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에토스와 로고스, 그리고 파토스를 겸비한 브리꼴레르

[칼럼] 에토스와 로고스, 그리고 파토스를 겸비한 브리꼴레르

유영만의 생각임신 - 05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에 보면, <수사학>에서 설득의 수단으로 에토스(ethos),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의 세 가지를 구분하고 있다. 에토스는 품성이나 품격에서 나오는 인간적 신뢰감, 파토스는 감성적 호소력, 그리고 로고스는 논리적 구속력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에토스는 화자의 품성에서 풍기는 진정성이나 화자가 전하는 메시지의 신뢰성, 즉 화자의 인격과 품격에 해당하고, 파토스는 청중의 가슴을 파고드는 정서적인 호소와 공감력을 뜻한다. 마지막으로 로고스는 객관적 사실이나 논리적 근거를 갖고 화자의 주장을 뒷받침함으로써 청자로 하여금 믿음을 갖게 만드는 설명력이다.

에토스는 일관되고 지속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어 감정 상태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변덕스러운 파토스와 구분된다. 파토스는 로고스와 상대되는 말로, 정념(情念), 충동, 정열 등으로 이해되며 흔히 감성을 지칭한다. 이에 반해서 로고스는 논리적 근거를 활용해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이성을 의미한다. 

브리꼴레르는 논리로 지식을 축적한 사람이라기보다 체험적 깨달음으로 노하우를 체득한 전문가다. 따라서 브리꼴레르는 로고스보다 파토스, 그리고 에토스로 인간적 신뢰감을 주는 실천적 지식인이다. 체험적 깨달음은 체험을 하는 매순간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느낌이 동반되는 깨달음이다.

체험없이도 책상에 앉아 머리로 이해할 수 있는 로고스를 개발할 수 있지만,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파토스는 쉽게 개발되지 않는다. 체험하지 않고서는 가슴으로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브리꼴레르는 손발을 움직여 체득한 야성적 지혜를 그 누구보다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실천적 지식인이다.

체험적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브리꼴레르는 논리적 설명으로 상대방을 이해시키려는 자신의 체험적 꺠달음을 근간으로 상대방을 감성적으로 설득하는데 주안점을 둔다. 감성적 설득의 기본은 설득하는 사람에 대한 인간적 신뢰다. 브리꼴레르의 에토스는 별다른 설명 없이 사람 자체에서 풍기는 깊은 내공과 범접할 수 없는 품격이다.

궁극적으로 브리꼴레르는 특유의 품성과 품격으로 인간적 신뢰감을 주어야 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전문성에 대한 확고부동한 논리적 정당화와 더불어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감성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상대방의 공감을 얻어내고 마침내 의사결정과 행동을 유발하는 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은 에토스가 60%, 파토스가 30%, 로고스가 10% 정도를 차지한다.

한 마디로 믿을 만한 사람이 믿을 만한 메시지를 통해 수신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감동하게 해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설득이 된다는 말이다. 남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체험적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 브리꼴레르는 다양한 위기 상황을 몸소 체험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간다.

브리꼴레르의 삶은 곧 그가 겪은 스토리(story)로 구성되며, 스토리는 다시 브리꼴레르의 히스토리(history, 역사)가 된다. 스토리가 히스토리를 만들며, 히스토리가 곧 브리꼴레르가 가는 웨이(way, 길)를 만드는 것이다. 때로는 춥고 배고픈 가운데 추위와 굶주림을 견디고 이겨내야 하는 악조건에 직면할 수도 있다. 때로는 극심한 가난으로 하루 한 끼 밥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빈곤에 허덕일 수도 있다.

춥고 배고파 본 사람, 힘들고 어려운 바닥 체험을 해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줄 수 있다. 고생 끝에 찾은 정상, 정상에 오르더라도 브리꼴레르는 항상 겸손한 마음을 잃지 않으며 더 낮은 자세로 자신을 굽힌다. 그것이 곧 자신을 높이는 길이다. 

촉매이론을 주창한 월가의 슈퍼 마리오, 마리오 가벨리(Mario Gabelli)는 애널리스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캐디와 웨이터 생활을 해서 번 돈으로 학교를 다녀야 했다. 학창 시절 어려운 생활을 몸소 체험한 가벨리는 사람을 채용할 때 꼭 Ph.D(박사학위) 출신만 채용하려고 애쓴다고 한다. 그가 말하는 Ph.D는 물론 '박사학위'가 아니다.

그가 말하는 Ph.D는 가난하고(poor), 배고프며(hungry), 성공에 대한 열망이 깊은(deep) 사람이다. 가난한 덕분에 더 열심히 공부하고, 배고픈 덕분에 배고픔을 이기는 방법을 알게 되었으며, 성공에 대한 열망이 간절해서 남보다 더 의미심장한 성공을 거두게 된 것이다. 우리가 아는 많은 인재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나 아무런 고생 없이 부모님의 도움으로 공부한 사람이라기보다 혼자 생활고를 해결하면서 어렵게 공부한 사람이 많다.

그들은 고생을 해봤기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의 아픔을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 고생해서 공부한 사람은 굶주림의 고통을 알기에 배고픈 사람을 위해 기꺼이 밥 한 끼 사줄 수 있는 '밥사'다. 그래서 ‘박사’보다 더 높은 학위가 ‘밥사’다.

가난하고 고생하면서 밑바닥 인생을 기어봤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성공에 대한 열망이 절실하고 간절하다. 밑바닥에서 기어본 사람만이 밑바닥에서 온몸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다. 브리꼴레르는 파란만장한 인생 역경을 뒤집어 경력으로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인재이자 전문가다. 





글. 유영만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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