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연결지도, 영화 상영하듯 뇌에 빔 프로젝터 쏴서 만든다

뇌 질환․약물중독 치료 기술 개발 등 뇌 기능 연구에 활용 기대.

뇌 기능은 뇌의 각 영역 간의 상호 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따라서 뇌의 각 영역의 연결성(Connectivity)을 이해하는 것은 뇌 기능 연구의 출발점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김성기 단장(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빔 프로젝터로 패턴화한 광유전학 자극으로 살아있는 마우스의 대뇌 피질 활동을 자유롭게 조절하고,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으로 뇌의 전체 영역을 스캔하여 뇌 연결 지도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연구에는 서울대 생명과학부 최명환 교수 연구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 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서울대 공동연구팀(이미지 출처=IBS)

광유전학(Optogenetics)은 글자 그대로 ‘빛(Opto)’과 ‘유전학(Genetics)’을 결합한 것으로, 유전학적 기법을 이용해 특정 세포에 빛을 감지할 수 있는 단백질을 발현시키고 빛을 이용해 세포를 제어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은 특정 영역의 뇌 세포 활동을 조절하여 단일 뇌 영역과 전체 뇌 회로 및 행동 간의 인과적 관계를 연구하는 데 널리 사용된다. fMRI는 뇌 전체의 활성을 스캔하여 광유전학적으로 유발된 특정 뇌 영역의 활동에 의한 뇌 전체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 전체 시스템(이미지 출처=IBS) 시스템은 총 3가지 모듈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는 광학 이미징 모듈로 마우스 뇌 표면으로부터의 광 이미지가 광섬유 번들을 통해 전달되어 카메라로 관측한다(주황색 경로). 두 번째는 패턴화 자극 모듈로 DMD(빔 프로젝터)를 이용하여 특정한 이미지를 만들고, 이 이미지는 광섬유 번들을 통해 마우스의 뇌로 전달된다(파란색 경로). 이 둘은 이색상 거울(dichroic mirror; 대물렌즈 오른쪽에 위치)을 통해 마우스 뇌 까지 같은 경로(path)를 공유한다. 마지막으로 마우스 fMRI 모듈은 마우스를 9.4T(테슬라) MRI안에 고정시키고 광섬유 번들을 통해 들어오는 광 자극을 뇌에 전달하거나, 뇌로부터의 광 이미지를 광섬유 번들로 전달한다.


지금까지 광유전학 fMRI는 침습적 수술로 뇌의 목표 영역에 광섬유를 삽입하고, 이를 통해 빛을 전달하여 자극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뇌에 예기치 않은 손상을 입힐 수 있으며, 하나의 실험 개체에 많은 광섬유를 삽입할 수 없는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수많은 뇌 영역에 대해 연구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많은 수의 실험동물이 필요했다. 또한, 뇌 영역 간 연결성 차이를 연구하기 위해 실험 개체 간 차이를 통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 패턴화된 광유전학(이미지 출처=IBS)(왼쪽) 광학 이미징 모듈에 의해 획득된 뇌의 광 이미지(뇌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방향). 이 이미지를 기준으로 대뇌 피질 영역들의 위치를 보정한다. (중간) 총 56개의 대뇌 피질 영역 중 목표 영역을 설정하고(파란색 영역), DMD로 그에 해당하는 이미지를 생성한다. (오른쪽) 이렇게 생성된 이미지는 광섬유 번들을 통해 뇌로 전달되어 해당 영역에 있는 신경 세포 활동이 활성화 된다. 이로 인해 유발되는 뇌 전체의 변화는 fMRI로 측정된다.

연구진은 기존의 광섬유를 삽입하는 방법 대신 마우스의 대뇌 피질에 직접 빛을 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때, 마우스의 두개골 때문에 빛이 침투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개골을 치과수술용 드릴을 이용해 얇게 갈아내고, 약품을 처리해 뇌가 들여다보이도록 두개골 윈도(Thinned-skull Cranial window)1)를 만들었다.

그리고 고출력 광유전학 자극 레이저를 장착한 빔 프로젝터를 이용해 대뇌 피질 전반에 직접 빛을 쏴 효과적으로 광유전학 자극이 가능하도록 했다.
 
 

▲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이미지 출처=IBS) 이번 연구에서는 총 9개의 영역이 목표로 설정되었다, 이 9개의 영역이 순차적으로 자극되고, 이에 대한 반응은 fMRI로 측정된다.

빔 프로젝터를 통한 광 자극은 기존의 단순한 점의 형태가 아니라, 뇌 표면에 영화를 상영하듯 빛을 쏘는 방식이다. 즉, 뇌의 원하는 영역에 원하는 패턴을 자유자재로 생성할 수 있다.

한 번의 실험으로 하나의 고정된 영역이 아닌 여러 영역에 자유롭게 광 자극을 전달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 통계적인 분석(이미지 출처=IBS) (왼쪽) fMRI로 획득한 기능적 연결 경로(활성지도)는 구조적 연결 경로와 비교분석 되고, 둘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을 발견헸다. (오른쪽) 같은 실험을 마취제의 차이로 나뉘는 두 그룹에서 실행했을 때, 특정 뇌 회로가 연결성의 차이를 보였다. 이로부터 다른 종류의 마취제가 특정 회로에 선택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을 이용해 하나의 마우스 실험개체에서 대뇌 피질 전반에 다양한 뇌 영역들을 순차적으로 자극했다. 그리고 fMRI로 전체 뇌를 스캔하여 얻은 뇌 활성반응에 대한 대량의 데이터를 통해 뇌 영역 간 상호작용의 인과적 관계를 나타내는 유효 연결성(Effective connectivity)2)지도를 완성할 수 있었다.
  

나아가, 동물 연구에 널리 쓰이는 두 종의 마취제인 이소플루레인(Isoflurane)과 케타민-자일라진(Ketamine-Xylazine)으로 마우스를 각각 마취시킨 뒤, 서로 다른 마취 조건 하에서 마우스 뇌의 유효 연결성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이소플루레인이 특정 대뇌 피질의 영역과 중뇌 영역 간의 연결성을 선택적으로 약화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패턴화된 광유전학 자극을 사용한 fMRI가 특정 뇌 상태에 의해 유도된 유효 연결성 변화를 효과적으로 측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마우스 뇌 표면에 비춰진 별모양 광 자극 패턴(이미지 출처=IBS)

이번 연구는 특정 뇌 상태와 연관된 뇌 회로를 추출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으며, 이는 뇌 질환 및 약물 등으로 인한 뇌 기능 저하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 단장은 “이 기술은 살아있는 동물에서, 다양한 대뇌 피질 영역에서 전체 뇌로의 기능적 회로를 매핑하고, 뇌의 상태에 따른 변화를 측정하는 혁신적인 기술”이라며, “뇌 전체의 유효 연결성과 구조적 연결성을 직접 비교해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가 가능해졌다”고 전했다.

또한, “향후 약물이나 질병, 혹은 생리학적 원인으로 변화된 뇌 기능과 특정 뇌 회로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며, “뇌 질환 및 약물 중독의 신경생리학적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성과는 뇌과학 분야 권위지 뉴런(Neuron)에 3월 31일(한국시간) 온라인 게재됐다.

글. 이지은 기자 smile20222@gmail.com | 사진 및 자료출처 = IBS(기초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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