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장이 만난 사람] 김태유 문명사 학자, 서울대 명예교수

[편집장이 만난 사람] 김태유 문명사 학자, 서울대 명예교수

“국가발전원리에 평생을 쏟은 교수가 말하는 새로운 천년의 기회”

▲ 국가발전원리에 평생을 쏟은 문명사학자,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


유튜브에서 2시간 가까운 교수 강연이 400만 조회를 넘었다면 놀라울 것이다. ‘4차 산업혁명, 부국의 길’이란 딱딱해 보이는 주제라면 더욱 궁금할 것이다. 2018년 <패권의 비밀>을 펴내며, 지식층과 대중들에게까지 커다란 임팩트를 안겼던 김태유 교수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한민족의 미래를 결정한다’ 영상으로 다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참여정부 시절 과학기술부총리제 신설을 시작으로 한국의 4차산업혁명 토대를 이끌었고, 이후 ‘국가발전 원리’라는 한 가지 화두에 천착하여 공학, 경제학, 지정학, 역사학 등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명사학자이자 4차산업혁명을 연구하는 미래학자이다. 저서로는 《Economic Growth》, 《패권의 비밀 The Secrets of Hegemony》, 《국부의 조건》, 《한국의 시간》, 《한국의 선택》 등이 있다. 


Q. 교수님 유튜브 채널에 지난 10월 18일자로 오른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한민족의 미래를 결정한다’ 영상이 화제입니다. 2025년 트럼프의 미국이 시작된 지금은 어떤가요.
 

▲ 400만뷰를 넘은 '패권의 비밀' 2시간 강연과 최근 강좌영상 (출처= 유튜브 삼성언론재단, 김태유 교수TV)

트럼프의 시대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우선 살펴봐야 합니다. 트럼프가 1기에 시작한 중국포위전략을, 2기에는 완성하는 쪽으로 박차를 가할 것이라는 사실과 함께, 북극항로가 개통되면서 러시아가 유럽이 아닌 아시아 국가로의 존재감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되더라도, 러시아가 유럽(NATO) 국가와 전쟁을 했기 때문에 한 세대가 지나가기 전에는 화해가 쉽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상 두 가지 변화가 우리 한반도를 중심으로 한 열강의 지정학적 정세에 아주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국제적인 세력균형을 표현하는 가장 알려진 말이 삼국지의 ‘천하삼분(三分)지계’라는 것인데, 이 천하삼분지계는 한중일 구도에서는 성립하지를 않습니다. 

항상 연안국은 도서국의 침략을 받거나 내륙국의 침략을 받게 마련인데 이것은 피할 수 없는 지정학적인 원리입니다. 유럽 대륙에서도 연안 국가 프랑스는 섬나라 영국과 내륙국 독일의 침략을 계속 받아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이 본격적으로 중국 포위에 들어가고 또 러시아가 동진해서 유럽 보다는 아시아 국가로 존재감을 드러내게 되면 동북아시아 국제 정세의 판이 완전히 바뀐다는 거죠. 

한반도를 중심으로 일본과 중국이 동시에 있는데, 새로 미국과 러시아가 남북으로 포진케 하는 새로운 세력균형, 저는 ‘천하사각(四脚)지계’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의 천년 묵은 지정학적 저주를 지정학적 축복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이제 그 ‘새로운 천년’을 시작할 절호의 기회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과거에 침략을 받아왔지만 우리 민족은 아주 저력이 있고 강인하기 때문에 잘 버텨왔습니다. 그러나 우리 후손들 또한 침략받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한반도의 지정학적 운명을 극복할 천하사각지계는 우리가 꼭 성공시켜야만 할 정말 중요한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Q. 공학, 경제학, 기술정책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학문적 배경과 경력을 가지고 계신데, 그 시작이 되었던 학부 시절을 보니 서울대에서 자원공학을 전공하셨습니다.

저는 사실 역사학과를 가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고등학교 때 전쟁사, 영웅전 같은 책을 열심히 읽었거든요. 

그때 아버님이 “우리에게 소중한 시간을 알려주는 것은, 사실 눈에 보이는 시계바늘이 아니라, 뒤에서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시계바늘을 돌려 주는 태엽과 톱니들인 셈이다. 역사는 그냥 겉으로 보이는 시계바늘과 같은 것이다. 정말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으면 공학을 공부해야 된다.”며, 공대를 가도록 강력하게 설득하셨어요. 

결국 당시아버님의 시계바늘이론에 저항할 수 있는 다음 논리가 없던 나는 일단 공대로 진학하기로 했지요. 그러나 전기, 기계, 금속 등의 학과보다는 좀 더 포괄적인 학문분야를 공부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자원공학을 택했죠.


Q. 자원공학을 전공한 이후 미국에서 경제학 석사와 자원경제학으로 박사를 하셨습니다. 공학도가 경제학으로 석박사를 하는 것이 이례적입니다.

제가 학창 시절에 석유 위기가 터졌어요. 그때 한국 경제가 굉장한 어려움에 처했지요. 석유 가격이 4배 오르자 물가가 오르고 기업이 도산하여 실업이 증가하는 등 우리가 지금 기억하는 IMF 외환위기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위기였을 거예요.

그때 어린 마음에 석유 위기를 해결하는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미국, 영국의 108여개 대학에다 편지를 보냈죠. 그 중 34통 답장이 왔는데, 대부분 ‘I’m sorry’로 시작해서 ‘Good luck’으로 끝나는 세줄 짜리였어요. 그런데 그 중에서 자원경제학 분야를 공부하는 대학을 발견했죠.

일반 경제학이 아니라 에너지자원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명성이 높은 학교를 찾다보니 콜로라도광업대학(Colorado School of Mines: 에너지자원 분야에서는 미국 TOP대학, 지금도 대학 졸업자 연봉순위에서 TOP10에 랭크됨)에 유학을 가게 되었죠. 

한국처럼 석유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에서 공학적 공부를 계속해서는 큰 도움이 안 되겠다 싶어서, 전공 분야를 공학에서 경제학으로 바꿨죠.


Q. 스스로를 ‘문명사’ 학자라고 소개하십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서울대학교 자원공학과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는데, 에너지정책연구를 위해서 지정학과 역사학을 공부하게 되었어요. 

왜냐하면 석유가 지역적으로 매우 편중돼서 나오고, 석유와 관련된 국제 정치와 경제가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 근현대 역사이고 이것이 곧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니까요. 

그래서 공과대학에서 공부한 과학기술, 시장과 사람을 움직이는 경제, 그 경제가 뿌리 박고 자라나는 지리와 기후와 자원이 연결된 지정학, 그리고 우연과 필연의 조합이지만 미래를 유추하기 위해 꼭 필요한 역사. 이렇게 제가 공부한 공학, 경제학, 지정학, 역사학을 묶어서 저는 ‘문명사’라고 표현하고 있죠. 인류 문명을 통찰하기 위해 필수적인 학문 네 가지인 셈이지요.

어쩌다가 기존 학문을 버리고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는 사람은 종종 있어도 저처럼 기존 학문과 새로운 학문의 경계를 넘어서 아우르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주변에 나를 아끼는 선배, 친지들이 걱정해주기도 했어요. 학자라면 오직 한우물만 깊이 파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면서. 그런데 국가발전 원리를 공부하기 위해서는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지 않을 수 없었어요.
 

▲ "내가 '글로벌'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이유는 지금 우리한테 제일 필요한 게 학문간의 경계를 초월한 글로벌 시각이기 때문입니다."


Q. 참여정부 시절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역임하시면서 과학기술부총리제 신설, R&D 예산의 과기부 이관, 이공계 박사 특채, 기술고시와 행정고시 통합 등 남다른 성과를 이루셨습니다. 과학기술이 세상에 미치는 영향력을 국가정책 전반에 확대하고자 하셨던 것으로 봐야 할까요.

과학기술이 이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힘을 발휘해서 세상을 바꾸는 현상을 산업혁명이라고 부릅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선진국과 후진국의 개념이 크게 없었는데, 산업혁명이 일어나고부터 영국, 미국 같은 엄청난 선진강대국이 생기고 나머지 국가들은 이제 후진국로 전락하면서 세상이 양분되기 시작하였어요. 

이런 현상을 학자들이 『대분기』(The Great Divergence)라고 부릅니다. 이후, 산업사회가 지식산업사회로 변해 가면서 4차 산업혁명이 오고 있어요. 이게 바로 제2차 대분기 입니다. 

당시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생기기도 전이었고 참여정부에서는 ‘과학기술 중심 사회’라는 표현을 썼는데, 실제로는 제가 4차 산업혁명을 해보려고 했던 거예요. 

4차 산업혁명을 하기 위한 플랫폼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과학기술부를 부총리 부처로 승격시키고, 예산을 확보하고 그다음에 이공계 박사 50명을 특채해서 전진 배치하고 하면서 소위 4차 산업혁명 하드웨어의 기본 얼개를 짰죠. 그 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반발에 부딪혔죠. 개혁이라는 것은 항상 저항이 동반하게 돼 있거든요.

그런데, 하드웨어만 가지고는 아무런 성과도 낼 수 없습니다. 거기에 소프트웨어가 장착되어야 하는데 개혁에 대한 반발과 저항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의 소프트웨어는 가동도 못해보고 중단된 셈이지요.


Q. 대학으로 돌아오신 이후 'Economic Growth' 출간을 비롯해서 현재까지 연구와 저서 출간에 몰두하신 것과 크게 연결된 것 같습니다.

학교로 돌아오고 나서, 제가 만들어 놓은 4차 산업혁명의 하드웨어가 소프트웨어도 없이 그 자리에서 녹슬고 허물어져 가는 과정을 보면서 굉장히 가슴이 아팠죠. 또 내가 왜 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키지 못했을까 하며 스스로를 많이 자책하기도 했죠.

젊었을 때 율곡 선생의 ‘석담일기(石潭日記)’ 문집을 읽었는데 거기 정암 조광조 선생의 개혁 작업에 대한 평가가 나옵니다. 율곡의 평가는 ‘정암이 학문이 완성되기 전에 세상을 바꾸려고 해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이였죠. 

그래서 내가 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키지 못한 것은 나의 국가발전 원리 연구가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론을 완성하기 위해서 본격적인 연구와 저술작업에 전념하게 되었어요.

나의 국가발전원리 시리즈는 'Economic Growth'라는 경제이론서부터 시작해서, 이번에 여덟 번째 책 ‘선착의 효’를 출간을 하면서 이제 어느 정도 완성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세상을 설득할 소프트웨어가 준비되고 나니까 이제는 하드웨어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만약 뜻있는 분이 하드웨어를 제공해주시면 제가 평생 연구한 이 소프트웨어를 정착하여 대한민국의 4차 산업혁명을 꼭 성공시켜 보고 싶습니다.


Q. 세상을 변화시키는 소프트웨어를 구축하신 셈이니, 유튜브를 통한 강연도 그러한 뜻을 펼치는 작업중 하나인 셈이네요.

맞습니다. 그런데 불특정 다수를 향한 유튜브 강의 같은 것은 국가발전 원리를 넓게 알려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방법으로 ‘Bottom Up Approach’, 라고들 부르지요. 반대로 위에서부터 세상을 체계적으로 바꿔 내려오는 것을 ‘Top Down Approach’라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Bottom Up’은 ‘Top Down’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사회적 배경으로서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Bottom Up만으로는 세상을 바꾸기에 성공한 적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그리스도교가 지금 세상에서 가장 크게 성공한 종교인데 유럽에서 엄청난 박해를 받으면서 bottom up 방식의 포교는 사실상 실패했죠. 그런데, 로마의 국교로 채택되면서 유럽 전체로 확산되었고, 이후 제국주의적 힘을 바탕으로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정책 역량을 가진 사회지도자 및 파워엘리트를 설득하고 교육하지 않고서는 세상을 절대로 바꿀 수 없다고 봅니다. 
 

▲ 국가발전원리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친 김태유 교수


Q. 강의에서도 산업사회로의 전환에 늦었던 조선과 앞선 일본 사례를 언급 하십니다. 어떤 점을 눈여겨 보아야 할까요.

근대 일본은 제국으로서 성공한 나라고 조선은 식민지로서 실패한 나라인데 개인적인 능력으로 보면 한국 사람들이 훨씬 더 뛰어나고, 변화에 능동적인 것 같은데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들여다 보았죠. 

근대 일본을 열었던 메이지유신의 핵심 인재들 중 많은 이들이 요시다 쇼인이라는 인물이 만든 학당인 쇼카손주쿠(송하촌숙) 출신입니다. 

일찍이 서구의 산업혁명에 눈을 뜬 그는 ‘대양이(大攘夷)’, 서양 오랑캐의 기술을 배워서 오랑캐들을 제압하라고 가르쳤지요. 일본 군대의 창설자 야마가타 아리토모, 일본 근대 행정의 기초를 닦은 이토 히로부미 등도 요시다 쇼인의 제자입니다. 일본을 근대 국가로 만든 원리는 단 하나 산업혁명이었습니다.

일본전기를 설립한 마쓰시다 고노스케가 요시다 쇼인의 송하촌숙을 모델로 ‘마쓰시다 정경숙’이라는 학숙을 세워서, 1980년 인재 양성을 시작했습니다. 정경숙 출신이 정계에 많이 진출해서 화제가 되었는데, 저는 실패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동안 일본이 세계 2위에서 3위로 또 일본경제가 계속 추락하였기 때문입니다. 비록 일본의 사상과 정신을 많이 교육했지만, 가장 중요한 하나가 빠졌어요. 그것이 4차 산업혁명입니다.

요시다 쇼인은 농업사회가 산업사회로 옮겨갈 때 일본을 근대 산업국가로 만들 인재 양성에 성공했는데, 지식산업사회로 넘어가는 이때 마스시다 정경숙은 4차 산업혁명으로 무장된 인재를 배출하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Q. 참여정부 시절 보좌관 때도 그렇고, 항상 인재양성을 중요시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학문과 지식이 분절돼 있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학교 교육에서부터 이미 문과 이과로 나누었죠. 게다가 우리나라는 조선왕조 500년 동안 주자학을 맹신한 나머지 학문적 배타성이 굉장히 높아요.

예컨대 정치학과 경제학은 원래 경계가 모호한 것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학문적으로 단절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학문의 경계를 넘나든다는 게 너무 어렵고, 또 서로를 배타적으로 대하고 하는 것이 문제죠.

더 큰 문제는 우리가 단 한 번도 제국을 경영해 본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전 세계를 대상으로하는 글로벌 시각을 가져본 적이 없어요. 

내가 '글로벌'이라는 단어를 좋아하는 이유가 그 단어가 매력적이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지금 우리한테 제일 필요한 게 학문간의 경계를 초월한 글로벌 시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역대 정치인 중에서 남북통일 이상 더 큰 국가적 위상이나 더 먼 민족의 미래를 생각하는 분이 계셨는지 잘 모르겠어요. 남북통일 지상주의는 우물안 개구리죠. 

분절된 학문의 벽을 넘지 않고는 국가와 민족의 백년대계를 찾을 수가 없다고 믿습니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리더라면 문명사적 차원의 글로벌한 시각을 가져야 합니다. 


Q. 교수님이 걸어오신 길은 국가 차원만이 아니라, 지구촌에 기여할 수 있는 한국만의 인재를 넘어선 방향성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에도 순서가 있듯이, 세상에 이타심이라는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라고들 하지요. 이기적인 건 나쁜 거고, 이타적인 건 좋은 거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이기심의 범위가 확장된 것을 이타심이라고 불러왔을 따름입니다. 인류가 잘 되어야 한다는 것은 인간의 이기심의 범위가 나로부터 가족과 친지로, 또 국가로 그리고 인류까지 확장된 개념일 따름입니다.

그런데, 현재 전 세계적으로 이기심의 범위가 명시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이 국가인 셈이죠. 그래서 우리가 여권을 갖고 외국에 나가면 코리안이라고 부르잖아요. 그것은 이기심의 범위가 국가라는 범위와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국가적 범위의 이기심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류 공영을 논하는 것은 상당히 가식적인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홍익인간’이라는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우리 민족의 이상은 국가 발전에 기반을 두고 점차 확장돼 나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다른 나라 사람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대응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Q. 제가 교수로 있는 글로벌사이버대학교에는 공통교양필수로 <지구경영으로의 초대> 교과를 운영하는데, 지난 11월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지구경영’이 교수님이 연구해오신 방향과 일맥상통한다고 하셨던 기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맞습니다. 왜냐하면 ‘지구경영’은 제가 에너지 문제를 공부하기 시작할 때 생각한 방향과 같기 때문입니다. 

범지구적 인류의 지속가능성 문제를 가장 먼저 세상에 알린 사건이 ‘로마클럽’이라는 지성인의 모임에서 1972년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 LTG)’라는 보고서를 내면서부터였어요.

이대로 가면 인류 문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지 못한다. 언젠가는 식량이 부족해지고, 자원이 고갈되고, 환경이 파괴되어 결국 지구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다. 당시 ‘성장의 한계’는 새로운 종말론처럼 다가왔고, 전 세계의 지성계를 강타한 책이죠.

그게 지구경영의 시작이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석유 생산이 늘어나고, 식량 생산도 늘어나면서 사람들의 위기감에서 멀어지다가 최근 기후변화로 인하여 다시 한번 위기를 느끼게 된 거죠. 사실 제가 오일쇼크를 해결하겠다는 공부의 시발점이 지구경영에서 시작된 겁니다. 그래서 ‘지구경영’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굉장히 반가웠어요.

지금 하고 계시는 지구경영이 ‘파이오니아적’인 굉장히 중요한 학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구경영 같은 학문을 대학에서도 가르치고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Bottom Up’ 방식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제 필요한 것은 ‘Top Down’ 방식으로 가는 국가정책 교육과의 만남이라고 봅니다.

글로벌사이버대학교가 자랑스러운 동문 BTS를 배출했잖아요. K팝, K드라마를 통해 한류의 저변이 넓어지는데, 그 핵심에 빅히트가 BTS 멤버들을 모아 트레이닝을 통해 그걸 가능케 했지 않습니까. 그러나 문화강국을 추구하는 한류육성을 위한 국가의 정책적 제도적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한류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엄연한 사실입니다.

지구경영도 ‘Top down’ 방식으로 핵심 엘리트를 바꿔가는 노력과 연결될 때 비로소 커다란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한평생 공부해 온 국가발전 정책이 지구경영와 함께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정말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Q. 오늘 뜻 깊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브레인> 잡지가 뇌활용 매거진을 표방하고 있는데, 끝으로 평상시에 두뇌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하는 노하우가 있다면 공유 부탁드립니다.

저는 최적의 뇌 상태를 유지해왔다고 확신할 수는 없어요. 그런 방법도 사실은 잘 몰랐죠. 

저는 공학에서 얻지 못한 답을 경제학에서 찾았고, 경제학에서 찾지 못한 답을 지정학에서 찾고, 지정학에서 얻지 못한 답을 역사학에서 찾은 거죠. 그러니까 새로운 답을 찾아나설때마다 힘은 들었지만 기대와 설레임을 느끼곤 했어요. 열정을 가지고 도전하는 것이 두뇌상태를 최적으로 유지하는 비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교수 생활하면서 평생 7시 45분 이전에 학교에 출근했습니다. 제 제자들은 다 알아요. 제 학생들을 8시까지 출근시키려고 저는 더 일찍 나왔거든요. 교수가 학교에 안 나오고 학생들에게 나와서 공부하라 그러는 건 정말 비겁한 장수와 같거든요. 장수가 선봉에 서지 않으면 병졸이 따라가지 않죠.

연구실에서 보낸 시간 길이로 하면 제가 대한민국에서 두 번째 가면 서럽다고 느낄 만큼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무식하게 한 가지 목표를 향해서 끝없이 갔어요. 최근에 쓴 책의 ‘선착의 효’의 서문 마지막에 썼던 구절이 ‘전사는 전쟁의 뼈를 묻는다’ 입니다. 내가 살아 생전에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입니다.

언젠가 대한민국에 정말 뜻있는 어른이 대한민국을 선진강대국으로 만들 지도자를 양성하는 그런 교육기관을 만드신다면 거기서 가르칠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커리큘럼은 나 아니면 만들 사람이 없다. 

그것만은 꼭 내가 만들어 두어야 겠다는 일념으로 지금까지 모든 연구와 저술을 국가발전 원리에 집중해왔지요. 앞으로도 내가 숨 쉬는 날까지 그걸 계속해야 되겠다고 다시한번 다짐하고 있습니다.

정리. 장래혁 편집장 | 사진. 김경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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