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 김성기 단장(성균관대 글로벌바이오 메디컬공학과 석좌교수) 연구팀은 일시적인 저산소 상태를 유도해 조직과 장기에 공급되는 혈액의 흐름, 즉 혈류를 측정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뇌 혈류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뇌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산소 및 영양분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뇌질환의 바이오마커 역할을 한다. 기존 자기공명영상(MRI),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 컴퓨터단층촬영(CT)과 같은 혈류 측정 방법은 방사성 화합물, 조영제 등 외인성 추적자가 필요하다. 하지만 방사선 노출이나 조영제 허용치 등의 한계로 인해 반복적인 촬영이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서는 체내 존재하는 디옥시헤모글로빈(deoxyhemoglobin; dHb) 헤모글로빈은 적혈구에서 철을 포함하는 붉은 색 단백질로, 혈류를 통해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헤모글로빈에 산소가 결합하면 옥시헤모글로빈(oxyhemoglobin)이며, 산소와 결합하지 않는 헤모글로빈은 디옥시헤모글로빈(deoxyhemoglobin)이다.
이에 연구진은 흡입마취 상태인 쥐 모델에 질소가스를 5초 동안 노출해 저산소 상태를 유도하고, 발생한 MRI 신호 변화를 통해 CBV와 CBF를 측정했다. 이 방법은 MRI 신호 검출 민감도를 높여 더욱 정확한 혈류 측정을 가능케 했다. 또한, 일시적인 저산소 상태는 수 초간 숨을 참는 것이나 다름없어 실험 쥐에 미치는 생리학적 영향이 미미했다.
▲ 덱스메데토미딘+아이소플루레인(0.3%), 아이소플루레인(1%, 1.5%, 2%) 등 4가지 마취 조건에서 뇌 혈류지표를 측정·계산해 쥐 MRI 뇌 영상에 맵핑한 영상과 수치 결과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은 흡입마취제뿐만 아니라 주사용 마취제를 투여한 쥐 모델에서도 질소가스를 성공적으로 전달하고 뇌 혈류를 정량적으로 측정했다. 이는 기존방법에 비해 비침습적이고, 신호 감도가 높아 작은 MRI 신호 변화도 민감하게 측정 가능하다는 의미다.
새로운 혈류 측정 시스템은 단기간에 반복측정이 가능해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뇌 조직뿐만 아니라 온몸에 걸쳐 발생하는 허혈성 질환, 암 질환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 치료약물 투여 전후의 변화도 측정할 수 있어, 전임상·임상 약효 유효성 평가에도 활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김성기 단장은 “혈류지표의 측정은 치매, 뇌종양 등 다양한 뇌질환의 조기진단 및 진행 경과, 치료 효과의 모니터링에 중요하다”며, “향후 사람에게도 적용 가능한 혈류 측정 방법의 개발이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온라인판에 2월 28일(한국시간) 실렸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