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준비로 정신없이 바쁜 아침, 허겁지겁, 집을 나선다. 중요한 서류를 잊어버리고 나왔음을 알고 다시 집으로 들어간다. 그러나 막상 집에 들어가서는 뭘 가지러 다시 왔는지 생각이 나지 않아 허둥댄다.
옛날에는 한번 들은 전화번호나 사람 이름도 기억을 잘 했는데, 나이가 들면서 몇 번을 들어도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이런 경험들은 한 두 번씩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머리가 잘 안 돌아간다거나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등의 말을 자주 한다. 정말 나이가 들면 머리가 나빠지는 것일까?
런던 택시 기사, 운전경력 오래 될수록 뇌가 다르다
영국 런던의 택시 운전사들은 복잡한 런던 시가지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가로질러 목적지까지 빠르게 이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들은 도로정보 시험을 통과해 면허를 취득하려면 보통 3~5년 동안 혹독한 훈련을 거친다. 런던 중심 반경 10km의 모든 골목을 외우고, 시내 구석구석을 머리 속에 새겨 넣어야 한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신경과학자 엘리너 매과이어(Eleanor Maguire) 교수팀이 이들을 대상으로 MRI를 이용해 뇌를 촬영해 보았다.1) 그 결과 런던의 택시운전사들은 같은 연령의 다른 사람들에 비해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hippocampus)가 더 컸고, 운전 경력이 오래될수록 해마 크기가 더 컸다고 한다. 해마는 학습과 기억, 특히 공간 기억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런던 택시 운전사들의 뇌가 업무에 필요한 능력에 대응하기 위해 계속 적응하고 변화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뇌가소성이란?
이와 같이 뇌의 기능이나 구조가 경험이나 자극, 환경에 의해 변화하는 특성을 뇌가소성 혹은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머리가 좋고 나쁨은 유전적 영향이 크며, 일생 동안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뇌과학의 여러 연구들을 통해 뇌는 학습과 경험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자신의 노력에 따라 뇌 회로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가소성 때문에 인간은 스스로 뇌를 변화시킬 수 있으며, 학습과 경험을 통한 배움이 가능하다. 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우듯 집중력, 사고력, 유연함 등도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 뇌가소성은 평생 유지되는 특성이며, 뇌는 자극을 더 많이 받을수록 더 발달하고 강화된다. 나이가 들었기 때문에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머리가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었다고 공부를 게을리 하거나 새로운 경험으로부터 멀어진 결과인 것이다.
뇌는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마음 자세가 중요
스탠퍼드 대학교의 캐롤 드웩(Carol Dweck) 교수는 수학 성적이 떨어지는 중학교 1학년 학생 91명을 대상으로 8회에 걸친 워크숍을 진행하였다. 연구팀은 학생들을 2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에는 수학을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배우게 하고, 다른 그룹은 수학 공부방법과 함께 뇌 가소성에 대해서도 배우게 했다. 즉, 연습과 훈련으로 우리의 뇌는 변화하고 발달할 수 있다는 교육을 받게 한 것이다.
이후 두 그룹의 성적의 변화 추이를 지켜보았는데, 성적이 향상된 학생 중 76%의 학생들이 뇌 가소성에 대해 교육을 받은 그룹의 학생이었다. 뇌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노력에 의해 발전하고 향상될 수 있다는 걸 믿는 것이 훨씬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캐롤 드웩(Carol Dweck) 교수는 이것을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 set)이라고 하였다.2) 사람의 능력이나 지능은 변화 가능하다고 믿는 사고방식을 의미한다.
뇌의 변화와 성장에는 균형 잡힌 식생활, 규칙적인 운동, 꾸준한 독서, 새로운 것에 대한 배움 그리고 사람들과의 관계 등이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뇌는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변할 수 있고 발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이다. 결국 뇌가소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뇌를 바라보는 태도와 마음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건강하고 스마트한 뇌로 학업이나 업무를 더 잘 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나의 뇌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부터 가져보자.
아동청소년 두뇌코칭전문 기관 ㈜BR뇌교육 컨텐츠팀 팀장이자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두뇌잠재력을 키우는 두뇌개발 및 인성컨텐츠 개발 및 교육, 각종 강연을 통해 청소년들과 학부모들에게 뇌교육의 중요성, 두뇌활동 원리와 활용법을 전하고 있다.
[참고자료]
1) 안데르스 에릭슨(2016), 1만 시간의 재발견, 비즈니스북스
2) 캐롤 드웩(2014), Carol Dweck〮TEDxNorrkoping, The power of believing that you can impr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