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명상을 어떻게 바라보나요?”
전 세계 검색 엔진과 유튜브를 통한 영상, 스마트폰 80%를 점유한 안드로이드 OS. ‘검색’ 하면 떠오르는 기업 구글에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내면검색’의 개발자 차드 멍 탄이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던진 질문이다.
<뉴욕타임스>에도 소개된 구글의 사내 명상프로그램인 ‘내면검색(Search Inside Yourself)’은 7주, 20시간 프로그램으로 구글 직원들의 감성 지능과 자신감, 업무 능력 향상을 이끌어내며 구글 엔지니어이자 명상가인 차드 멍 탄을 세계적인 유명 인사로 만든 직원역량계발 프로그램.
2013년, 차드 멍 탄의 한국 첫 방문 당시 필자는 <브레인> 편집장으로 직접 만남을 가졌던 적이 있었다. “구글에서는 명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라는 인터뷰 첫 질문으로 준비했던 것을 오히려 차드 멍 탄이 거꾸로 던져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차드 멍 탄이 한국인에게 질문을 던진 이유가 자신도 구글에 명상을 처음 도입할 당시 직원들의 인식도 크게 다를 바 없어, 이것을 어떻게 깨뜨릴까 고민을 했다는 것이었다. 명칭을 ‘내면검색’이라고 붙인 것도, 개발과정에 뇌과학자, CEO를 비롯해 감성지능(EQ) 창시자 다니엘 골먼 교수 등이 참여한 이유이다.
실리콘밸리의 퇴근 시간을 없앴다고 알려진 유명 컨퍼런스인 ‘위즈덤 2.0’의 핵심 화두 역시 ‘명상(meditation)’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공간 중 하나인 이곳에 거꾸로 하던 일을 멈추고, 내면을 성찰하도록 돕는 콘퍼런스가 최대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아야 할까.
과거 60~70년대가 서구가 동양의 철학과 사상에 매료된 시기였다만, 지금의 명상에 대한 관심은 21세기 물질문명에 따른 피로감, 물질과 정신의 균형된 삶의 질 향상 그리고 디지털과 감성이 결합된 역량계발 등이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뉴욕에 등장한 ‘명상 버스’가 해외 뉴스로 오르내렸고, 모바일 명상 앱 선두주자인 캄(Calm)은 유니콘 기업으로 부상했다.
혁신적이고 숨 가쁘게 빠른 디지털 시대와는 반대로 느리고 내면의 성찰을 통해 영감과 통찰을 얻는 명상에 대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은 창의성의 열쇠가 밖이 아닌 내면에 있음을 반증한다.
‘창의성’ 하면 떠오르는 인물인 스티브 잡스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전 세계 기업 최초로 시총 3조달러(약 3,580조)를 돌파해 화제가 되었다. 영국의 국내총생산(GDP)를 넘어서는 규모다.
‘단순함과 명료함, 파괴와 혁신’의 대명사인 잡스의 사고체계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은 격렬함과 방황을 동시에 가졌던 20대 시절 만난 동양의 사상과 명상이었고, 애플의 혁신적 사고와 제품을 탄생시키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한 것 또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트위터 등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글로벌 기업이 즐비한 미국 서부에 자리한 실리콘밸리에서의 명상 열풍을 일시적인 것으로 바라보아서는 안 된다. 지금 미국의 혁신 기업가들이 10~20대 젊음을 보냈던 시절은 인도 요가, 일본의 선불교 등 동양의 사상과 철학, 수행이 미국 전역을 휩쓸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특히 잡스는 스스로의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완성에 이를 수 있다는 불교사상에 매료되었고, 이후 창조적이면서도 획기적인 삶의 태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인도여행에서 돌아온 잡스는 삭발을 했다. 인도 여행 후 잡스는 명상을 계속 이어가고 싶어 했고, 당시 그가 머물던 샌프란시스코는 일본의 젠(ZEN)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던 시기였다.
60~70년대 히피 운동이 만연했던 격랑의 시대, 잡스 뿐 아니라 많은 히피들이 일본 선불교에 빠져들었다. 일본의 스피리츄얼 파워가 미국인들의 삶을 감싸 안았던 시대였다. 스티브 잡스는 히피 생활을 하던 1975년 `선(禪)` 수행자인 고분 오토가와 선사와 만났고 열정적으로 빠져들었다.
언제나 단순한 검정색 옷을 즐겨 입었고, 영적인 것을 갈망했으며 창조적 에너지로 넘쳤던 스티브 잡스. 그가 만든 아이팟, 아이폰을 비롯한 모든 제품에 녹아있는 단순함과 직관적 디자인의 원천에는 선불교 명상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자리하고 있다.
1991년 3월 신랑 스티브와 신부 로렌 파월이 혼인서약 당시 주례가 선불교 선사인 일본인 오토가와 고분 선사였으며, 2002년 선사가 사망할 때까지 그를 영적 스승으로 모셨다는 사실은 동양의 명상이 잡스의 정신세계에 미친 크기를 보여준다.
서구에서는 대부분의 심신 수련을 통칭하는 단어가 있다. 보통 명사로 자리한 ‘요가’이다. 1960년대 히피들의 여행은 인도의 아쉬람이 최종 목적지였고, 비틀즈가 1968년 초월명상의 개발자인 마하리시 마헤시를 만나러 인도를 방문한 것이 인도의 정신문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증대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한 요가의 나라 인도 대학생들이 한국의 K-명상 과목을 수강한다면 어떠한 느낌일까?
작년 12월, 인도 동남부 첸나이에 위치한 유명 공과대학인 인도힌두스탄공과대학(HITS)과 필자가 교수로 있는 글로벌사이버대학교간 국제교류협약이 체결되었다. 이 협약은 정부가 ‘신한류 진흥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K드라마와 K팝 등 대중문화를 넘어 지속 가능한 한류를 모색하는 시점에, 인도의 유명 공과대학의 학점교류로 이루어진 사례라 교육계의 주목을 받았다. 인도 첸나이가 한류 커뮤니티가 가장 활발한 인도 지역이며, 해외에서 ‘BTS university’로 불리는 대학의 브랜딩이 어우러진 교육한류인 셈이다.
인도 대학생들이 수강하고 있는 과목은 개발 당시부터 K-명상의 해외 대학 수출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서구 명상 산업에 대한 시장 조사와 다양한 동양 명상에 대한 조사결과를 반영했고, 그렇게 만든 제목이 바로 ‘뇌교육 명상: 스트레스관리 및 자기역량강화(Brain Education Meditation: Stress Management and Self-Empowerment)’.
명상이 갖는 건강법 차원을 넘어 뇌과학 기반의 과학적, 의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뇌교육 원리를 접목, 한국式 명상의 강점을 반영한 결과이다. 신입생이 대부분인 인도 대학생들은 동작, 호흡, 의식 3요소를 바탕으로 한 뇌체조 훈련과 한민족 선도의 ‘지감(止感)’ 훈련을 특히나 좋아한다.
한편,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의 동양 명상의 적극적인 활용 이면에는 서구가 주도한 과학적 접근과 연구 성과가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는 1993년 국립보건원(NIH) 산하 대체의학연구소(OAM)가 명상 연구에 공식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하면서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활발해졌고, 매년 1천여편의 명상 관련 논문이 학술지에 발표되고 있을 정도이다.
초월명상, 마음챙김명상 등 서구에서의 동양 명상에 대한 연구 대중화와 달리, 한국式 명상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1990년 한국인체과학연구원(현 한국뇌과학연구원) 설립을 계기로 본격화 되었다. 뒤이어, 2017년 대한명상의학회가 출범하고, 2018년 KAIST 명상과학연구소가 개소되는 등 국내 의학계, 과학계의 동양 명상 연구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바야흐로 명상이 심신안정 및 스트레스관리 차원을 넘어, 21세기 정보화시대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IT기업을 중심으로 정서지능 향상, 리더십 증진, 창의성 계발 등 인간 고유역량을 깨우는 새로운 인적자원 계발법으로 확산되는 시점이다.
중요한 것은 마음기제의 총사령탑인 ‘뇌’에 관한 연구는 과학자와 의학자의 역할이지만, 누구나가 가진 뇌의 올바른 활용과 계발은 모두가 누려야 할 자산이라는 사실이다.
신라의 화랑, 고구려의 조의선인 등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몸과 마음, '심신(心身)'을 함께 단련했던 생활문화를 가진 나라였다. 반만년 정신문화적 자산을 소중하게 지켜내고 더 이상 신비주의나 과학적 대상만으로 치부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인간 뇌의 창조성이 만들어낸 과학기술을 통한 인류 문명의 발전은 많은 것들을 바꾸어 놓았지만, 보이는 것을 향한 인류의 열망이 가속화될수록 보이지 않는 가치에 새롭게 눈을 뜨게 만든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동양의 정신문화가 새겨진 명상에 대한 서구의 관심이 아니라, 명상의 이유이다. 결국 인간의 잠재성과 가치를 깨우는 열쇠는 외적 요소가 아니라, 오롯이 자신을 향한 시간을 통한 내재된 가치의 발견이라는 사실이다.
“명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요?”
글. 장래혁
누구나가 가진 인간 뇌의 올바른 활용과 계발을 통한 사회적 가치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뇌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학과 학과장으로 있다. 유엔공보국 NGO 국제뇌교육협회 사무국장, 2006년 창간된 국내 유일 뇌잡지 <브레인> 편집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