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원의 뇌똑똑 자녀교육 32편] 트라우마, 고통인가 성장인가?

오주원의 뇌똑똑 자녀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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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오주원 기자 |입력 2018년 07월 26일 (목)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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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뉴스나 신문에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어느 날 갑자기 멀쩡하던 건물이 무너지고 다리가 내려앉고 날아가던 비행기가 떨어지고, 배가 가라앉는다. 이런 충격적인 일들 당할 때 우리의 뇌는 혼란에 빠진다. 이를 흔히 마음의 상처 또는 트라우마(trauma)라고 표현한다. 정신의학이나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트라우마는 극심한 불안과 우울, 분노의 감정과 뚜렷한 행동의 변화를 동반하는 마음의 상처를 말한다.
 
#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한 트라우마는 우리의 몸과 마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첫째는 과각성이다. 뇌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하고 교감신경계가 활성화 되어 위협적인 상태로부터 도망치거나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팔다리의 근육에 에너지와 산소를 빠르게 공급하고, 동시에 격렬한 심장박동과 숨가쁠 정도의 호흡 등 괴로울 정도의 흥분과 과잉각성 상태가 된다. 과잉각성상태가 지속되면 크고 잦은 감정기복, 불안장애와 불면증 같은 심리적인 문제들이 나타나게 된다. 언제 그런 일이 또 일어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 초조, 두려움으로 신경이 매우 날카로워져 주위 사람들에게 신경질, 공격적 반응을 보이고 때로는 심한 분노를 표출한다.

둘째는 재경험이다. 외상 사건을 경험하고 한참 시간이 지나도 피해자들은 마치 현재에도 그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강렬한 경험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고의 후유증을 앓은 사람은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만으로도 당시의 극심한 불안, 흥분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셋째, 회피와 둔감화이다. 이러한 트라우마의 재경험은 강한 정서적 고통을 유발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은 이러한 고통을 피하고 자신을 보호하려는 시도로 외상 사건이 기억날 만한 작은 단서들도 회피하게 된다. 또한, 경험한 현실이 너무도 압도적이어서 받아들이기 힘들 때, 우리의 뇌는 의식을 변형하여 기억을 못하게 하는 기억상실증을 일으켜 외상으로부터 나를 보호하거나 또는 외상을 경험한 내가 너무 괴롭기 때문에 ‘내가 아니었으면’하는 바램에서 정말 내가 아닌 것처럼 느끼는 해리장애를 일으켜 현실의 자극에 둔감해지게 함으로써 우리를 보호한다. 기억상실증이나 해리장애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인 것이다.

트라우마는 이와 같은 큰 사건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일어난다. 직장에서 내몰린다거나 이혼당하기도 하고, 친구들로부터 왕따를 경험하고, 부모님께 혼나고, 학교에서 창피당하고... 이렇게 우리는 살면서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일들을 겪게 된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 자신의 잘못이나 부족한 점이 노출되었을 때 어른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데, 이런 경험들이 아이들에게는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고등학교 1학년 화학시간에 전체 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칠판에 적혀있는 문제를 풀지 못해 버벅거리고 선생님께 혼나고 창피당하고, 게다가 그 시간 내내 무릎 꿇고 손들고 있었던 일이 트라우마가 되었다. 그 이후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스트레스가 심한 날에는 그 때의 당혹스럽고 창피한 경험이 꿈으로 재생되어 깜짝 깜짝 놀라는 경험을 종종하곤 한다. 무지하기 짝이 없던 시절이었다. 

아이들의 경우, 부모나 교사의 반응이 중요하다. 부모나 교사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야단을 친다거나 비난하거나 놀리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경우, ‘나는 뭔가 부족한 사람’, ‘사랑받을 가치가 없는 사람’, ‘불필요한 존재’라는 부정적인 자기인식이 형성되고 이후의 삶 전반에 걸쳐 트라우마 경험자들이 겪는 유사한 반응을 보이며 자신과 세상을 보는 시각을 왜곡시키고 경직된 삶을 살게 된다. 아이들의 이러한 증상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고통을 방어하고 고통을 견디기 위한 정신 작용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 트라우마는 반드시 부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인가? 

지금까지 트라우마를 치유하던 임상가들은 트라우마는 고통의 주범이라고 생각하고 ‘고통으로부터의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트라우마 경험자들로부터 ‘회복을 넘어선 성장’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특히, Tedeschi와 Calhoun은 이를 ‘외상 후 성장(post traumatic growth)’라고 이름붙이고 이를 ‘인간이 살면서 경험하는 매우 도전적인 상황에 투쟁한 결과로 얻게 되는 긍정적 심리적 변화’라고 정의하였다.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이 단순히 외상 이전의 기능 수준으로의 회복이 아니라 개인이 가지고 있던 이전의 적응 수준이나 심리적 기능수준을 넘어선 진정한 변화를 경험한다는 것이다.

외상후 성장을 경험하는 사람들은 세 가지 영역에서 성장을 보고한다. 자기와 세상에 대한 관점의 변화, 대인관계에서의 변화, 삶에 대한 철학적 영적 인식의 변화이다. 예를 들면,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은 “예전에는 관계가 피상적이었는데 지금은 주변사람들에게 연락도 자주하고 문자도 자주 보내고 문상 갈 일이 있으면 만사 제쳐놓고 찾아가려고 노력해요”, “전에는 내 가족만 챙기고 잘 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후원금을 내는 단체가 많아졌어요”, “힘든 일을 겪어보니 인생에 실패도 없고 성공도 없다는 생각이 들고 다른 사람들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면서 세상을 보는 관점이 훨씬 넓어진 것 같아요”. 라고 하면서 사건을 경험하기 전보다 더 성장했음을 보고한다.  

우리의 피부에 난 상처가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아물 듯이, 마음의 상처도 저절로 치유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트라우마는 개인의 노력여하에 따라 그 치유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트라우마, 외상, 상실은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지만 그 고통을 이겨낸 후에는 성장하여 우리로 하여금 삶의 가치와 의미, 목적에 대해 다시 생각할 수 있게 하며, 삶의 방향을 바꾸게도 하며, 가족과의 관계를 새롭게 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측면에서 반드시 부정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뇌교육의 다양한 활동들은 트라우마의 고통을 감소시키고 성장을 촉진시킨다고 볼 수 있다. 트라우마로 인한 강한 정서적 반응이나 신체적 반응들은 신체화되고 무의식화 되기 때문에 언어에 기반을 둔 기존의 치료법으로는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뇌교육의 다양한 활동들 중, 뇌체조, 호흡, 에너지명상, 뇌파진동명상, 음악, 심상, 메시지, 상호교류 등은 변연계의 과도한 활동을 잠재우고, 정서적 신체적 이완을 유도하고,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키는 등 트라우마 치료에 적합하다.

결국, 우리가 살면서 피할 수 없는 트라우마는 극복할 수 있고 회복을 넘어선 성장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다만, 먼저, 트라우마의 본질에 대해서 잘 이해하고, 상처와 상실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몸과 마음의 변화를 잘 살피고 관리한다면 고통이 아닌 성장으로 이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 오주원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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