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보다 성장을 위한 뇌교육

성공보다 성장을 위한 뇌교육

뇌교육 이슈

브레인 5호
2011년 03월 17일 (목)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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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활동은 뇌에서 시작된다. 그래서 넓게 보자면 인간의 생활 전반에 뇌교육 아닌 것이 없다. 뇌교육의 창시자인 이승헌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총장은 ‘개인적 차원에서의 뇌교육은 뇌가 가진 최고의 가치인 창조성을 실현하는 것이고, 전체적인 차원에서는 인류평화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뇌교육은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방식에 맞춰 뇌의 잠재력을 개발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교육이며 의식을 높이는 평화교육이다. 경쟁과 성공에만 집중된 교육 현장에서 이러한 가치들은 어떻게 실현될까? 뇌교육을 적용해 학기 초 꼴찌반을 학년 말 최우수반으로 만든 인천 주안초등학교 강완모 교사를 찾아가 뇌교육의 가치들을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하는지 들었다.

놀지 못하는 뇌가 문제를 일으킨다

요즘 초등학교 운동장엔 아이들이 없다. 대도시 아이들의 경우 학원을 평균 3, 4개씩 다니느라 놀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중·고등학생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밤늦게까지 학교와 학원에 매여 있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는 아이들, 감정을 스스로 억제하지 못하는 아이들, 인내심이나 끈기가 부족한 아이들, 덩치만 커지고 체력은 형편없는 아이들, 계산에만 밝고 정서적으로는 메마른 아이들. 방송과 뉴스 등에서 다뤄지는 요즘 아이들의 상황을 보면 깜짝깜짝 놀라거나 혀를 끌끌 차게 된다.

인천 주안초등학교 강완모 교사는 이런 문제들의 원인이 제일 먼저 아이들이 잘 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성장기 아이들은 함께 어울리면서 인내하는 것도 배우고, 양보하는 것도 배우지만 혼자만 있다 보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지나친 조기교육과 계산적이고 부분만을 강조하는 좌뇌 위주의 교육 또한 문제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조기교육과 학원교육은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교육입니다. 조기 컴퓨터교육도 문제죠. 자동적으로 좌뇌만 발달시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의 뇌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어떤 정보일까요? 아이들에게 옆의 동료는 내가 짚고 올라가야 할 대상에 지나지 않습니다. 자연히 눈앞의 이해만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의식을 높이면 문제는 저절로 해결

강 교사는 아이들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의식을 높이는 과정을 통해 자연히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상황이나 감정을 바라보고, 대처하는 의식이 올라가면 개인의 문제도 해결되고 따라오지 못하는 아이들을 배려하는 마음까지도 생긴다는 것이다.

그는 작년 11월 아이들과 함께 연극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그런데 두 달 전 전학 온 한 아이가 보이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을 찾아다녔다. 계속 그렇게 찾아다닐 수는 없어서 아이들에게 먼저 밥을 먹고 있으라고 말한 뒤 반장과 함께 다시 아이를 찾아 나섰는데, 한참을 찾다 돌아와 보니 아이들은 밥도 먹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걱정되어 자신들만 먹을 수 없었다’, ‘먼저 먹기 미안했다’는 것이다. 강 교사는 이렇게 마음이 따뜻하고 양심이 살아 있는 상태, 즉 스스로 의식이 높아진 상태로 만드는 것이 뇌교육의 가치라고 말한다.

뇌교육이 기존의 도덕교육과 다른 점은 단순히 어떠해야 한다는 지식의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느끼고 실천하게 한다는 점이다. 강 교사의 반에서는 조, 분단, 반에 대한 상을 개인상보다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한다. 개인에게 주는 상도 성취 그 자체에 대해서가 아니라 최선을 다한 경우, 이전의 한계를 넘은 것에 대한 보상이다. 그에 대한 과제를 주기도 한다.

예를 들면 한 사람도 빠지지 않고 체육복을 준비해서 단체상에 도전한 적이 있는데, 아이들은 공동의 목표를 위해 서로서로 전화하고 챙겨서 결국 성공했다. 처음으로 단체상을 받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함께 이뤘다는 성취감으로 무척이나 기뻐했다고 한다. 이 한 번의 성취와 기쁨은 아이들의 의식을 높이는 큰 계기가 되었다. 자제력과 전체에 공헌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스스로 두뇌의 정보를 바꾸는 것이 의식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의 반 아이들은 체험을 통해 그것을 터득해가고 있다고.

즐거움이 정서를 가장 잘 바꾼다

아이들의 두뇌 정보를 바꾸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는 바로 감정이다. 최근의 감정 연구는 감정이 판단 능력과 학습 능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뇌 우호적 환경은 정서의 안정이 기초적으로 이루어져야 가능하다. 학습태도 역시 교실의 정서적 분위기에 의해 좌우된다. 서로를 진심으로 인정하고 적극성을 발휘하게 만드는 교실에서 학습은 가장 잘 이루어진다.

강 교사는 서로를 진심으로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는 ‘칭찬하기’, ‘안아주기’가 큰 효과가 있지만, 무엇보다 항상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아이들의 정서를 가장 확실하게 바꾼다고 한다. 그의 반에서는 토요일마다 라면을 함께 끓여 먹는다거나 300원 한도로 바자회 등을 연다. 그 자체로 게임처럼 즐거운 활동이지만 스스로 준비하고 봉사하며 친구들과 협의하고 약속을 지키는 것과 같은 교육적인 지도도 함께 이루어진다. 뇌교육과 관련된 게임을 할 때는 적극적이면서도 너그러운 마음, 자연스러운 친밀감과 일치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이러한 활동과 함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도 중요하다. 에너지 집중명상은 부정적인 감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자기자신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 강 교사의 반은 시험 보기 일주일 전부터는 특별한 명상을 한다. “여러분들, 자신이 이번 시험에서 성적이 너무 좋아서 펄쩍 뛰는 상상을 하세요. 그다음에는 내 성적표를 보는 부모님과 선생님이 너무 좋아하셔서 나를 안아주는 상상을 하세요.”

이렇게 명상을 할 때 이야기를 해주면 뇌 속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현실에서 이루려고 노력한다. 강 교사는 이러한 명상 후 아이들의 태도가 바뀌어 반 전체가 노력하는 분위기가 되었다고 말한다.


몸을 사용하는 활동이 의식을 바꾼다

강 교사의 수업을 보면 몸을 사용하는 활동도 유난히 많다. 아침마다 5분 뇌체조와 단전치기 300회, 일주일에 15분씩 정지동작으로 버티면서 명상하는 HSPGym 같은 활동 외에도 수시로 몸을 움직이도록 한다. 자기 소개하기나 칭찬하기, 식당 앞에서 패션쇼 하기 같은 활동들도 교사가 먼저 시범을 보인 뒤 온몸을 사용하면서 표현하도록 한다. 아이들은 이렇게 몸을 쓰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고 뿌듯하다’, ‘힘든 것을 이긴 후 자랑스럽다’, ‘에너지가 모아지고 무거웠던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아이들의 느낌처럼 우리의 뇌는 신체와 연결되어 있다. 두뇌의 정보를 바꾸는 뇌교육적 행동수정은 바로 이러한 감정과 신체, 뇌의 상호작용에 기반한 것이다. 모든 활동에서 신체활동은 빠지지 않는데, 이를 통한 내적인 성장은 여타의 전인교육 이론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강 교사의 반에는 유치원 때부터 말썽을 일으켜온 것으로 유명하고 교사들도 아이들도 욕설과 적개심 때문에 극도로 기피하던 학생이 있었다. 강 교사는 그 아이를 몰아붙이기보다는 먼저 안타까움으로 문제를 일으킨 그 아이와 함께 울었다고 한다. 그런 선생님에게 마음을 열고 난 뒤 아이는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게 하고, 구체적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먼저 그 애가 갖고 있는 좋은 점을 이야기해줬어요. ‘너는 숙제를 잘 해오고, 준비물도 잘 챙겨오고, 청소도 빨리 빨리 잘한다. 장점이 굉장히 많다. 네가 가진 문제점은 한 가지일 뿐이고 네 노력으로 고칠 수 있다’고 말해주고 함께 변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나갔죠.”

다음날 아이들에게 과자를 주며 사과하고 변화하겠다는 자기선언을 공개적으로 하게 했다. 그 후에도 문제는 있었지만 그때마다 이야기하고 함께 HSP Gym과 명상을 하면서 몸과 마음을 제대로 쓰게 해주니 아이의 행동도 바뀌어 갔다. 그 아이는 학년이 바뀐 뒤에도 가끔 찾아오는 학생이 되었다고 한다.


HSP Gym


아침마다 진행하는 뇌체조와 단전치기


자기선언


토요일마다 진행하는 재밌는 활동시간


이뇌교육적 행동수정으로 의식을 높인다

처럼 아이들의 자기 극복과 행동수정은 몸을 쓰면서 감정과 정보를 바꾸는 과정을 통해 이루어졌다. 푸시업과 HSP Gym 동작들은 단순히 몸을 단련하고 주의력을 올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내하고 성취하는 기쁨을 느끼고 정신적인 능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우리 조상들이 ‘정精이 충만해야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고 한 것은 지식의 변화가 아니라 사고와 의식이 진정으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몸도 함께 변해야 함을 이야기한 것이다. 뇌과학과 교육이 만나는 곳도 바로 이 지점이다.

몸과 감정의 변화와 함께 끊임없는 의식의 성장 과정 속에서만 아이들은 스스로 공부하고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 타인을 인정하고 시야를 세계로 넓히는 것, 자신의 뇌의 주인이 되는 것은 정서와 대인관계의 문제만이 아니라 교육의 질과 국가경쟁력의 문제다. 한 번의 성공이 아니라 끊임없는 성장을 위한 교육을 실천할 때다.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사진 제공·강완모

행동이 쉽게 바뀌지 않는 뇌과학적 이유

뇌과학자들은 평소의 습관이 잘 바뀌지 않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두뇌가 가장 손쉬운 길, 에너지가 적게 드는 길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행동이 변화한다는 것은 뇌의 회로가 다르게 바뀐다는 것이다.

자신을 합리화하거나 이미 익숙한 방법에 매달리는 것이 자신이 틀렸고 부족했다고 인정하며 두뇌회로를 재구성해 행동을 수정하는 것보다 에너지를 적게 쓸 수 있다. 또한 문제 하나를 푸는 방법을 깊이 고민하는 것보다 답과 해설을 보고 잠시 외웠다 잊어버리는 것이 에너지를 적게 쓰는 것이다.

학습이나 업무수행 등에서의 변화는 감정과 이성, 몸과 마음 전체가 변화하고 각각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두뇌의 모듈들의 상호연결이 바뀌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뇌와 몸과 감정을 함께 보지 못하고 외부로부터의 강제와 지식주입 위주로 이뤄지는 현재의 교육은 두뇌회로의 핵심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힘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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