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영의 음악 속 삶 3편] 음악에서 자기 경영을 배우다

브레인 Vol.76

이지영의 음악 속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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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브레인 기자 |입력 2019년 07월 31일 (수)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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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소리에 집중해 봐

무대에 올라가는 것은 늘 긴장을 동반한다. 무대를 올라가기 전이 더 떨린다. 준비한 대로 잘 하고 싶은 마음, 실수 없이 하고 싶은 마음, 최고의 무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다. 이 떨림은 심장에서 제일 먼저 반응한다. 심장박동소리가 내 귀에 전해질 정도로 쿵쾅거린다. 무대로 올라가면 관객들의 박수 소리에 요동치던 심장 소리는 귓가에 들리지 않지만 박수 소리가 끝나고 피아노 앞에 앉아 숨을 가다듬으면 심장은 다시 포르테(f, 크게)로 뛴다. 포르테로 시작하는 곡이라면 쿵쾅거림을 감출 수 있지만 피아노(P, 작게)로 시작하는 곡이라면 적어도 곡의 16마디가 지나도록 떨림 반 음악 반이다. 고장난 메트로놈(박자 맞출 때 쓰는 음악기기)에 박자를 맡긴 듯, 쿵쾅거림은 연주를 방해한다.

초등학교 1학년 때 피아노 콩쿨에 나갔을 때다. 사람들 앞에 선다는 것 자체가 떨렸다. 가슴이 마구 떨리기 시작했다. 이 떨림은 온몸으로 전해져 페달을 눌러야 할 오른쪽 다리는 의지와 상관없이 1초에 20번 이상 경련이 일어날 정도였다. 익숙하지 않은 공간, 심사위원의 따가운 시선이 나를 움츠러들게 했다. 하지만 곡의 중간 쯤을 연주할 무렵 폭풍 후 맑게 개인 듯한 편안한 마음으로 연주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뿌듯한 성취감을 느꼈다.

남들 앞에 선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스스로 극복한 첫 번째 경험이었다. 작은 성취감을 반복하며 알게 되는 긴장을 관리하는 방법은 비단 연주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작은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팀 회의를 하며 내 의견을 발표해야 할 때, 강의를 할 때 등 크고 작은 다양한 무대에서 필요하다. 무대를 많이 경험할수록, 실패와 성취의 반복 경험이 쌓일수록 긴장을 경영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긴장을 경영하는 방법 중 가장 효과 있는 방법은 바로 “자기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다. 외부의 영향에 아랑곳하지 않을 수 있는 힘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라’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그것, 바로 내가 원하는 소리를 들으라는 것이다.

자기 소리 듣기

피아노 연주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자기 소리 듣기”이다. 자기 소리 듣기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음악을 잘 표현하고 연주하기 위해 꼭 필요한 방법 중 하나다. 자기가 내는 소리를 듣는 것은 초보일 때는 어렵다. 악보를 하나하나 보며 치기도 어려운데 치는 소리를 들을 틈이 없다. 바흐부터 쇼팽까지 다양한 음악을 연주해보며 작곡가의 스타일과 차이를 알게 되고 배움이 짙어질 때 자신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소리는 피아노를 치기 시작하면서 부터 있었음에도 그동안 들을 수 없었던 거다. 듣지 못했던 거다.

자신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는 순간이 ‘유레카’이다. 그 때부터 음악적 표현도 더욱 자연스럽게 된다. 자기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를 알게 되면 새로운 소리도 창조할 수 있다. 비로소 그동안 어렵게 생각되었던 음악적 언어와 표현들이 가깝게 다가와 있음을 느낀다. 자신의 소리를 듣게 되면서 알 수 없는 기쁨과 환희심을 느끼기도 한다. 가슴을 꽉 차게 했다가도 다시 비워지는 순간들을 여러 번 경험하면서 음악과 하나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감이 온다.

내 손 끝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음악이 곧 ‘나’인 경험은 긴장과는 이미 멀어진 얘기다. 긴장의 경영을 넘어선 ‘무아’의 경지가 된다. 두려움, 기대감 같은 감정의 변화, 남의 시선, 평소와 다른 환경은 자신의 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나에게 더 이상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독주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길게는 1년, 짧게는 6개월 이상을 악기와, 작곡가 그리고 그의 작품과 많은 시간을 보낸다. 볼수록 정이 든다는 말이 맞다. 음악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특별해 질 때쯤 사랑으로 발전한다. 음악적 표현이 익숙해지고 드러내고 싶은 만큼 표현하며 음악이 무르익는다.

사랑과 정성을 들인 만큼 결과로 나타나면 흡족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마음에 들 수 없다. 이만큼 했으면 완벽할 만한 것 같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보인다. 그래서 힘들고 속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더 이상 마음 주기가 싫다. 소원해진다. 남녀의 사랑 얘기와 같은 과정이 독주회 준비과정과 너무나 닮았다.

자신의 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였는가? 내면의 소리에 충실했는가? ‘나’에서 시작되는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은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더욱 크게 한다. 결과가 어떻든 그 과정에 더 집중하게 된다. 내면의 변화와 자신이 내는 소리에 집중할수록 음악에 대한 만족감과 사랑이 깊어진다.

남들의 시선보다는 내가 보는 마음의 시선에 집중하면 내면의 강함이 생긴다. 창조할 수 있는 나만의 소리와 색깔도 짙어진다. 내 인생의 무대는 남들이 만들어 준 것도, 그들이 평가하는 것도 아니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 가치를 실행하는 거다. 그 무대는 긴장은 순간에 톡 쏘는 탄산 같은 존재가 될 때까지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며 성장하는 것이다.

글. 이지영 leemusiclab@gmail.com | www.leemusiclab.com
음악인문학자 이지영은 피아니스트, 음악방송인, 공연기획자, 콘서트가이드, 음악큐레이터 등의 폭넓은 활동을 하면서 ‘삶 속의 음악, 음악 속의 삶’이라는 화두로 대중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 다양한 경험과 만남을 통해 얻은 삶의 지혜를 <브레인>을 통해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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