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스터디] 기저핵, 기적의 결정권자

브레인 Vol.76

뇌과학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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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쉥이는 바다를 항해하다 영원히 머물 곳을 찾으면 바로 자신의 뇌를 먹어치운다고 한다. 더 이상 결정할 문제가 없기에 뇌의 존재 가치도 사라지는 것이다. 사람의 뇌 또한 결정을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햄릿의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부터 ‘오늘 점심으로 짜장면을 먹을 것이냐 짬뽕을 먹을 것이냐’의 결정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은 판단과 결정의 연속이다. 뇌의 결정 과정에서 기저핵은 결정적 존재이다. 드라마틱하게 펼쳐지는 생활 속 결정의 순간들, 기저핵 탐험에서 그 생생한 드라마 촬영 현장을 만나보자.   


퇴근 후 집으로 가는 골목길은 좁고 멀기만 한데, 매번 앞에 오는 사람과 정면으로 마주친다. 골목길에서 사람은 양방 통행인지라 이런 일이 다반사지만 그럴 때마다 나의 뇌는 하얗게 경직된다. ‘어느 쪽으로 피할까’ 눈동자를 좌우로 한참 굴리다 오른쪽으로 비켜선다. 그런데 그 사람이 여전히 내 앞에 서 있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 드디어 전진. 나의 우유부단한 행동은 항상 이런 식이다. ‘하늘이시여, 차라리 저를 사뿐히 즈려밟고 가주세요.’

생각과 행동의 수줍은 망설임, 기저핵

기저핵은 우리가 생각이나 행동을 결정하는 데 있어 결재를 해주는 곳으로, 대뇌반구의 중심 깊숙이 안전하게 자리 잡고 있는 핵의 집단이다. 사람이나 자전거가 마주 오는 좁은 길, 뇌는 기저핵에 피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그 신호에도 기저핵의 결재가 떨어지지 않으면 자전거를 코앞에 마주할 수도 있다. 기저핵의 운동 담당 부위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엔 몸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이나, 반대로 의지와 상관없이 계속 움직이게 되는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에 걸릴 수 있다.

[Tip] 도파민이 부족한 파킨슨 씨

기저핵은 운동에 대한 결정 권한이 있지만 도파민이 없으면 그 결정이 심각한 혼란을 초래한다. 기저핵이 근육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분비하는 신경 전달 물질이 도파민이기 때문이다.

파킨슨병은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의 손상으로 도파민이 부족하게 되어 발생하는 운동 기능 장애이다. 파킨슨병은 서서히 진행되어 진단이 어렵기에 판명이 났을 때는 이미 도파민을 전달하는 신경세포가 80% 이상 파괴된 이후이다. 국내의 한 연구에 의하면 매일 하루 1시간 정도의 빠르게 걷기 운동으로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한다.

거실 TV에서 온갖 고물을 집 안 구석구석에 쌓아놓고 잠잘 곳까지 잡동사니에 침범 당한 사람이 나온다. 혀를 끌끌 차며 내 방으로 들어선 순간, 4차원의 세계로 들어온 듯 나의 시선이 3인칭 관찰자 시점이 된다. 이름표까지 붙여져 잘 정리된 상자가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내 방. 어릴 적 물건부터 최근에 본 영화 티켓, 포스터까지 모두 내 살 같은 존재들이다. 해마다 버리자고 결심하지만 그 좌절의 역사가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강박증, 선조체

강박증은 어떤 생각이나 장면이 자꾸 떠올라 불안을 느끼고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일정한 행동에 집착하는 것을 말한다. 강박증에는 집착과 우유부단으로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하거나 결벽주의, 완벽주의와 같은 유형이 있다.

최근의 한 연구에 따르면 강박증은 습관이 아닌 뇌의 이상으로, 다른 생각이나 행동으로 전환하는 능력인 인지적 유연성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인지 기능과 관련된 등쪽 전두-선조체 회로dorsal frontal-striatal circuit와 감정과 보상과 관련된 영역인 배쪽 전두-선조체 회로ventral frontal-striatal circuit의 이상 패턴이 그 원인으로 밝혀졌다.

[Tip] 의심해봅시다. 나도 혹시 강박증?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강박증을 인간에게 장애를 가져오는 10번째 질환으로 보고했다. 성격으로 치부하고 쉽게 지나칠 수 있는 강박증, 자신이 강박증 초기는 아닌지 한번 의심해보자.

➊ 같은 일,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➋ 사소한 일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➌ 간단한 일에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계속 꾸물거린다.
➎ 작은 일에 심한 감정 변화를 보인다.

일주일 전에 본 산뜻한 노트북, 책상 위 노트북은 보란 듯이 잘 돌아가는데 자꾸만 그 노트북이 눈앞에 아른거려 괴로울 지경이다. 왜 하필 그 시간, 그 장소에, 그 노트북이 있었단 말이냐. 차라리 만나지 않았던들 이 고통, 이 괴로움 나에겐 없을 걸~. 그런 순간에도 이리저리 돈을 맞춰보느라 빠르게 회전하는 머릿속, 화들짝 놀라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현실로 돌아온다. 하지만 여전히 입 안에 맴도는 말… ‘아~ 질러, 말아?’

내 머리 위에 강림하신 ‘지름 신’, 측좌핵

우리가 사물이나 행동을 결정할 때의 판단 기준은 삶에 가져다줄 보상의 크기이다. 예상보다 실제로 더 많은 보상이 주어졌을 때 우리의 쾌락과 만족은 커진다. 이러한 보상 시스템을 통한 경험은 학습이 되어 결정에 변화를 가져온다.

측좌핵은 동기와 행동에 관련된 보상회로로 이 부위가 자극되면 도파민의 농도가 올라간다. 상품을 선택할 때, 이 도파민의 농도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편 광고와 같은 반복적인 자극에 자주 노출될수록 측좌핵이 활성화되는데, 이러한 상태는 충동구매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Tip] ‘지름 신’을 쫓는 부적, 웃음

물건에 대한 충동구매가 계속되면 더 큰 도파민과 쾌락을 좇아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도파민의 분비를 조절하고 매 순간 결정의 주인이 되기 위해 먼저 거울을 보고 웃어보자. 웃음은 측좌핵을 자극하기 때문에 도파민 농도를 높여주고 만족감을 가져다준다.

이러한 웃음을 통한 보상은 의사 결정 능력까지 키워준다. 또한 ‘지름 신’이 강림했거나 금단현상이 나타날 때는 운동이나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자. 뇌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운동을 할 때 도파민 수치가 올라간다.

글·브레인 편집부 | 일러스트·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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