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이나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아이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2014년12월에 발간한 '2011년 ~2014년 미디어보유와 이용행태 변화’ 보고서에 밝힌 내용에 의하면, 어린이 및 청소년의 휴대폰•스마트폰 보유율은 2011년부터 연도별 각각 19.2%, 59.0%, 82.9%, 89.8%를 차지했다.
일산에 있는 초등3학년생 학부모 윤수현씨는 “스마트폰을 쓰는 것이 아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학습상 필요할 것도 같고, 아이들 사이에서 스마트폰이 없으면 소외된다는 이야기도 들려 안 사주기 뭐하다”고 말했다. 초등생의 스마트폰 사용율이 늘어나면서, 스마트폰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디지털 기기 많이 쓸수록 두뇌활성도 떨어져
얼마전 EBS 다큐프라임에서는 ‘디지털 육아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디지털 기기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비교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디지털 기기를 많이 사용하는 아이일수록 과제 수행 시간도 길고, 과제 실행능력도 떨어졌다. 오목을 두거나 신문의 뉴스를 읽는 등의 행동을 할 때도, 디지털 기기를 활용할 때보다 직접 몸을 쓸 때가 뇌의 모든 부위가 활성화되고 더 많은 신경이 움직였다.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런 결과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분석했다. “스마트 기기, 디지털 미디어의 가장 큰 특징은 즉각적인 보상을 준다는 것입니다. 충동적인 욕구의 조절이나 기다림, 인내 없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들은 아이들이 참고 기다리며 조절하는 학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균형적 두뇌발달 위해서는 신체 감각부터 깨워야
뇌교육 수업현장에서 학부모들이 고민을 토로하는 내용도 비슷하다. "우리 아이는 새로운 것, 자기가 좋은 것을 할 때만 집중력이 반짝이에요. 금방 싫증을 내고 짜증 부리는 경우가 많아요.” 두뇌코칭 트레이너들은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자극적 감각에만 수동적으로 반응해, 각성된 높은 뇌파상태가 유지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BR뇌교육 최윤리 영재교육 실장은 아이의 균형적인 두뇌발달에 대해 아래와 같이 조언했다. “우리의 뇌는 상호작용을 통해서 활성화됩니다. 디지털 기기의 현란한 영상들은 알아서 자극을 주기 때문에 뇌는 정지되어 있죠. 따라서 판단력과 기억력을 관장하는 전두엽 발달에 치명적입니다. 우리의 뇌는 직접 보고, 만지고, 냄새 맡고 느끼는 등의 오감을 활성화시키는 경험을 할 때 감각이 깨어나고 신경이 활성화됩니다. 뇌는 몸 전체와 연결된 하나의 신경계이기 때문에 신체가 활성화되었을 때, 인지나 정서 같은 두뇌의 전반적인 기능이 좋아진다는 것은 당연한 뇌의 원리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환경은 학습에 초점이 많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신체활동 시간이 적어지고, 아이들의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시간도 줄어들었습니다. 자신의 감정이나 몸 상태에 대해서 인지하지 못하니 통제하기 힘들고, 체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다 보니 쉽게 만족을 얻을 수 있는 것에 빠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죠. 이런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서 규범을 정하고 통제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절제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입니다.”
통제보다 삶의'주인되는 법' 알려줘야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아이들일수록 신체활동을 통해 몸의 감각을 깨워주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뇌체조를 통해 두뇌를 활성화시키고, 명상과 호흡으로 뇌파를 안정시키는 것이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고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우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디지털 기기는 더 매력적이고 똑똑해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막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주인이 되게끔 가르칠 일이다. 디지털 기술이 똑똑해질수록 부모는 현명해져야 한다.
[참조] EBS 다큐프라임 ‘디지털 육아의 비밀’
글. 안민경 객원기자 jazzny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