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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중학교 2학년인 딸은 제가 하는 말에 사사건건 토를 달거나 “엄마가 뭘 알아? 내가 다 알아서 해”라며 무시하려 듭니다. 사춘기라서 그러려니 하지만 아이와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당황스럽습니다.
A. 사춘기 아이와 부모의 동상이몽
아이와 대화하다가 “엄마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라는 아이의 볼멘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아이가 부모를 무시하는 태도는 자신이 부모로부터 이해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나타납니다. “엄마가 뭘 알아?” 하는 아이의 항변 속에는 “엄마, 제발 날 좀 이해해줘.” 하는 말이 숨어 있습니다.
사춘기에는 호르몬의 변화, 인지 기능의 발달, 자아 정체감 형성, 독립심 증가 등의 변화가 나타나면서 부모 자녀 관계에도 변화가 온다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사춘기의 뇌는 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변화함에 따라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가 지속됩니다. 물론 초등학교 때보다 인지 기능이 발달하기는 하지만 아직은 미숙해서 자기중심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특성이 강하게 나타납니다.
이러한 사고 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상상 속의 청중’입니다. 사춘기 아이들은 자신이 주인공이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청중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청소년들이 자의식이 강하고 대중 앞에서 유치한 행동을 하는 것이 모두 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청소년기는 자아 정체감이 형성되는 시기로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며 ‘나는 누구인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합니다. 또한 부모로부터 독립하여 개별성을 갖고 자신만의 세계를 찾고자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한편 부모는 사춘기의 자녀가 이제 다 컸다고 생각하고, 아이에게 예의 바르고 제 할 일을 스스로 하는 어른스러운 태도를 기대합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욕구나 정서에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학교 성적이나 생활 습관 같은 자기 관리 능력을 평가하게 되죠.
아이도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부모의 기대 수준과 요구 수준이 너무 높으면 자기 자신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느껴 정서 상태가 불안해지기 쉽습니다. 부모를 무시하는 태도는 그런 불안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심리적 전략이라고 볼 수 있고요.
사춘기 아이에게는 아직 부모의 세심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어린 아이의 마음이 많이 남아 있는데, 부모는 아이가 다 컸다는 생각에 그 마음을 미처 보살피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날 좀 이해해 주면 안 돼?”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는 아이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지 않은지 돌아보고, 아이가 자신감을 높일 수 있도록 아이를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자세가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사춘기를 겪는 10대들은 흔히 어른들이 보기에 이유 없는 반항을 합니다. 또 부모는 반항 자체가 목적인 듯 거친 태도를 보이는 아이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서 당황합니다.
만약 부모에게는 함부로 굴지만 학교생활에는 별 문제가 없고 또래 친구들과도 원만하게 지내는 편이라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사춘기라서 그러려니’ 하고 그냥 방관해서도 안 됩니다. 아이들이 그런 태도를 보이는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부모와 교사는 그 이유를 살피고 아이의 문제를 도우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는 부모로부터 이해받고 인정받을 때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자신이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느낍니다. 그리고 이런 욕구가 충족되지 않을 때 그 좌절감과 억울한 마음을 공격적으로 드러내게 됩니다.
이유 없는 반항은 없다
아이가 문제 행동을 보일 때 부모가 즉각 화를 내면서 야단치기보다는 아이가 왜 그러는지 깊이 관심을 기울이고 그 관심을 아이에게 표현해 보세요. 아이가 부모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며 반항한다고 해서 부모가 화를 내며 아이를 몰아세우면 아이는 더 심하게 반항하며 말문을 닫아버리고 맙니다.
아이가 짜증을 자주 내고, 얼굴 표정이 어둡고, 잘 웃지 않는다면 ‘사춘기라서 그렇겠지’ 하며 아이의 반응을 무시하지 말고, 아이가 그럴 만한 요인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합니다. 아이의 불안정한 상태에 부모가 관심을 갖고 이를 보살피려는 마음으로 아이에게 말을 건네면 대화의 문이 조금씩 열릴 것입니다.
근본적으로는 사춘기 이전에 형성된 부모 자녀 관계가 가장 큰 문제 요인이자 해결 요인입니다. 사춘기 이전의 아동기에 부모와 아이의 유대가 잘 형성돼 있으면 이후에 생기는 문제들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동기에 부모와 아이가 신뢰 관계를 안정되게 형성하지 못하면 이후의 문제들을 헤쳐 나갈 원동력이 취약해 더욱 힘겨운 상황을 겪을 수 있습니다.
아이와 대화가 쉽지 않더라도 포기하지 마세요. 아이를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계속 다가가세요. 부모가 자신을 이해해준다고 느끼는 아이들은 사춘기라 하더라도 부모의 말에 크게 반항하지 않습니다. 반항적인 태도를 보였다가도 이후에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행동을 고치려고 노력합니다. 사춘기를 잘 지나면 부모 자녀 관계가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글·오미경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교수
일러스트레이션·류주영 ryu.jooy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