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닮은 듯 다른 두 창세이야기 4편] 구약성서 모세오경 중 창세기의 탄생

[기고 - 닮은 듯 다른 두 창세이야기 4편] 구약성서 모세오경 중 창세기의 탄생

닮은 듯 다른 두 창세이야기 지난 글에서는 마고신화가 들어있는 《징심록》<부도지>와 그 저자인 박제상에 대해서 썼습니다. 이번 글은 에덴신화가 들어있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합니다. 많이들 알고 계시듯이 에덴신화는 《구약성서》의 모세오경 중 <창세기>에 실려 있는 창세신화입니다.

《구약성서》는 원래 히브리경전으로 ‘율법서(토라 Torah)’, ‘예언서(네비임 Neviim)’와 ‘성문서聖文書(케투빔 Ketuvim)’의 3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중 율법서에 해당하는 부분이 ‘모세오경’으로 《구약성서》첫 5권인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 <민수기>, 그리고 <신명기>를 말합니다.

▲ 미켈란젤로가 1513년~1516년 제작한 모세상.(산 피에트로 인 빈콜리 성당 소장).

모세오경의 히브리 이름인 ‘토라(Torah)’는 삶 전반에 대한 ‘방향제시’, ‘가르침’, ‘규범’ 등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앞에 모세의 이름이 붙은 것은 전통적으로 오경의 저자가 모세라고 믿어져 왔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창세기>의 저자도 모세가 되는데  오경의 저자는 과연 모세였을까요?

서기전 13세기경에 활약하던 모세라는 인물과 관련된 이스라엘의 중대사건들은 오랜 시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각 지역과 여러 지파의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전해 내려옵니다. 그러다가 서기전 10세기경 다윗왕 때부터 몇몇 서기관들에 의해 기록되기 시작했고, 솔로몬왕 때는 왕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본격적인 문헌화작업에 착수합니다.

이 때 서기관들은 각각의 이야기들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다양한 전승들을 야훼신앙에 입각하여 손을 보게 됩니다. 그렇게 조금씩 문서로 작성되던 여러 전승들은 서기전 6세기 바빌론유수 때 대거 집대성됩니다. 물론 이때에도 오래된 전승들은 기록하는 당시 시대적 상황에 맞추어 다시 재해석되고 신학화되는 과정을 겪습니다. 이리하여 오경이 완성된 것은 서기전 550년에서 450년 사이로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세오경이 거의 천년에 가까운 제작과정을 거쳤다는 사실은 오경이 단순히 한명의 저자에 의해 저술된 책이 아님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성서학자들은 같은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내용들이 함께 실려 있는 것, 모세 사후의 역사적 사건이나 정치 상황, 도시이름이 기록되어 있는 것, 하느님의 이름이 각각 다른 것(야훼, 엘로힘 등)에 의문을 품고 연구를 계속하였습니다. 그 결과 오경이 어느 한 시대, 어느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님을 밝히게 되었습니다.

19세기 후반 독일의 성서학자 벨하우젠은 오경이 각각 다른 4개의 전승이 각기 다른 시대에 써져 최종 편집자에 의해 집대성되었다고 보았습니다. 4개의 전승은 ①야훼계 전승(J문서) ②엘로힘계 전승(E문서) ③신명기계 전승(D문서) ④제관계 전승(P문서)입니다.

외부지역의 영향에 대해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았던 벨하우젠과 달리 궁켈은 《구약성서》안에 등장하는 민담, 전설, 법, 시편 등이 고대 근동 즉, 수메르나 바빌로니아 등의 영향을 받은 것을 밝혀냈습니다.

실제로 근대 이후 계속된 발굴로 메소포타미아에서 점토판문서 등 중요한 사료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 쐐기문자 점토판의 복원과 해독으로 <창세기>의 시작 ‘태초에’라는 말과 창조를 해나가는 순서가 수메르의 <에리두 창세기>와 바빌로니아의 <에누마 엘리쉬>, <아트라하시스> 서사시에서 차용했다고 밝혀지고 있습니다.

노아의 홍수신화 역시도 <에리두 창세기>의 지우수드라, <아트라하시스> 서사시의 아트라하시스, 그리고 <길가메쉬> 서사시의 우트나피쉬팀이 노아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을 뿐입니다. 그 밖에도 이웃나라 신화에서 따온 내용들이 많습니다.

《구약성서》<창세기>에는 서로 다른 두 전승의 창세이야기가 합쳐져 있습니다. 첫째 이야기는 <창세기>1장1절에서 2장4절 앞 문장까지로 ‘6일간의 창조이야기’입니다. P문서이며 이때 신의 이름은 ‘엘로힘’입니다. 둘째 이야기는 2장 4절 뒤 문장부터 3장 24절까지로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하와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이야기입니다. 이때 신의 이름은 ‘야훼’이며 J문서입니다. 2장 4절 앞 문장은 P문서이고 뒤 문장은 J문서입니다. 이것으로도 모세오경이 여러 전승을 짜깁기하듯 편집하여 기록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첫째 이야기의 신 ‘엘로힘’은 인간에게는 보이지도 않고 볼 수도 없는 초월적인 존재입니다. 인간이 이 신을 직접 뵈면 죽는다고 믿었습니다. 꿈이나 환시, 구름, 천둥, 천사나 모세라는 중개자를 통해서만 인간과 소통합니다. J문서인 아담과 하와의 둘째 이야기가 사실은 더 오래전 민간에서 전해져 내려오던 이야기입니다. 둘째 이야기의 신 ‘야훼’는 사람과 똑같은 신인동형의 인격신으로 사람 같은 감정을 가집니다. 마치 사람이 하는 것처럼 진흙을 빚어 사람과 들짐승과 새를 만들며,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산책도 하는 신입니다. 그럼 왜 신의 이름도 다른 두 가지 창세이야기가 <창세기>에 실리게 되었을까요?

▲ 김윤숙/ 국민인성교육강사, 찬란한 우리역사이야기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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