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스터디] 공감각, 뇌에 울려 퍼지는 감각의 합주곡

브레인 Vol.76

뇌과학 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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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에서 각각의 음계에 색깔이 보인다고 피아노 건반에 알록달록 색을 칠하는 바람에 선생님께 꿀밤을 맞고, 학교에서 견학 간 미술관의 작품을 보고 떠오른 노래를 큰 소리로 불러 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았던 공감각.

그는 한 감각기관을 통해 다른 감각까지 경험한다는 이유로 비정상 취급을 받았다. 그랬던 그가 창조적이고 멋진 예술가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을 직접 들어 보았다.


Q.처음엔 모자이크 처리와 음성 변조를 원했지만 다시 당당히 자신을 밝히겠다고 했는데, 자신의 소개를 부탁한다.

내 이름은 공감각이다. 한자로는 共感覺, 영어로는 synaesthesia이다. 부모님이 그리스 작명소에서 지으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리스어로 ‘함께’를 의미하는 syn과 ‘지각하다’를 뜻하는 aisthesis가 합쳐져 ‘감각을 한꺼번에 느낀다’라는 뜻을 가졌다. 보통은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의 감각 인상과 그 원인이 되는 물리적 자극을 일대일로 대응한다.

하지만 나는 한 자극에 두 가지 이상의 감각을 느낀다. 음악을 들으면 색깔이 보이고, 그림을 보면 음악이 들리고, 글자를 보면서 촉각을 느끼기도 한다. 인터뷰하는 동안 내가 조금 소란스럽고 정신없이 굴더라도 이해해주길바란다.

Q.당신에 대해 ‘약물을 복용했다’거나, ‘있어 보이려고 실체 없는 은유적 표현만 남발하고 다닌다’는 등 떠도는 말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하하, 내가 삼류 시인이라도 된 듯하다. 예전에 어떤 과학자들은 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로 ‘crazy man’ 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난 미치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밝혀내지 못한 것에 대한 그들의 변명일 뿐. 환각제인 LSDlysergic acid diethylamide를 먹으면 공감각이 더 많이 나타난다는 것에 대해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난 약물 복용을 하지 않는 상태에서도 활발히 활동한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 예를 들면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라는 표현이 있다. 김광균 시인의 ‘외인촌’이라는 제목의 시로 기억된다. ‘종소리의 청각이 푸르다’는 시각으로 연상되는이런 표현처럼, 은유는 의미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해 나를 예술로 승화한 것이다. 난 은유적 표현으로만 존재하는 유령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감각이다.

Q.그럼 당신이 ‘crazy man’이나 은유적 표현으로만 존재하지 않고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밝혀달라.

얼마 전 나는 내 존재를 밝히기 위해 한 실험에 응했다. 그 실험은 어떤 자극에 대하여 감각·지각 정보를 처리할 때의 뇌의 활동 이미지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나는 평소 숫자 ‘5’를 보면 그것을 빨간색으로 감지하곤 한다. 그래서 그 실험은 나에게 숫자 ‘5’를 보여주고 뇌의 반응을 측정했다.

뇌의 관자엽 방추회 내에는 색깔 영역인 V4와 숫자 영역이 있다. 그런데 숫자 ‘5’를 보았을 때, 기능별자기공명영상에 숫자 인지 영역과 색깔 감지 영역이 동시에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같은 실험을 통해 공감각이 없는, 내가 활동하지 않는 뇌는 숫자 인지 영역만이 활성화되었다. 이 실험으로 감각 영역이 각각 독립적으로 기능한다는 기존의 학설이 뒤집어짐과 동시에 내 존재가 명백히 밝혀졌다.

Q.당신이 존재한다는 것은 인정하겠다. 하지만 당신의 그 신비한 능력이 어떻게 나타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음…, 내 출생의 비밀까지 밝혀야 하나. 태아 시기에 뇌는 과도한 연결 상태에 있다. 그러다가 몸이 만들어지고 뇌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뇌의 영역이 독립해가며 서로 신경 연결이 가지치기를 한다. 이때 감각 영역 또한 독립적인 영역으로 분리된다. 나, 공감각은 바로 그때 뇌신경의 가지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감각 영역들이‘독립 만세’ 를 외치지 못해 태어난 듯하다.

하지만 이것이 나의 전부는 아니다. 이 사실만으로 천재로 믿은 내가 진화가 덜 된 비정상이라며, 배신이라고 생각하지는 마라. 내가 서번트savant들과 천재적인 예술가에게 많이 나타나기는 하지만 연상 학습으로 나를 발산하려고 하는 이들 또한 많다. 예술가들은 감각적 통합을 이뤄내기 위해 나를 훈련한다. 또한 많은 수재들은 통합적 사고를 위해 의도적으로 나를 배양하려고 노력한다.

Q.나는 나를 공감각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 나에게 당신이 숨어 있다는 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나.

공감각을 가진 사람들 중에는 다른 이들보다 색에 대한 감각이 훨씬 뛰어난 이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나는 보통 사람들보다 예술가 사이에서 8배 정도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나는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이들에게 존재한다. 2,000명 중에 한 명 꼴로. 한 가지 실험을 함께해보자.

두 그림이 있다. 하나는 구름 같은 곡선 그림이며 하나는 톱니 같은 뾰족한 그림이다. 그리고 ‘키키’와 ‘부부’라는 이름이 있다. 두 단어를 사용해 각각의 그림에 이름을 붙여보자. 어떤 그림이 키키이고 어떤 그림이 부부일까? 여기서 98%의 사람이 톱니 모양의 것을 키키, 둥근 구름 모양을 부부라고 선택했다고 한다.

이것은 억양에서 비롯되는 리듬감으로, 당신이 98%와 같은 선택을 했다면 당신 역시 공감각자다. 소수가 가지고 태어나는 특이한 존재든, 후천적으로 키울 수 있는 능력이든 공감각은 매력적인 감각이다. 한 가지만을 고수하지 않고 다른 감각과 함께 공존함으로써 감각을 더욱 풍부하게 하는 ‘공감共感’의 감각이기에.

글·브레인 편집부 | 일러스트·이부영 | 자료제공= 한국뇌과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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