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꿀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꿈을 꿀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꿈꿀 때 마음을 들여다보니

브레인 28호
2011년 06월 11일 (토)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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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을 꿀 때 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글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신비한 수정구를 가진 마법사도, 꿈을 꿰뚫어본다는  해몽가도 그것을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심지어는 당신과 마찬가지로, 그들을 향해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는 과학자들 역시도 우리가 꿈을 꿀 때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과연 꿈의 실체는 무엇일까? 우리는 도대체 왜 꿈을 꾸는가? 뇌는 어떻게 해서 우리로 하여금 꿈을 꾸도록 만드는가? 이런 질문에 대해 과학계는 과학계 나름대로, 비과학계는 비과학계 나름대로 이런저런 이론을 들어 설명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양측이 내놓은 이론 중에 논쟁을 종결지을 수 있을 만큼 확고부동한 것은 나오지 않았다. 과학계가 제시하는 이론은 다음과 같다. 

 꿈은 어린 시절로부터 비롯된 억압된 갈망을 표현한다. 
 꿈은 나날이 경험하는 사건의 찌꺼기를 다시 들쑤신다.

‘꿈이란 뇌로 드나드는 우연한 전기자극에 의해 만들어진다’
과학자들이 가장 최근까지 밝혀낸 꿈에 대한 이론은 꿈이란 뇌에 가해지는 우연한 자극일 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실제 생활과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

하지만 꿈에 대한 이론을 처음으로 제기한 학자 중 한 명인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꿈이란 사회적으로 허락되지 않아 억압당한 욕망 가운데 대체로 성적인 욕망이나 성적 상징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생각했다.


‘꿈이란 내면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프로이트의 제자였던 칼 융Gustav Carl Jung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는 거기에서 머무르지 않고, 꿈이라는 현상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보다 심오한 차원으로 파고들었다.

꿈이 억압된 성욕을 표현한다는 프로이트의 견해에 동의하지 않는 대신 융은 꿈이 억압된 잠재의식의 표출이라기보다는 일상적인 문제나 걱정거리를 반영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는 오늘날에 와서 꿈에 대한 대중적인 이론이 되었다.


그 후 1973년에는 꿈에 대한 또 다른 이론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하버드대학 신경정신과 의사인 앨런 홉슨Allan Hobson 박사와 로버트 맥칼리Robert McCarley 박사는 꿈에 대한 일련의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이론을 이끌어냈다.

꿈은 임의로 가해지는 ‘뇌의 전기적인 자극’의 의해 만들어진다. 뇌는 수십 억 개의 신경세포 혹은 뉴런으로 이루어졌는데, 전기적 자극이 뉴런에서 뉴런으로 전해지면 뇌에 ‘메시지’로 전달된다. ‘말하기’를 포함하여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전기적인 자극을  통해 뇌로 송수신되는 메시지에 의한 것이다.

하버드대학의 정신의학자들은 ‘꿈이란 뇌로 드나드는 우연한 전기자극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이런 이론을 가리켜 ‘활성화-합성가설(activation-synthesis hypothesis)’이라고 부르는데, 그에 따르면 뇌는 우리가 온종일 경험했던 일들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잘 때 뇌의 정보창고를 파고들어가서 새로 저장된 정보들을 곱씹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홉슨  박사와 맥칼리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가 꿈을 통해 보는 이미지들은 뇌가 오늘 경험한 이미지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찌꺼기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하버드대학의 정신의학자들은 꿈에 숨겨진 의미가 있다는 기존의 이론을 일축했다. 홉슨 박사는 기존의 이론을 가리켜 “포춘쿠키(운세가 적힌 쪽지가 들어있는 쿠키)를 갖고 하는 꿈 해몽 같은 신비주의 이론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꿈에 대한 해석에 있어서, 기존의 견해와 하버드대학 박사들의 견해는 여러모로 대립한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일반인들이 인간의 수면상태와 깨어있는 상태는 꿈을 통해 연결된다는 식의 견해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대중적인 상식과 하버드 의료진의 연구결과 역시 상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하버드대학 의료진에 의해 발표된 이 이론은 다른 연구에 의해 더욱 힘을 얻게 되었다. 카네기 멜론 대학과 하버드대학의 연구진은 공동으로 1천 명을 대상으로 꿈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기가 아는 사람이나 환경이 등장하는 꿈을 그렇지 않은 꿈보다 훨씬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꿈에 나오면 그 꿈을 훨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자신이 싫어하는 사람이 나오는 꿈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꿈에 자신이 아는 사람이나 장소가 나오는 경우는 많아야 20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 실제로는 꿈에 자기가 아는 사람이 나오거나 아는 장소가 나오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우리가 꿈꾸는 동안 뇌에서 일어나는 일들
그렇다면 우리가 자는 동안 뇌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수면의 5단계’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1 단계 눈을 막 감은 상태다. 아주 얕은 잠에 들기 시작했으며 깨어나기도 쉬운 상태다.
2 단계 좀더 깊은 잠에 빠져들기 시작한다.
3 단계 누군가 깨우면 신경질을 낼 정도로 잠이 깊게 든 상태다.
4 단계 잠에 깊게 빠져들었다는 점에서는 3단계와 같다. 잠에 깊이 빠져들수록 뇌 활동은 둔화되지만, 잠들고 난 후 대략 90분이 지나면 ‘렘REM(Rapid Eye Movement, 급속안구운동) 수면’에 드는데, 이때부터 꿈이 시작된다.
5 단계 ‘REM 수면’ 상태에 들어가면 몸이 마비된다. 그와 동시에 심장박동 수가 우리가 깨어있을 때의 수준으로 증가하며, 혈압이 상승하고, 뇌의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REM 수면’ 상태에서 신체가 마비되는 것에 대해 과학자들은 꿈을 꾸면서 그 꿈에 맞춰 몸이 움직이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는다. 만약 우리가 꿈을 꿀 때 신체가 마비되지 않는다면, 한 침대를 쓰는 다른 사람이 늘 잠을 설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얼마 전, 스위스 취리히대학의 연구진들은 꿈을 만들어내는 뇌의 특정 영역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최신 연구결과를 내놓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들은 취리히대학병원에 입원한 73세의 뇌출혈 환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그 환자는 뇌출혈 이후에 시력을 포함해 몇 가지 뇌 기능을 상실한 상태였는데, 며칠 동안 치료를 받은 후 대부분의 기능을 회복했지만 더 이상 꿈을 꾸지 않게 되었노라고 털어놓았다.

의료진들이 6주에 걸쳐 그 환자의 뇌파를 조사한 결과, 환자가 숙면을 취했을 뿐만 아니라 REM 수면도 완벽하게 정상적이었는데도 말이다. 이 사례를 통해 과학자들은 꿈과 REM 수면이 서로 다른 별개의 뇌 조직에 의해 일어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꿈은 단지 ‘뇌의 워밍업’에 불과한 것일까?
2009년, 홉슨 박사는 저명한 과학잡지인 <네이처(Nature)> 지에 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이론을 발표했다. 그는 사람들이 많은 꿈을 꾸는데도 불구하고 일어나서는 곧 잊어버리는 이유가, 꿈이 뇌의 워밍업에 불과하다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즉 잠에서 깨어났을 때 급격한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뇌가 꿈이라는 작용을 통해 예행연습을 한다는 것이다. 홉슨 박사는 이를 조깅에 비유했다. 우리가 뛸 때 몸이 자신이 내딛는 한걸음 한걸음을 모두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운동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인식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가 발표한 이론은 과학계에 수많은 파장을 일으켰다. 찬성과 반대 등 다양한 토론이 이루어졌고, 좀더 심화된 연구가 전개되었다. 홉슨 박사의 이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이론이야말로 왜 꿈의 80퍼센트가 낯선 사람이나 본 적이 없는 장소에 대한 것인지, 그리고 왜 꿈에서 나타나는 대부분의 이미지가 독특하고 비현실적인지를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꿈에 대한 다양한 이론들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안개 속에 싸여있다. 그 안개를 말끔하게 걷어낼 수 있는 길은 여전히 요원하다. 마찬가지로 우리의 뇌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꿈이 보여주는 이미지에 어떤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는지도 여전히 명백하게 설명할 수 없다.

다만 그것을 해명하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분석하고 연구할 것이다. 우리가 꾸는 달콤한 꿈이 이 문제에 대한 중요한 실마리가 될지 누가 알겠는가.

글·므리두 쿨라 렐프 Mridu Khullar Relph
번역·구승준 wcandy@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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