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뇌의 시대를 맞이해 대한민국 두뇌산업의 미래와 방향성을 가늠할 ‘브레인엑스포(BrainExpo) 2012 - 뇌, 희망을 말하다’ 가 21일 한국뇌과학연구원(원장 이승헌) 주최로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남미에서 아프리카까지 주목을 받고 있는 뇌교육이 국내 공교육에서는 어떻게 적용되고 있을까? 브레인엑스포 컨퍼런스 ‘정책과제 및 국내외 사례발표’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화영 교수가 "뇌교육을 통한 학교폭력 예방"이라는 주제로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학교폭력 문제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뇌교육 측면에서 바라보면 학교폭력이 해결이 될 것 같다"며 강좌의 첫 시작을 열었다.
청소년기에 학교폭력이 심한 이유
청소년기에 학교폭력이 심한 이유는 청소년기 특유의 뇌 불안정에 있다. 10대 청소년의 뇌를 MRI영상으로 살펴보면 대뇌피질이 10대 전후로 두꺼워졌다가 10대 후반에 얇아진다. 특히 시각이나 청각 등 감각 영역 부위는 10대 중반에 얇아진다. 인지능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10대 후반에 얇아진다. 해당 부위가 얇아진다는 것은 시냅스가 가지치기해서 완성된다는 의미다.
감각과 인지 부분의 시냅스가 서로 다른 시기에 완성되기 때문에 10대의 뇌는 굉장히 불균형하다. 이런 불균형한 상태를 설명하는 말이 여러 가지가 있다. ‘외계인’ ‘날뛰는 힘센 말’ ‘자동차 엔진에 자전거 브레이크를 달았다’ 등 조절 능력과 난폭한 특성을 드러낸다.
학교폭력 가해학생 뇌를 살펴 보자…
10대의 뇌는 불안정한 만큼, 학교폭력이 일어나기 쉽고 특히 중학생 시절 학교폭력은 심각하다.
최근 뇌과학에서는 “폭력은 뇌 전전두엽, 대뇌변연계 이상이 원인”이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적 있다. 성장환경과 유전결함이 겹친 복합행동이라는 것이다.
학교 폭력 가해학생 뇌를 MRI로 살펴보면, 공감을 담당하는 편도핵이 저하되어 있고,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이 저하되어 있다. 그래서 타인의 아픔과 고통 등에 공감하는 능력이 줄어들고 순간적인 충동을 자제하기 어렵다.
2000년, 7월 사이언스에 리더스 데이비드슨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폭력의 뿌리는 뇌 안에 있다. 즉, 분노, 폭력 등 부정적인 감정 조절기능 저하되면 공격성을 충동적으로 폭발시킬 소지가 높다는 전뇌 이론이다.
뇌를 잘 아는 교사가 뇌를 잘 쓰는 아이를 만든다
뇌교육은 뇌와 교육이 잘 융합된 것이다. 뇌교육이라는 것은 신체, 정서, 인지 기능 세 가지를 도합적으로 활용해 정서 건강, 학습능력을 높이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뇌교육으로 학교폭력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직접 학교에서 뇌교육 프로그램을 적용해 보았다.
이화영 교수는 현재 인천기계공고에 있지만 2월까지는 도화기계공고에 근무했다. 이 학교는 학교폭력에 많이 노출되어 있던 학교로 1학기에 뇌교육 명상 교육을 도입했다. 그리고 2학기가 시작한 뒤, 도화기계공고 2학년 340명과 3학년 226명에게 학교폭력에 변화가 생겼는지, 설문지로 조사했다. 그러자 절반이 넘는 학생이 ‘심부름’ ‘금품갈취’ ‘괴롭힘’ 등의 항목에 모두 줄었다고 답변했다.
체벌 없애고 벌점교육으로 뇌교육 명상을
도화기계공고에서 이화영 박사가 뇌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한 후 바뀐 것은 다음과 같다.
1. 전교생 대상으로 아침조회 시간에 뇌교육 명상 실시
2. 체벌을 없애고 상, 벌점제 실시
3. 벌점교육을 방과 후에 실시
4. 벌점교육으로 뇌교육 명상 실시
뇌교육 명상을 실시하면 행복, 공부, 조절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이 늘어난다. 세로토닌 농도가 약하면 스트레스와 폭력성이 증가하며 충동 조절 능력은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또, 명상은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메타인지를 향상시킬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룬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비전명상도 아이들에게 효과적이었다.
비전명상으로 많은 아이들의 성적이 올라갔다. 학교성적은 학교폭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학교 성적이 늦은 아이는 가해자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비전명상으로 성적 성취감이 올라간 학생들이 가진 에너지가 부정적인 에너지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변환되어, 학교폭력이 크게 감소했다.
채벌은 없애고 책임과 규칙은 무겁게
이화영 박사는 도화기계공고 학생부장에 취임하면서 체벌 없애기를 최우선 과제로 잡고 노력했다. 아이들이 체벌 받으면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게 된다. 그러면 그 스트레스가 자기보다 약한 아이를 괴롭히는 반응을 보이게 만들며, 교사들에게 언행을 불손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체벌을 없앤 것은 결과적으로 학교폭력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체벌을 없애는 대신 책임과 규칙은 무겁게 바꿨다고 이 박사는 말했다.
깨진 유리창 이론이 있다. 1982년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이 발표한 이론으로, 동네에 유리창 하나가 깨진 건물이 있으면 얼마 안 있어 그 건물의 모든 유리창이 깨지게 된다. 그리고 그 지역 자체가 우범지역이 된다는 것이다. 1994년에 뉴욕시장이었던 루돌프 줄리아니는 이 이론을 도입해 지하철 낙서, 무임승차, 신호위반 같은 사소한 범죄를 철저히 단속했다. 그러자 이런 사소한 범죄를 없앴을 뿐인데도 살인사건이 2,200건에서 1,000건으로 줄어 들었다.
학교폭력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벌점 교육으로 작은 것을 관리한 결과, 학교폭력과 같은 큰 사건이 줄어들었다. 아이들에게 규칙을 엄하고, 선택과 책임은 무겁고 힘든 것이라는 것을 가르쳐 주기 위해 이화영 박사는 노력했다.
책임이 가볍고 쉬운 것이라면 아이들은 규칙을 지키려 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규칙을 어기면 벌점교육으로 방과후 뇌교육 명상을 받게 한다. 이때 아이들에게 책임서약서를 받는다. 만약 학생이 다음날, 방과후 수업에 나오지 않고 도망친다면 서약서를 받고 핸드폰을 하루 압수한다. 만약 또 도망치면 그 다음날은 신발을 받는다. 이렇게 확실하게 규칙을 정하고 책임을 지게 하면 아이들은 더 이상 도망가지 않는다.
교사는 아이들과 다정다감한 소통을 할 수 있어야
이렇게 뇌교육을 통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것이 해피스쿨 캠페인이다. 해피스쿨은 뇌교육 기본 프로그램을 학교에 도입해서 만든다. 해피스쿨 캠페인에 함께 하는 협약 학교에는 뇌교육 기본 프로그램이 담긴 CD를 제공한다.
해피스쿨 기본 프로그램을 적용한 충남 용남 중학교에서는 아이들의 정서가 순화되고 학교폭력이 줄어들었다. 울산 명덕여자중학교는 학업성적이 올라, 울산 동구 학력 최우수 학교에 선정되었다. 경기 와부고등학교는 뇌교육을 주1회 20분간 했더니 아이들 집중력이 올라가고 특히 자신감이 많이 올라 갔다.
이화영 박사는 강좌가 끝나갈 무렵, 뇌교육 명상이 가장 필요한 것은 사실 교사라고 말했다. 교사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명퇴하는 사람이 많다. 이 박사는 "교사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뇌교육 명상으로 해소할 수 있어, 감정조절이 되기 때문에 학생들과 감정충돌이 없어진다."며 "그래서 성격이 명랑해지고, 학교 근무가 행복하고 즐거워질 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신뢰받는 선생님이 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이화영 박사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며 강좌를 끝맺었다.
"개인적으로 꿈을 꾸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뇌교육에서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교사가 행복해야 학생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저는 꿈을 꿉니다. 대한민국 모든 교사가 행복해지기를,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이 행복해지기를. 그래서 대한민국 교육이 행복해지는 꿈을 꿉니다. 이 꿈을 뇌교육을 통해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글, 사진.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