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20세 고령화 시대, 노인 아닌 어르신이 필요하다

[기고] 120세 고령화 시대, 노인 아닌 어르신이 필요하다


▲ <사진=Pixabay 이미지>

세계보건기구(WHO)가 2016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 세계 대부분의 사람들이 60세 이상 살게 되었다. 2050년이 되면, 5명당 1명은 60세 이상의 나이일 것이라는 예측이다. 모든 사람이 존엄성과 평등함을 누리면서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 인류의 이상을 위해 노인의 소외 문제를 점검해야 하는 이유이다. 

고령화로 인한 국가경제 부담과 노인빈곤 또한 전 세계적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이코토미스트>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인구가 15~64세 인구에 의존하는 “노령 인구 의존 비율”(old-age dependency ratio)이 2015년 13%에서 21세기말에는 38%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령화 추세가 유례없이 빠른 우리나라의 경우,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노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4%에서 2030년 24.5%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압축된 경제성장과 맞물려 사회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노년에 대한 대비가 미흡해, 고령화와 함께 노인빈곤 문제가 심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불평등한 고령화 방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66세~75세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2.7%에 달한다. OECD 38개 비교 대상국 중 1위다. 

인구 고령화로 인한 사회·경제적 문제의 해결책으로 정년 연장, 사회보장 시스템 정비, 노인차별주의 극복 등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노년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던 사회의 시각도 많이 바뀌고 있고, 성공적인 노년을 위한 조언들이 미디어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나에게도 닥칠 확률이 아주 높은 노년기가 전 생애에서 갖는 연속성과 가치에 대한 성찰이 아직 부족한 듯 하다. 

마침 올해, WHO가 10월 1일을 '세계 노인의 날(International Day of Older Persons)'로 선포하고, 노년기의 삶의 질을 높이는 포괄적인 건강을 측정하기 위한 방법으로 '기능적 능력(functional ability)'이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있다. 이 개념은 2015년에 WHO에서 발표한 <노년과 건강에 대한 국제보고서(World report on ageing and health)>를 통해 정리되었다.

#건강한 노년,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WHO는 20세기말, '단순한 질병의 부재가 아닌 육체적, 정신적, 영적, 그리고 사회적 웰빙의 상태'로 건강의 개념을 확장한 바 있다. 동일한 맥락 속에서 WHO는 '건강한 노년'을 자신이 가치있게 여기는 것들을 성취하는 것이 가능하게 하는 근본적이고 전인적인 속성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전인적 건강을 위해 마련한 전략과 계획들은 단순한 질병의 부재와 치료와 아닌, 모든 노인들이 그들이 가치있게 여기는 일들을 지속하면서 성장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을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능적 능력'이란 전 생애에 걸쳐 추구하는 삶의 목표와 가치를 위해 기능할 수 있는 능력이다. 노화의 과정은 유전적 요인과 생활 습관, 소득과 교육 수준, 직업, 성별 등의 개인적 특성, 그리고 불가피한 신체적 노화의 요소들 간의 상호 작용이다. 이러한 상호 작용이 건강한 삶을 위한 개인의 육체적, 정신적 역량의 총합으로서의 내적 역량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내적 역량은 개인이 몸 담고 있는 환경적 요인에 따라 충분히 발현되기도 하고 억제되기도 한다. 거동이 불편한 상태에 있더라도 보조 기구를 사용할 수 있거나 대중교통 수단 가까이 산다면 이동할 수 있는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환경에서는 움직임이 제약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환경적 요인과 내적 역량 사이의 상호 작용에 의해 나타나s는 것이 개인의 기능적 능력이다. 환경적 요인에는 사회보장 정책과 제도, 노인 친화적인 도시 계획과 편의 시설, 건강한 노화를 위한 건강 상품과 기술, 사회적 관계망 그리고 문화·사회적 사고방식과 가치관 등이 있을 수 있다. 

▲ 생물학적 노화에 따른 기능적 능력과 내적 역량의 변화 추이. 내적 역량이 낮아지더라도 환경의 뒷받침으로 기능적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 (출처: 노년과 건강에 대한 국제보고서, WHO)

노인이 살아가고 있는 공동체 안에서 최대한 행동과 선택의 자율성을 보장하면서 안전하게 자기 계발을 지속할 수 있는 자율성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령 인구의 니즈에 맞게 보건 시스템과 편의 시설 등을 정비하고 사회복지 제도를 확충하는 등 환경적 요인을 개선하는 것은 특히 노인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소외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요하다. 동시에 건강한 노년의 전인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인류 초유의 장수시대에 맞게 삶의 궤도를 새롭게 설계하고 적극적으로 노년기를 경영할 수 있는 삶의 기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노년기를 은퇴 전의 삶으로부터의 단절이 아니라, 자신의 고유한 삶의 목적을 이루어가는 완성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 후반기 인생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어르신 문화

최근 국제뇌교육협회 이승헌 협회장의 신간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는 20세기의 ‘출생-교육-취업-은퇴‘의 생애 패턴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21세기 120세 장수 시대에 우리 고유의 선도(仙道)사상을 통해 전해져온 삶의 ’완성‘의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20세기의 생애 패턴이 시스템 속에서 사회가 제시하는 자격과 능력을 갖추고 성공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완성을 추구하는 삶은 내가 추구하는 철학과 내적 가치가 기준이 된다. 완성을 위한 삶을 산다는 것은 성공보다는 내적인 가치, 즉 ’인격완성‘을 위한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선도사상에서는 개인이 일생을 통해 추구해야 할 가치를 ’홍익인간‘의 이념으로 제시하고 있다. 돈, 명예, 권력보다 인격완성에 대한 것, 이기적인 것보다 공적인 것, 전체를 위한 정신을 홍익인간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완성을 향해가는 삶에 대한 선도사상의 철학은 우리 말 속에 남아있다. 이승헌 협회장의 또 다른 저서 <행복의 열쇠가 숨어있는 우리말의 비밀>에서 그는 어린이, 어른, 어르신이라는 우리말에 숨어있는 선도의 인간관을 소개한다. 정신, 혹은 우리말로 ‘얼’이 영글어 가는 과정에 따라 ‘어린이’는 얼이 어린 사람, ‘어른’은 얼이 익은 사람, ‘어르신’은 얼이 완숙하여 얼이 신과 같은 사람을 뜻한다고 한다. 사람의 일생을 얼의 성장의 관점에서 시기별로 나눠 부른 것이다. 인류의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WHO에서 노년의 건강한 삶의 조건으로 삶의 목적과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기능적 능력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으로 확장시킨 것이 그래서 반가운 것이다. 서울시는 몇 년 전 ‘노인’이라는 호칭을 ‘어르신’으로 바꿔 사용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었다. 노인복지과를 어르신복지과로 변경하는 식으로 말이다. 

삶을 완성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경영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이루고 싶은 삶의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에서 이승헌 협회장은 개인이 아닌 전체를 위한 새로운 삶의 목표를 세우고 인생의 후반을 설계하는 것이 개인의 웰빙과 나아가 인류 전체의 진보를 위해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65세에 뉴질랜드에 조화와 공존의 공동체 모델인 ‘얼스빌리지(Earth Village)'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작하면서 큰 꿈과 목표가 노년에 갖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엄청난 에너지와 열정을 쏟아야 하는 목표가 있다면 앞에 올 시간들이 그냥 주어진 시간이 아니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영해야 할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건강, 행복, 평화는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긍정적인 정보를 뇌에 제공함으로써 그러한 현상을 적극적으로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 뇌활용의 원리 중 하나이다. 노년기의 웰빙을 이루기 위한 원리 또한 다르지 않다. 노년에 전력을 다해 이루어야 할 삶의 목표를 세우고 노년을 새롭게 설계하는 것이 자신에게 잠재된 기능을 발현하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글. 김지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팀장

<참고자료>
⦁ World report on ageing and health 2015, World Health Organization http://www.who.int/ageing/events/world-report-2015-launch/en/
⦁ The Global strategy and action plan on ageing and health, World Health Organization http://www.who.int/ageing/global-strategy/en/
⦁ 나는 120살까지 살기로 했다, 이승헌 저, 한문화
⦁ 행복의 열쇠가 숨어있는 우리말의 비밀, 이승헌 저, 한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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