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균은 위암 및 위 내 염증성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의 감염률은 40~50%로 나타난다.
보균자의 대부분은 평생 아무런 증상 없이 살아가지만 소화성 궤양, 조기위암, 위의 림프종이 있는 경우에는 항생제 치료를 하게 된다.
이 같은 치료에서 항생제에 내성을 보이는 헬리코박터균이 증가하면서 표준삼제요법에 의한 제균율이 81.8%로 과거에 비해 점차 감소하는 상황이다. 특히 항생제 내성 여부에 따라 제균 치료 성적은 크게 달라진다.
최근 항생제 내성에서 자유로운 헬리코박터균 치료법이 개발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위(胃) 정상 조직에 부작용 없이 표적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가톨릭대학교 바이오메디컬화학공학과 나건 교수 연구팀이 서울아산병원 안지용 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위 내의 점액층에 체류하면서 헬리코박터균을 표적하는 광감각제 접합체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 헬리코박터균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위 점액층에 부착 가능한 헬리코박터균 표적 치료 전략의 개략도
광감각제는 자신이 흡수한 레이저 빛으로 주변 산소를 활성산소로 바꾸는 물질로 활성산소의 강력한 산화력으로 세균을 공격해 죽일 수 있다.
연구팀은 기존 항생제와 다른 작용 메커니즘으로 헬리코박터균을 직접 표적할 수 있는 광역학치료법을 적용했다. 광역학치료는 내시경을 통해 특정 파장의 빛을 위 상피세포에 있는 헬리코박터균에 직접 조사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연구팀이 개발한 광감각제는 헬리코박터균 외막의 특정 단백질을 인식하는 생체 내 수용체를 이용, 표적 치료가 가능한 양이온성 고분자 기반 멀티리간드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 항생제에 의한 제균 치료와 달리 광감각제가 활성산소를 생성해 헬리코박터균의 외막 구조를 붕괴, 사멸효과를 유도한다. 또한 광역학치료는 내성이 유발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광감각제가 접합된 양이온성 고분자는 음이온성 위 점액층과 정전기적 인력으로 부착되어 위 내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다. 위 점액층에 부착 가능한 광감각제를 실제 생쥐 모델에서 실험한 결과, 위 내에서 장시간 체류하는 것을 확인했으며, 헬리코박터균 감염 동물모델에서 대조군 대비 평균 98.7%의 제균 효과를 보였다.
▲ 주사전자현미경(SEM) 이미지를 통한 위 점액층 부착 가능한 광감각제의 헬리코박터균 광역학 제균 효과 확인
나건 교수는 “광역학치료제는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는 헬리코박터균을 효과적으로 제균할 수 있는 기술로써, 의약품의 내성으로 인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다양한 질병의 치료방법으로 적용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즈(Biomaterials)’에 2024년 3월 25일 온라인 게재되었다.
글. 우정남 기자 insight159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