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인문학] 철학적 사유와 나, 뇌의 주인이 된다는 것

브레인 Vol.83

브레인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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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 김지인 기자 |입력 2020년 08월 29일 (토)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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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

대학에서는 여전히 인문학과가 인기가 없지만 서점과 방송가에는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 전문가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학문의 틀을 벗고 삶의 문제에 직접 맞닥뜨리며 대중과 호흡하는 책과 강연들이 풍성하다. 

고 3 여름방학 때까지 나는 국문과를 가서 문학을 통해 간접적으로라도 생명과 인생의 의미에 대해 탐구해 보고 내 인생의 방향을 정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그럴 바에는 본격적으로 철학으로 부딪혀 보는 게 어떨까 생각을 바꾸게 되었던 계기가 아마도 시몬느 드 보봐르가 쓴 <모든 인간은 죽는다>라는 실존주의 소설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학교 선생님들의 반대를 무릎 쓰고 철학과에 들어갔다. 처음 배우는 과목은 서양철학사였다. 고대 그리스에서 시작되는 형이상학이었다. 대부분의 사춘기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대충 실존주의 문학이 전해준 철학에 대한 인상과 기대를 가지고 철학과에 들어온 나는 “세상과 나는 존재한다, 존재하지 않는다”를 가지고 싸우는 고대 형이상학에 멘탈이 붕괴되는 것 같았다. 엄연히 내 몸뚱아리가 존재하고 있는데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다잡고 근대 인식론까지 서양철학사를 공부하고 나니 그게 그 뜻이 아니라 존재와 의미, 진리와 인식에 대한 논쟁들이었다는 것을 내 삶의 맥락 속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대학 4년을 보내며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에 대해 한발짝 떨어져서 질문하는 데 익숙해졌다. 

#질문하지 않으면 흐르는 대로 살게 된다

내가 대학을 졸업한지 20년도 더 지난 지금은 철학이 던지는 질문들을 삶과 연결하고자 하는 좋은 철학서적들이 많다. 그 중 <철학, 삶을 만나다>의 저자 강신주 교수는 이러한 철학적 사유를 ‘미리 삶을 낯설게 하는 기술’이라고 쉽게 풀었다. 

삶을 왜 낯설게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그에 의하면, 물론 음미되지 않는 삶은 맹목적인 삶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삶 자체가 항상 ‘낯설어지는 무엇’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렇지 않게 되는 순간, 예를 들면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과 같은. 

자명해 보이는 것들을 낯설게 바라보고 질문하는 연습을 미리 하지 않으면 우리는 삶에서 허둥거리게 되고 누군가 나에게 이야기하는 대로 끌려 다니며 우연에 맡겨 살게 된다. 그렇게 살지 않으려면 필요한 것이 이러한 철학적 사유의 연습이다. 

<인문학은 밥이다>에서 김경집 인문학자는 우리나라 인문학 열풍의 시작이 1997년 IMF 외환위기와 맞닿아 있다고 회고한다. 자신의 삶을 조직을 위해 희생하며 그곳에서 승진하고 퇴직하는 정해진 라이프 사이클을 그리며 살아오다가, 정리해고와 구조조정 등으로 당연했던 삶의 모습이 일순간에 날아가 버렸다. 그러면서 ‘과연 나는 무엇인가?’ ‘나는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등의 회의와 성찰이 인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나는 나의 뇌인가?

지금의 교육이 현실적으로는 직업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교육에 치우쳐져 있지만, 그 이상은 개인의 가능성을 실현하며 사회에 기여하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간의 양성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그 기반이 되는 것은 비판적 사고 능력을 포함한 자유롭고 합리적인 이성의 계발이다. 

그러나 뇌과학의 발달과 함께 물질세계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의 고유한 정신적 측면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점점 물리적 현상으로 설명되고 있다. 학자들은 아직 뇌과학으로 밝혀낸 것은 인간 의식의 일부분이라고 한계를 짓고 있지만, 뇌과학과 타 학제간 융합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됨에 따라 경제적 의사 결정, 예술, 윤리적 행동 등 인간 정신 활동의 많은 부분들이 점점 뇌의 작용으로 환원되고 있다. 

인간 몸의 한 생물학적 기관이라는 인식에서, 이 모든 활동을 아우르는 유기체적 총체로 뇌에 대한 이해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뇌 기능의 메커니즘을 이해함에 따라 몸의 건강뿐만 아니라 정서, 행동에도 외부적 자극을 통해 변화를 줄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조절의 ‘노하우’가 모두 나의 외부에서 오는 지식이라는 점이다. 나는 여전히 나의 뇌를 이해하지 못한다. ‘초콜릿을 먹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라던가 ‘운동을 하고 나면 집중이 잘 된다’ 와 같은 노하우는 정말 그런지 체험해야 하고, 더 궁극적으로는 나의 뇌를 직접 체험할 수 있어야 그동안 ‘나’라고 생각해왔던 익숙한 관념들을 뛰어넘어 이 뇌의 체험이 보여주는 또 다른 나의 가능성을 실현하며 내 삶의 주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 아닌가. 

합리적 이성만으로 접근할 수 없으나 더 확장된 의미에서의 삶의 주체성을 가져다 줄 이러한 가능성을 뇌교육에는 ‘뇌운영시스템 Brain Operating System’이라는 개념으로 정리되어 있다. 

이 개념을 제시한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이승헌 총장은 <뇌안의 위대한 혁명 B.O.S>에서 인간의 신경계를 ‘윈도우’나 ‘리눅스’같은 컴퓨터 운영프로그램에 비유하고, ‘뇌운영시스템’이라는 정보처리체계를 써서 적합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신혜숙 교수는 한 논문에서 뇌교육의 핵심적 아이디어인 뇌운영시스템은 지각할 수 있는 의식과 지각할 수 없는 의식을 망라하여 뇌를 계발하고 활용해야 한다는 새로운 통찰에 근거한다고 설명한다. 

# 삶의 주체성과 仙道수련

뇌운영시스템을 직접 체험한다는 말은 곧 ‘내가 내 뇌의 주인이다’라는 것을 체득體得하고 실천한다는 뜻이다. 체험의 방법으로 활용하는 핵심 기술들의 원형은 호흡과 명상, 기공과 같은 한국 전통의 선도仙道에 담긴 심신수련법이다. 

오감五感이나 합리적 이성이 아닌 기氣의 감각 계발을 통해 보이지 않는 에너지 차원으로 의식을 확장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내면 깊숙이 내재된 낯선 나의 모습들을 새롭게 알아가는 방법들인 셈이다. 

자유로운 개인이 만들어가는 주체적인 삶과 스승과 제자 관계를 통해 전해져 온 선도 수련은 어쩐지 서로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 세계 IT 기술의 요람으로 불리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다국적 기업들이 영감과 통찰, 창의성 계발을 위해 동양의 명상에 새롭게 눈을 뜨고 있다는 소식을 보면 그냥 넘길 일은 아닐 것이다.

글. 김지인 jkim618@gmail.com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뉴욕의 디자인학교 Pratt Institute 석사과정 중 인생행로를 인간 뇌의 가치실현에서 찾고 대학원을 중퇴했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의 간극을 메꾸는 방법을 익히고 나누려는 삶의 이정표를 따라 미국, 일본 뇌교육 현장에서 10년간 경험을 쌓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두뇌포털 브레인월드닷컴 기획팀장을 거쳐, 현재 유엔공보국(UN-DPI) NGO인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팀장을 맡아 국제사회에서의 뇌교육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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