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지구가 심상치 않다. 각종 자연재해는 물론이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테러나 지역 분쟁이 부쩍 늘었다. 모두가 평화를 말하지만 그 누구도 평화롭지 않은 지구에서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지난 8월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아너스헤이븐에서 열린 '지구시민 청소년 리더십캠프'의 강연자 마네 앤더시안(Mane Anndreasyan) 씨를 통해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 필수과목으로 '지구시민' 가르치는 미국 뉴욕시 교사 마네 앤더시안 씨
앤더시안 씨는 "진짜 교육은 지식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천을 하는 것"이라며 "태양과 같은 조건 없는 사랑, 그것이 지구시민 수업의 핵심이자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앤더시안 씨는 미국 뉴욕시의 고등학교(NYC Lab School for Collaborative Studies) 교사로 재직 중이다. 그녀가 근무하는 학교는 지난해 9월 학기부터 '지구시민' 수업을 10학년(한국의 고등학교 1학년) 필수과목으로 채택했다. 10학년 학생들은 매일 45분씩 한 학기 동안 이 수업을 들어야 한다.
앤더시안 씨는 '지구시민 청소년 리더십캠프'에서 학교에서 하고 있는 지구시민 샘플 수업을 진행했다. 캠프에는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온 청소년 200여 명과 미국에서 지구시민 교육, 뇌교육을 가르치고 있는 트레이너들이 함께했다. 10명씩 20개 그룹으로 나누어 진행된 수업에서 학생들은 그녀가 제시하는 질문에 답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지구시민이 되는 방법, 지구시민의 삶을 실천하는 방법을 익혀나갔다.
캠프는 국제뇌교육협회(IBREA, 협회장 이승헌)가 선포한 '뉴욕 뇌교육 주간(Brain Education Week in NY)'을 맞아 국제뇌교육협회와 미국 ECO(Earth Citizen Organization, 지구시민연합)가 주최했다. 캠프를 모두 마친 뒤 앤더시안 씨를 만나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 '지구시민 청소년 리더십캠프'의 강연자 마네 앤더시안 씨가 지난 8월 4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아너스헤이븐에서 열린 '지구시민 청소년 리더십캠프'에서 지구시민 강의를 하고 있다.
ㅡ캠프에서 지구시민 수업을 선보였는데 그 키워드로 '사랑'을 제시했다.
"지구시민 수업에서 사랑을 강조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이 지구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평화와 공존을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자기만의 조건에 맞춘 것이다.
지구시민 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은 태양과 같은 조건없는 사랑이다. 태양은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따지지 않고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평등하게 태양에너지를 준다.
지구시민 수업의 핵심은 학생들이 널리 모두를 이롭게 하는 '홍익 마인드'를 갖는 것이다. 널리 모두를 이롭게 한다는 것은 조건 없이 누구에게나 큰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으로 학생들에게 지금 이 순간, 바로 나를 사랑하는 것부터 시작하도록 한다. 학교 수업에서는 처음 한 달 동안 학생들이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탐색하는 것이다.
자기를 사랑하게 되고 자기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학생들은 그 지점에서부터 이를 실천하기 위해, 다시 말해 '홍익 마인드'로 '홍익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프로젝트를 선택하고 진행하게 된다."
ㅡ'지구시민' 과목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필수과목으로 지정되었다.
"그렇다. NYC Lab School for Collaborative Studies 10학년(우리의 고1)들이 이수해야 하는 필수과목이다. 10학년의 필수과목이 2가지인데 그 중 하나가 '지구시민' 과목이다.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지구시민운동의 교육적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뇌교육을 통해 명상과 신체활동, 프로젝트 등을 한다. 특히 다른 교과목에서 배운 지식, 정보들을 실생활에 접목해 융합, 활용하는 프로젝트들이 많이 진행된다.
작년까지는 선택과목 중 하나였는데, 대학 입학 전 학점을 미리 취득하는 선행 이수 수업(AP, Advanced Placement)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지구시민 수업은 필수과목이 되어야 한다'며 교장선생님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해주었다. 지구시민 과목을 듣는 학생들이 지구와 지속가능한 발전, 인성, 정신적인 건강의 중요성 등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또 생활의 변화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온 청소년 200여 명과 미국에서 지구시민 교육, 뇌교육을 가르치고 있는 트레이너들은 이날 10명씩 20개 그룹으로 나누어 앤더시안 씨의 진행에 따라 지구시민 수업을 체험했다.
NYC Lab School for Collaborative Studies의 필수과목인 '지구시민'은 한국과 일본에서도 청소년을 위한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4년, 일본에서는 올해 4월 개교한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가 바로 지구시민 교육을 하고 있는 대안고등학교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하반기 미국 설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원래 역사 교사였던 앤더시안 씨는 지구시민 과목을 가르치면서 벤자민인성영재학교와 같이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교육을 꿈꾸고 있었다.
ㅡ교육에 대한 개념과 방법에 있어 대전환이 필요한 세상이다. 교사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요즘 스마트폰만 있으면 온갖 정보를 다 찾을 수 있다. 정보화 시대 아닌가. 지식 습득이 교육의 제1 목표여서는 안 된다.
진짜 교육이 해야 하는 것은 내가 누구인지, 인간이란 어때야 하는지, 인성을 키우기 위해 무엇을 하면 되는지, 사랑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것인지 이런 것들을 가르치고 배우는 곳이 학교여야 한다고 본다. 인간으로서 정체성, 책임감을 알고 이 지구에서 계속해서 살아가기 위한 것들을 배우는 곳 말이다.
내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지구시민 과목을 하게 된 것은 무척 감사한 일이다. 교장선생님이 내게 자유로운 수업권을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구시민 과목에서는 한 분야 특정 지식 습득에 집중하지 않는다. 모든 과목에서 배운 지식들을 활용하는 융합 과목이다. 기존 수업에서 배운 것들을 실생활에 적용하는 프로젝트 실행 수업. 이런 게 진짜 교육이고 진짜 배움이 아니겠는가."
▲ '지구시민 청소년 리더십캠프'에는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온 청소년 200여 명과 미국에서 지구시민 교육, 뇌교육을 가르치고 있는 트레이너들이 함께했다.
ㅡ앞으로의 목표나 꿈이 있다면.
"모든 아이들은 자신이 얼마나 가치로운 사람인지를 알고 자신이 귀한 사람이듯, 주변 다른 사람들도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귀한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이 지구라는 것도.
이런 것들을 배우고 명상을 통해 자기성찰을 하며 생활 속에서 하나씩 실천하며 주변을 변화시켜나가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가 정말 인상적이다. 지구 상 모든 나라에 벤자민인성영재학교가 생겨야 하지 않겠나.
이를 통해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바꾸고 싶다. 어려운 일이겠지만, 정말 중요한 일이다. 미국의 교육이 바뀌면 전 세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가리라 생각한다."
마네 앤더시안 씨는 인터뷰를 하면서 수차례 '홍익'이라는 단어를 말했다. '홍익 person', '홍익 world'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녀는 한국에서 미국으로 전해진 뇌교육을 접하면서 자연스레 한국의 고유한 철학인 홍익 정신에 매료되었다고 말했다. 널리 모두를 이롭게 하는 홍익이 앤더시안 씨가 그리는 조건 없는 태양과 같은 사랑과 같은 단어가 아닐까.
글. 강만금 기자 sierra_leon@live.com
사진. 국제뇌교육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