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뇌의 가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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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브레인 기자 |입력 2019년 09월 15일 (일)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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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우리가 겪는 인생의 경험들이 저장되는 창고라고 할 수 있다. 경험의 해석에 따라 그것이 보물 창고가 될 수도 있고, 고통의 산물이 될 수도 있다. 뇌에는 이러한 경험과 경험에 대한 해석이 신경세포간의 시냅스 연결로 네트워크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 이 신경 네트워크에 감정과 경험이 저장되어 있고, 어떤 경우는 저장된 정보 사이에 큰 연관성을 가지고 저장되는 경우도 있다. 저장된 정보 사이에 연관성을 가진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일까?

예를 들어 생각해보자. 어릴 적 자란 고향에서 사과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커서도 사과를 보면 자신도 모르게 편안함이나 친근감을 느낄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반대로 어릴 적 사과를 먹다가 상한 사과를 먹어 크게 식중독에 걸렸던 사람은, 커서도 사과를 먹기 꺼려하거나 알레르기를 가지게 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과란 물체에 대하여 뇌에 어떠한 경험이 저장되어 있느냐에 따라 그것에 반응하는 결과가 다른 것이다. 그런데 어떠한 정보가 뇌에 들어가 이것이 뇌에서 충분히 이해되지 못하고 부정적인 쪽으로 조건화되면,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사과에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은, 사과의 모양이나, 사과와 연관된 이미지, 사과로 만든 음식 등등이 나타나는 상황을 꺼려하게 될 것이고, 어떤 경우는 일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워지기도 할 것이다.

이렇게 정보간의 연결은 어떠한 상황에서는 삶에서 많은 가능성을 한정시키게 된다. 하지만, 만약 이 사과에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이라도, 뇌에 있는 이 사과라는 정보와 자신의 느낌을 분리하는 것이 가능하다면, 더 이상 사과로 인해 자신의 더 많은 가능성에 제약을 받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변화가 가능한 것일까? 뇌가 변화하는 것이 가능한 것일까?

뇌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신경세포들의 연결고리인 시냅스는 훈련에 의해 그 연결이 새로 생겨나 강화될 수도, 약화되어 사라질 수도 있다. 뇌영상 이미지 기술의 발달로, 자기공명영상,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확산텐서영상 등을 활용하여 뇌의 구조 및 신경활동을 가시화 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학습이나 훈련이 사람의 뇌를 변화시킨다는 증거가 이러한 영상기술의 사용으로 밝혀지고 있다.

사람 뇌에서 경험에 의존한 구조적 변화가 일어남을 처음으로 보인 2004년 독일 Regensburg대의 Arne May 교수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살펴보자. 이 연구에서는 저글링의 경험이 없는, 건강한 성인 참가자 24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3개월간 저글링 연습을 시켜 최소 60초간의 저글링을 할 수 있게 기술을 연마했으며, 다른 한 그룹은 저글링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기술연마 3개월 전후의 뇌를 촬영한 결과, 저글링 그룹은 컨트롤 그룹에 비해 중간측두영역에 의미 있는 회색질 팽창이 확인되었다.

여기에 더욱 흥미로운 것은, 기술을 연마한 그룹이 그 후 3개월간 저글링을 더 이상 연습하지 않게 되었을 때 팽창되었던 회색질이 다시 감소를 보인 것이었다. 이것은 뇌가 훈련에 의해 변화하며, 그 변화는 가역적인 것임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학습-훈련이 유도하는 뇌의 가소성에 대한 연구에서 회색질만이 아니라 백색질의 변화를 보기 위한 연구가 2009년 영국 옥스퍼드대 Jan Scholz 교수 연구팀에 의해 진행되었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6주간의 저글링 연습은 손을 뻗는 동작과 움켜쥐는 동작과 관련된 뇌의 회색질 부위와, 같은 부위의 백색질을 증가시킴을 보였다.

이 두 연구에서는 몇개월의 스케일로 일어나는 뇌의 변화를 보고 있지만, 이러한 뇌의 변화는 대단히 빠르게 일어날 수 있다. 2013년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Yaniv Assaf교수 연구팀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운행능력을 향상시키는 자동차 경주 게임에서 2시간 훈련을 한 사람들의 뇌구조를 훈련 전후로 비교해봤더니, 해마와 연관된 백색질구조인 뇌궁에서 백색질의 즉각적인 변화가 발견되었다. 시간 스케일로 우리 뇌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학습하고 훈련한다는 것은, 뇌의 입장에서는 생화학적, 전기생리학적 변화인데, 이런 변화가 회색질, 백색질의 빠른 구조적 리모델링을 유도한다는 것이 위와 같이 최근의 연구결과 명확해 지고 있다. 즉, 자신의 뇌를 학습이나 훈련에 의해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하고, 이 변화는 성인에게서도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나의 뇌를 어떤 뇌로 변화시키고 싶은가? 나의 습관에서, 혹은 사고패턴에서 변화시키고 싶은 점이 있는지, 또는 습득하고 싶은 스킬이 있는지, 나의 뇌의 관리자로서, 삶의 관리자로서, 뇌를, 삶을, 한번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기 좋은 날이다.


글. 양현정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융합생명과학과 교수
신경과학 측면에서 명상의 효과, 뇌에 미치는 영향 등을 연구하고 있는 양현정 교수는 일본 동경공업대학 생명공학과에서 생명정보(Biological Information)를 전공하여 학사, 석사과정을 마치고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2010년부터 기초과학 분야 세계적인 연구소인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하다, 2017년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융합생명과학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을 겸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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