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변잡기에서 시작해 사회적인 문제까지 넘나들며 온갖 이야기가 넘쳐나는 SNS. 그 속에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일상이나 고민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문제는 페이스북 같은 SNS에 한 번 빠져들기 시작하면 좀처럼 헤어나오기 어렵다는 것. 왜 그럴까?
뇌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본인 이야기를 할 때 뇌에서는 섹스나 맛있는 음식, 돈이 주는 짜릿한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돈을 덜 벌더라도 내 이야기하고 싶어
하버드대 뇌과학자 다이애너 타밀과 제이슨 미첼은 재미있는 실험을 하나 했다.
실험 지원자를 모으고 지원자 본인에 대한 질문과 오바마 대통령 같은 타인에 대한 질문을 여러 개 했다. 질문 내용은 ‘스노보드를 좋아하는지’, ‘피자 토핑은 버섯을 좋아하는지’ 등 가벼운 것에서 공격성?호기심 같은 개인 성격에 관한 것까지 다양하게 꾸몄다.
그리고 개인적 질문 대신 타인에 대한 질문에 답하면 최고 4%(약 46원)씩 돈을 차례대로 더 주겠다는 단서를 보탰다. 이 실험에 하버드대 인근에 사는 미국인 수십 명이 지원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중 상당수가 잠재적 자기 수익의 17~25%를 포기하고 타인보다 자신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내 얘기 하는 것만으로도 뇌가 짜릿
연구진은 질문에 답하는 지원자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하고 스캔 사진을 분석했다. 사람들의 뇌는 '자기와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중간 대뇌변계 도파민 분비 부분이 활발하게 움직였다.
뇌 속 천연 화학물질인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이기도 한다. 동작, 인지, 행태 조절 신호를 전달하며, 보상 및 쾌락 중추 제어와 같은 공포 등의 감정 반응을 조절한다. 그리고 뇌에서 천연 마약처럼 작용해 분비되면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연애 초기에 연인을 보면 행복해지는 것도, 섹스하면 기분 좋은 이유도,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행복해지는 것도 모두 도파민 분비와 관련 있다.
연구진은 사람들이 자기 얘기를 할 때 뇌세포는 물론, 뇌세포를 연결하는 접점인 시냅스에서 쾌감을 느끼기 때문에 말을 멈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타밀 박사는 "자기 얘기를 하기 위해서는 돈 몇 푼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한 것"이라며 "실제로 대화를 나눌 때는 더 많은 금액도 내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주제를 연구하는 미국 텍사스대 심리학자 제임스 페너베이커는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귀 기울이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아니면 왜 트위터(SNS)를 하겠냐"고 전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15일 보도했으며, 세계적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이런 도파민 작용 때문인지 지금 이 순간에도 사람들은 다양한 SNS에 자신의 이야기를 날리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 화면 속 다른 사람의 ‘좋아요’나 ‘댓글’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정작 같이 앉아 밥을 먹고 있는 타인에게도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SNS도 좋은 수단이지만 무엇보다 좋은 대상은 바로 눈 앞에 있는 만질 수 있고 바로 바로 대답해주는 사람이다. 잠깐 스마트폰을 놓고 눈 앞에 있는 상대와 서로의 도파민을 자극하는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이 어떨까?
글. 김효정 기자 manacula@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