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를 창조할 때 사용한 똑같은 사고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글로벌 팬데믹, 그리고 그로 인한 경제 위기와 전 세계의 봉쇄, 소셜 미디어. 이것들이 합쳐져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운동을 촉발시켰다. 그리고 구조적 인종차별과 경찰의 폭력성을 미국인과 국제사회의 의식 위로 드러냈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비극적이고 비인간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 하나만으로는 이 운동이 설명될 수 없다. 4년 전 우리는, 필란도 카스티유가 자신의 여자친구와 딸이 보는 가운데 그의 차 안에서 살해당하는 것을 영상으로 목격했다. 그리고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결국 경찰에 의해 목이 졸려 숨지는 에릭 가너의 영상들을 보았다.
무고한 흑인 소년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총에 맞아 죽어간 수많은 사건들의 부검 기사들에 우리는 점점 둔감해졌고 백인 경찰들은 이러한 고의적 살인을 용서받았다. 타미르 라이스, 마이클 브라운, 프레디 그레이, 브레오나 테일러, 스테판 클라크. 매년 (혹은 슬프게도 더 자주) 흑인 젊은이들이 경찰에 의해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는 사건들이 잠깐 동안 전국을 휩쓸고 지나고 또 잊혀진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 무엇이 달라질 수 있을까?
▲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시위 장면 (사진=Johnny Silvercloud)
나는 답이 인류의 집단의식 속에 있다고 믿는다. 최근 페미니즘과 기후변화, 그리고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은 인류 의식 혁명을 가져올 집단적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이러한 변화가 지속되도록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지금의 변화에 가속도를 붙여 정말로 정의롭고 지속가능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우리는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까?
우선 세계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들의 공통점을 살펴보자. 인종차별, 전쟁, 성차별, 난민위기, 빈곤, 성소수자 차별, 기후변화 등등. 이 문제들의 공통점은 모두 인간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것이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 문제들이 ‘자연적인’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말 이 문제들은 특정 가치 체계, 태도, 의식의 수준을 반영하는 행동에 의해 의도적으로 존재하게 된 것들이다. 암울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오히려 매우 희망적인 소식이다. 인간이 문제를 만들었다면, 이제는 좀 다른, 더 나은 무엇인가를 창조할 수 있는 힘도 인간에게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호킨스 박사는 그의 저서 《의식혁명》에서 ‘의식의 지도’를 그렸다. 의식의 지도는 인간의 각성 정도가 어떻게 생각과 감정, 행동을 좌우하는지 보여준다. 인간의 의식이 유동적이고 변화가능해서 삶의 경험과 긍정적 환경, 훈련과 의지에 따라 발전할 수 있다는 그의 분석은 매우 흥미롭고 희망적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의식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 의식의 변화에 필요한 요소들은 무엇인가?
# 첫 번째 요소_진실과 화해
“진리가 너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그러나 먼저 너를 열 받게 할 것이다.”
- 글로리아 스타이넘
브라이언 스티븐슨은 진실을 알리는 이야기꾼이다.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인 그는 젊었을 때 앨라배마주로 이사해서 ‘평등 정의 이니셔티브(Equal Just Initiative)’를 창립했다. 이 비영리단체는 형사사법제도에서 공정성 실현을 옹호해왔다. 《저스트 머시》라는 스티븐슨의 감동적인 책에는(이 책은 이후 영화화됨.) 앨라배마주에서 어린이와 가난한자, 그리고 흑인들을 변호했던 그의 30년간의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이 책 속에서 미국 최남부 지방인 앨라배마주의 사법제도는 구조적 인종차별과 처벌 만능주의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1인당 재소자 수가 가장 많다. 그리고 이 재소자들 중 흑인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다. 흑인이 전체 인구 중 13퍼센트인 반면, 재소자의 비율은 40퍼센트가 넘는다. 살인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이 사형을 받을 확률은 사망자가 백인인 경우 11배나 더 높아진다. 그리고 사망자가 백인이고 피고가 흑인이라면 그 피고가 사형을 받을 확률은 22배로 높아진다. 스티븐슨은 이러한 불의가 어떻게 일어나게 되었는지 책과 강연을 통해 설명한다. 그의 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단지 진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스티븐슨은 독일의 홀로코스트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종차별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의 사례를 통해 진실과 화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그러나 미국은 어떠한가? 미국은 (아메리카 원주민의) 집단학살과 (흑인) 노예제도 위에 세워진 나라다. 노예제도는 폐지되었지만, 백인우월주의의 시스템은 경제적, 법적 차별과 국가가 승인한 폭력의 결합으로 인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독립전쟁이 끝나고 흑인들은 노예제도와 별 차이가 없는 소작농을 선택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기회의 희소성에도 불구하고, 한때 남북 전쟁 후의 ‘재건 시대’ 동안 흑인들은 정치적 경제적 자유를 위한 몇 가지 수단을 획득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흑인들의 월스트리트(Black Wall Street)’라고 알려진 오클라호마주의 털사와 같은 도시에서는 은행, 호텔, 극장 등 흑인 소유의 산업이 융성했었다. 그러나 곧 주정부가 승인한 테러가 일어났다. 재건시대가 끝나고 공권 운동이 일어날 때까지(1882년-1968년 사이에 일어난 흑인 인권 운동) 매주 한명 꼴로 흑인이 공개적으로 살인을 당했다.
이러한 문맥에서 볼 때, 경찰의 폭력성과 대량 수감은 미국이 역사적으로 반복해온 방식이다. 거의 100년 가까이 지속되었던 짐 크로우Jim Crow법은 인종 분리를 합법화하여 수백만의 흑인들이 빈곤을 대물림하게 만들었다. 1960년대 중반 이러한 인종 분리가 금지되고 레드라이닝(Redlining, 인종에 따른 금융 서비스 차별) 등의 경제적 차별 속에서도 투표권이 성문화되었다. 그럼에도 흑인 유권자에 대한 탄압은 여전히 노골적으로 행해지고 있다. 미국의 현 대통령은 남부지방 흑인들의 투표권 행사를 방해하기 위해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우편투표를 금지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것들이 지속적으로 백인우월주의와 불평등을 강화하고 있다. 따라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라고 주장하는 운동은 여전히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그리고 현재도 정부와 미국의 시민의식은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그저 믿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라면서 나는 인종차별에 대한 이러한 진실을 학교 역사시간에 배운 것이 아니다. 내가 배운 교과서들은 이런 식으로 설명했다. “노예제도는 나쁘다. 아브라함 링컨이 노예를 해방했다. 그리고 마틴루터킹 목사는 공권운동을 이끌었고 이후 모든 것이 좋아졌다.” 이러한 역사의 “화이트워싱white washing” 때문에 많은 백인들은, 흑인들이 이제는 과거를 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며 우리는 이미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느끼는 이유이다.
백인 미국인으로서, 나는 이러한 무지가 일으킬 분노를 그저 상상만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브라이언 스티븐슨의 접근 방법이 나에게 그렇게도 영웅적으로 다가온다. 그가 진실을 말하는 의도는 백인 미국인을 부끄럽게 하거나 복수를 하거나 혹은 분노를 조장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미국인에게 인종차별의 역사를 교육시키는 목적은 우리 모두를 자유롭게 하기 위해서이다. 미국에서 자행된 폭력의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국립평화정의기념관’을 세운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미국을 벌하기 위해 미국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에는 관심 없다. 나는 미국을 자유롭게 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콜럼버스의 동상을 무너뜨리고 경찰서에 불을 지르는 것이 정의라고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행위를 야기한 의식으로는 – 호킨스 박사가 구분한 바에 따르면 힘power에 대립되는 위력force으로서 - 다른 사람들로부터 또다른 폭력을 야기할 뿐이고 폭력과 억압의 악순환을 지속시킬 뿐이다.
# 두 번째 요소_나 자신과의 연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변화하고 있는 마음이다.”
- 아나사지 재단
진실을 말하는 것이 우리의 첫 걸음이라면, 우리의 의식을 성장시키기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할까? 대화를 통해 세계를 새롭게 이해하는 과정에 참여하는데 있어, 마음을 열고 불편한 진실들을 편하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명상 훈련이 필요하다고 나는 믿는다.
우리는 모두 내면에 순수하고 아름다운 스피릿을 갖고 있다. 끊임없이 소셜미디어와 뉴스가 돌아가는 시대에, 마음을 가라앉히고 이 스피릿을 만나기 위해서는 심신 훈련의 기술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흡과 명상을 하면서 우리 자신을 회복하는 시간을 갖게 될 때 우리는 내면의 참된 나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만남을 통해, 모든 영적·종교적 전통의 바탕이 되는 시간 불변의 진리를 깨닫게 된다. 바로,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사실 말이다.
모든 존재가 하나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비로소 우리는 사회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다른 사람들을 우리의 형제자매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개개인의 삶의 경험에서 비롯된 제한된 관점을 벗어나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각자의 진실, 그리고 전체로의 조화의 필요성을 볼 수 있게 된다. 소외된 사람들의 고통을 우리 자신의 것으로 느낄 수 있고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내면의 열정을 일깨울 수 있다.
지구시민운동은 인류의 의식 성장을 통해 평화롭고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창조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고대 한국의 천지인 사상을 기반으로 한 명상과 심신수련, 공동체의식 회복, 브레인트레이닝 등은 인류의 의식 성장을 위한 도구들이다.
나는 학교 교사로서 사회에 변화를 만들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그러다 2004년 지치고 소진된 상태에서 명상을 접하게 되었다. 지구시민운동의 철학과 구체적인 심신수련법들은 나의 삶을 바꾸어놓았고, 교사의 꿈을 간직한 참된 나와 다시 연결되도록 도와주었다.
나의 변화는 학생들에게도 이어졌고, 학생들의 변화가 다시 나에게 끝없이 열정을 불어넣었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브레인파워웰니스는 500개가 넘는 학교에서 2만5천명의 교사들과 50만명의 학생들에게 명상을 훈련시켰다. 우리의 꿈은 미국의 모든 학교에 이 훈련법들을 보급하는 것이다. 명상을 통해 우리의 집단적 트라우마를 치유하게 되면 우리의 아름다운 스피릿을 활용하여 우리 모두를 위한 평화로운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고 믿는다.
▲ 브레인파워웰니스 활동 모습 (출처=브레인파워웰니스 페이스북)
# 세 번째 요소_ 공동체 회복
“잘 놀면 된다.”
- 이승헌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불편함 속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말의 순서가 정말 중요하다. 우리는 먼저 편안해져야 한다.
지구시민운동의 창립자인 이승헌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총장은 유엔에서의 한 연설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한 문장으로 답한 적이 있다. “서로 잘 놀면 된다.” 내가 하는 일의 많은 부분은 사람들로 하여금 잘 놀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팀워크를 키우는 활동들을 하면서 함께 몸을 쓰고 숨 쉬고 웃는 것. 이것이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활동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개인과 집단 차원에서의 변화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서로의 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연결을 통해 서로 진심으로 신뢰하고 존중하게 되고, 우리로 하여금 방어벽을 낮추고 서로 공감하고 진심으로 협력하여 해결방안들을 찾도록 만든다.
위의 세 가지 요소들은 함께 작동해야 한다. 명상의 자기관리 도구가 없다면 진실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노력은 사사로운 인신공격처럼 느껴질 수 있다. 진실을 밝혀 화해하려는 의도가 없이는 공동체를 회복하고자 하는 노력은 지속가능하지 않다. 공동체의 변화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없이는 개인적 명상 훈련은 자기 과시와 현실 도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세 가지 요소가 같이 작동한다면 정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진실을 이야기하자. 내면의 자기 자신과 연결하기 위해 명상을 하자. 그리고 진정한 공동체를 만들자.
우리 스스로 변화의 주인공이 되자. Let’s be the change.
글. 데이브 빌 Dave Beal dave@brainpowerwellness.com | 번역. 김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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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브레인파워웰니스(Brain Power Wellness)
뉴욕주에 위치한 교사 연수 및 강사 양성 전문 기관. 2007년부터 뉴욕시의 공교육 교사들을 대상으로 긍정적 교실 환경 조성을 위한 신체적·인지적 활동과 명상, 사회·정서적 웰니스 전략들을 가르쳐왔다. 한국에서 정립된 뇌교육을 10년간 미국 학교 환경에 맞게 적용하여 개발한 브레인파워 10 시스템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팀워크, 건강, 집중력, 주의력, 기억력, 정서적 건강, 자신감, 창의력, 인성, 시민의식 10개의 주제 아래 교사들이 수업 시간에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신체운동과 명상, 놀이 등의 활동들로 구성돼 있다.
2015년 뉴욕시 사우스브롱크스 지역의 한 중학교에서 180명의 정서 조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위험군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개월간 뇌교육 수업을 통해 과잉 행동 장애나 또래 문제 등 부정적인 사회 정서 지표에서 큰 변화를 보였고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가 향상되었다. 이러한 성과는 뉴욕시 공립학교에 뇌교육이 빠르게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브레인파워웰니스는 브레인파워스쿨네트워크를 운영하며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뇌체조와 명상 등 뇌교육을 잘 활용해 두뇌 친화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