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이미 지구촌이 하나로 연결되어져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매일매일 전 세계 각국의 확진자 수치가 TV 한켠을 장식하고 있고, 집약된 정보인프라와 발달된 행정체계를 갖춘 한국은 이동하는 도시마다 확진자 동선이 긴급문자 알람으로 날아온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글로벌 대유행을 의미하는 팬데믹을 선언한 시점에, 과거 메르스 사태의 실패를 넘어선 우리나라의 단기간 응축된 대응체계와 정보 투명성은 의미 있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그 중심에 의료인들의 고군분투와 시민들의 차분한 대응과 참여는 더욱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제는 시간의 흐름 선상에서 코로나19가 갖는 의미를 인간 뇌의 특별함 차원에서 한번 되짚어보자. 현재는 인간 개개인의 의식이 투영되어 만들어진 결과이며,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자 하는 마음기제가 만든 현실이 결국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뇌를 가진 다른 척추동물들은 시간이 흘러도 주변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오진 않지만, 인간은 머릿속에 떠올린 상상을 현실로 이뤄내는 창조적 능력으로 인해 시간의 흐름 자체가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다.
코로나19가 사람과 동물 사이에서 상호 전파되는 병원체에 의해 전염되는 이른바 ‘인수공통감염병’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나아가 인류의 무분별한 도시문명 확장에 따른 생태계 파괴가 그 이면에 자리하고 있다는 정보 역시 이제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유엔이 가속화되는 지구생태계의 위기 앞에 새롭게 제시한 국제사회의 지표인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시작이 2015년이었으며, 오랜 노력의 산물인 유엔 파리기후변화협약이 위태롭기 짝이 없는 현실 앞에 서 있다는 사실 또한 현재의 위기와 다르지 않음이다.
지속가능한 인류와 지구의 미래 앞에서 ‘뇌’에 더욱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20세기 컴퓨터 혁명으로 시작된 인류 문명이 21세기 스마트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연결된 정보화 사회로의 본격적인 시대에 접어들었다는데 있다.
지난 세기가 반도체, 조선, 자동차, 비행기, 스마트폰 등 눈에 보이는 ‘상품’이 문명 발전을 주도한 물질문명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보이지 않는 ‘정보’가 새로운 문명의 열쇠로 자리한다는 데 크게 이견이 없다. ‘코로나19’라는 정보가 거대한 지구를 하나로 연결 짓고, 그에 따라 모든 삶이 요동치는 현실을 지금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정보를 입력 받아, 처리해서, 출력하는 이른바 ‘정보처리기관’인 뇌 차원에서 IT(정보기술)에 바탕을 둔 정보화 사회로의 진입은 ‘정보’ 자체가 뇌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뇌가 받아들이는 정보의 양 자체가 과거에 비해 수백배 증가했고, 정보 전달 속도와 확산이 지구 전체에 거의 동시간대에 이뤄지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모든 정보는 결과적으로 뇌의 활동에 의해 축적되고 활용되어 진다. 정보의 양이 많고 커질수록, 반복되고 지속될수록, 사람들은 정보에 종속되고 영향력을 받을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결국 뇌 속에 담긴 정보의 질과 양이 그 사람의 행동과 사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열쇠가 될 것이며, 모든 것이 연결된 세상 속에서 ‘정보’가 새로운 문명의 키워드가 될 것이다. 정보가 물질을 창조하는 세상 속에서 정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가 인간의 삶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 중심에 뇌가 자리할 것이다.
정보화시대 측면에서 볼 때, 뇌교육(Brain education)은 21세기 정보기술이다. 뇌를 움직이는 핵심기제를 ‘정보’로 개념화하고, 신체와 뇌와의 상호 관계 속에서 신체적 자신감, 감정조절 향상을 바탕으로 의식의 확장성을 이끌어 내는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뇌를 움직이는 열쇠인 정보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마음기제의 총사령탑인 인간의 뇌는 지구상 그 어떤 생명체보다 ‘뇌는 훈련하면 변화한다’라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의 원리가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적용되는 존재이다. 결국 ’교육‘ 기제가 변화를 만든다. 전 생애에 걸쳐 일어나는 ‘학습’은 인간 뇌의 가장 강력한 특징이다.
‘교육(Education)’이란 인간의 마음기제를 변화시키는 인류 사회의 보편적 체계로서 철학, 원리, 방법을 가져야 한다. 분명한 것은 이제는 ‘틀이 있는 교육’을 지향한 20세기를 뒤로하고 21세기 ‘틀이 없는 교육’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며, 창조성과 평화적 가치추구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 두뇌의 사고 영역은 한 국가가 아니라 지구촌이어야 하고, 인간 고유의 상상력과 감성을 키우며, 무한한 창조성을 마음껏 이끌어내는 환경과 더불어 ‘나는 누구인가’로 대표되는 내면 탐색과 의식 확장은 21세기 인류가 주목해야 할 핵심적인 교육기제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지구촌 대변혁의 시점에 미래교육의 새로운 날개 짓을 기대해본다.
‘틀은 깨뜨리고, 인간의 가치는 높인다’
글. 장래혁
누구나가 가진 인간 뇌의 올바른 활용과 계발을 통한 사회적 가치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뇌과학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하였고, 현재 뇌교육 특성화 대학인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과 전임교수로 있다. 유엔공보국 NGO 국제뇌교육협회 사무국장, 2006년 창간된 국내 유일 뇌잡지 <브레인> 편집장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