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년 남성들은 피곤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최장 근무시간을 자랑하는 나라인 만큼, 장시간 업무에 야근, 잦은 회식까지 겹치면 피로는 몇 곱절로 늘어난다. "간 때문이야!"를 외치며 에너지 음료를 먹어보지만, 간의 피로는 점점 더 쌓여갈 뿐이다.
간은 가로막 아래 우상복부에 위치한 장기이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담즙산 등의 대사를 비롯해 호르몬 대사, 해독작용 등의 주요 기능을 담당한다. 간 질환 중에서 가장 무서운 질병은 간암이다. 간암은 우리나라 40~50대 남성 사망원인 1위로 꼽힌다. '침묵의 장기'라 부를 정도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게다가 다른 암보다 사망률이 상대적으로 높아 예방과 조기치료가 필수적이다.
간암은 다른 암과 달리 발생 고위험군이 있다. 국내에서 간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B형 간염(72.3%)이며, 그 외 C형 간염, 알코올 간 질환 등이 흔한 원인이다. 간혹 드물게 지방간이나 자가면역성 간염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하나, 주로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 간 질환 등의 상당수에서 간경변증을 거쳐 간암이 발생한다.
간암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생아, B형 간염 항체가 없는 성인, 보건의료 종사자, B형 간염 유병률이 높은 지역에 가는 여행객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권장한다. 하지만 C형 간염은 아직 예방접종이 없다. 간암 고위험군은 간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검진을 받도록 한다. 평상시 과도한 음주는 간경변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절제하는 것이 좋다.
간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영양소의 체내 이용률이 낮고, 신체 영양소모량이 증가해 오히려 영양소 필요량은 증가한다. 총 섭취량이 부족하면 체내의 단백질 분해 및 체중 감소, 영양결핍을 초래하므로 충분한 칼로리와 영양소를 섭취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충분한 칼로리 섭취는 신체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간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현미, 율무, 팥, 수수, 보리 등의 곡류와 섬유소가 많은 채소, 과일을 먹으면 좋다. 단백질은 손상된 간세포를 재생시키고, 체단백질 분해작용을 최소화한다. 생선, 콩, 두부, 기름기를 제거한 살코기, 달걀 등의 어육류와 우유를 먹어주면 도움이 된다. 단, 간경화가 있는 경우에는 단백질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간 피로를 푸는 기체조
간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얼굴에 윤기가 없고 목이 마르며 속이 메스껍고 가슴이 답답하다. 양 옆구리에 통증이 있거나 화를 잘 내기도 한다. 기체조를 하면 간과 연결된 경락을 자극해 기혈순환이 좋아진다. 또한, 체온이 높아져 혈관이 확장되므로 전신에 충분한 산소를 공급한다. 이때 흘리는 땀에는 노폐물과 발암 물질, 몸속의 독소가 섞여 나오므로 간의 부담을 덜어준다.
☞ 팔 뻗어 가슴 펴기
호흡과 함께하는 이 기체조는 횡격막을 움직여 간장 부위를 마사지하는 효과가 있다. 팔을 뻗었을 때 손끝부터 발끝까지 몸 전체를 느껴본다.
1. 다리는 어깨너비로 벌리고 선다.
2. 손바닥이 아래쪽을 향하도록 하여 양팔을 앞으로 수평이 되게 뻗는다.
3. 숨을 들이마시면서 왼손은 머리 위로, 오른손은 허벅지를 스치면서 최대한 뒤로 밀어준다.
4. 숨을 내쉬면서 원위치로 돌아온 후, 반대로도 해준다.
5. 좌우 각각 3회씩 반복한다.
☞ 발끝 닿기
짧은 시간 안에 간 기능을 좋게 하는 동작이다. 발끝은 펴고 넓적다리가 벌어지지 않게 하여야 더욱 효과적이다.
1. 자리에 편안하게 눕는다.
2. 윗몸을 일으켜 두 손을 발끝에 닿게 한다. 두 발목을 잡아도 된다.
3. 아랫배 단전에 집중한 상태에서 10초 정도 자세를 유지한다.
4. 천천히 자리에 누우며 처음 자세로 돌아간다.
5. 동작을 5회 정도 반복한다.
☞ 외관족법 자세
간 경락을 자극하고 강화하여 간 기능을 활성화한다. 몸의 피로회복과 무릎 관절 강화에도 도움된다.
1. 발뒤꿈치를 붙이고 선 상태에서 양발은 양옆을 향하도록 한다.
2. 무릎은 각도가 90도에 가깝도록 굽히고 허리는 곧게 편다.
3. 양손의 엄지와 엄지, 검지와 검지를 붙이고 손바닥은 아래를 향하도록 한다.
4. 손의 위치는 어깨 높이로 들고 발가락에 힘을 준다.
5. 5분 정도 자세를 유지한다. 눈을 감고 편안하게 호흡을 해도 좋다.
글. 이효선 코리안스피릿 기자 sunnim0304@gmail.com
일러스트. 단월드 제공 www.dah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