신에 대한 신뢰감이라고 할 수 있는 ‘자율성’입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율성의 중요성을 잘 알면서도 자칫 잘못된 방향으로 양육하다 보면 말 안 듣는 아이로 키우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말을 안 듣고 반항하는 아이는 위 두 가지 심리 조건을 형성하지 못했거나, 부모의 일관성 없는 양육 태도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과 자신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려면

1. 아이와 놀면서 정서적 유대감 키우기

아이가 부모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거나, 나약하고 믿을 수 없다고 인식한다면 당분간은 아이가 말을 듣지 않아도 혼내던 것을 일단 멈추는 것이 좋습니다. 정 혼낼 일이 있다면 평소 하던 것보다 혼내는 강도를 낮추고 간단히 끝내도록 합니다.

대신 아이와 함께 노는 시간을 늘립니다. 아이가 부모와 잘 소통하려면 엄마 아빠를 정서적으로 가까운 사람으로 느껴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함께 재미있게 노는 것입니다. 놀다 보면 많이 웃게 되고, 웃음은 뇌를 긍정적인 상태로 바꾸는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웃음은 뇌에서 통증을 줄이는 신경전달물질을 증가시켜 신체적 또는 정신적 고통뿐만 아니라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아이와 함께 노는 동안 늘 야단맞으며 얼어 있던 아이의 마음이 풀리고, 부모와 정서적 유대감도 차츰 커집니다. 아이의 기분이 좋아지면 부모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집니다.


2. 양육 태도의 일관성 유지하기

부모의 기분에 따라 아이를 혼내는 정도가 달라지면 아이는 부모의 눈치만 살피게 됩니다. 아이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힘이 얼마나 센지 끊임없이 시험하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아이는 어떤 것은 되고 어떤 것은 안 되는지를 차츰 알아가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흔히 부모와 아이 사이에 갈등이 발생합니다.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부모가 아이에게 일관성 있는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기준을 부모가 먼저 명확히 해야 하고, 이 기준에 따라 ‘단호한 엄격함’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가 자신에 대한 통제 능력을 기를 수 있습니다.

아이가 부모의 말을 듣지 않을 때는 먼저 아이의 욕구가 무엇인지 살피고(“지금 사탕을 먹고 싶구나!”), 아이가 이해할 수 있도록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합니다(“그런데 지금 사탕을 먹으면 밥맛이 없어져서 밥을 먹지 못할 텐데”).

그런 다음 대안을 제시하여 아이가 선택하도록 유도합니다(“사탕은 밥 먹은 후에 먹기로 하자”). 만약 충분히 설명해도 아이가 떼를 쓴다면 단호한 태도를 취해서 아이에게 적절한 좌절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안 돼. 지금 사탕을 먹을 수는 없어”).

이런 단호하면서 엄격한 부모의 태도는 아이가 자신의 욕구를 스스로 지연시키고 조절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만약 부모가 ‘아이의 욕구가 좌절되면 아이가 상처받을지도 몰라’라는 생각으로 아이의 욕구를 계속 충족시켜준다면 오히려 아이의 성장이 지연돼 미성숙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게 됩니다.

단호한 엄격함을 유지하면서도 아이가 부모의 말에 잘 따랐을 때는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처음에는 아이와 힘 겨루기 과정이 쉽지 않겠지만, 아이를 감정적으로 거절하지 않으면서도 아이와 함께 규칙을 정하고 이를 실행해간다면 분명 아이의 태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글·오미경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일러스트레이션·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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