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뇌형-우뇌형? 뇌는 이분법을 싫어해

두뇌활용 노하우

브레인 39호
2013년 04월 29일 (월)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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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의 발전이 워낙 빠르다 보니 뇌에 대해 조금 알았다 싶으면, 알고 있던 사실이 어느새 뒤집어지거나 바뀌는 일이 다반사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며 언어적인 사람은 좌뇌형, 상상력과 직관력이 뛰어나거나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사람은 우뇌형이라고 분류해버리던 ‘상식’이 최근 흔들리기 시작했다. 미국의 로저 스페리Roger Sperry 박사가 좌뇌와 우뇌가 분리된 환자들의 사례를 연구하여 노벨상을 수상한 이래, 기존에 널리 알려졌던 좌뇌형·우뇌형 두뇌 유형이 틀린 이야기가 된 걸까? 이 알쏭달쏭한 수수께끼를 풀어보자.

좌뇌와 우뇌, 무엇이 다른가

좌뇌는 몸의 오른쪽, 우뇌는 몸의 왼쪽을 담당하는데 두뇌의 다른 기능들을 처리하는 데도 차이가 난다. 로저 스페리Roger Sperry 박사는 좌뇌는 언어뇌로 순차, 논리, 수리를 담당하고 우뇌는 감성뇌로 시각, 청각을 처리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은 좌·우뇌가 기능하는 방식을 너무 단순화한 것이다.

언어 능력은 좌뇌만 담당하는 것이 아니다. 좌뇌와 우뇌를 잇는 뇌량corpus callosum이 잘려진 환자와 뇌출혈로 좌반구가 손상되어 말을 하지 못하는 환자를 보고 좌뇌가 언어를 담당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뇌에도 좌뇌의 언어 영역과 대응되는 부분이 있다. 최근 뇌영상의 발달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좌뇌는 주로 문법과 단어를 담당하고 우뇌는 강세나 강조와 같은 부분을 담당한다고 한다.

공간감각도 주로 좌뇌가 담당한다고 생각했지만 우뇌는 전반적인 공간감각과 관계하고, 좌뇌는 특정 위치의 물체를 파악하는 것과 관계된다. 물건을 볼 때도 좌뇌와 우뇌가 동시에 보면서 다르게 처리하고 그 정보들이 합쳐진다. 접시 위에 놓인 케이크를 보여주면 좌뇌는 물건의 기능과 의미와 관련된 포크를 떠올리고 우뇌는 모양과 관련된 닮은꼴 모자를 떠올리게 된다. 또 작은 물체에 집중할 때는 좌뇌, 전체적인 형상을 떠올릴 때는 우뇌가 활동적이 된다.

좌·우뇌 구분? 뇌는 이분법을 싫어해

뇌과학자들은 이렇게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의 차이가 좌뇌의 뉴런 연결이 우뇌에 비해 거리가 짧고, 성긴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좌뇌에 뉴런의 몸체가 밀집된 회색질의 비율이 높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한때 우뇌가 좌뇌에 비해 쓸모없거나 열등하다고 생각한 것도 같은 정보를 다르게 처리하는 것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인지기능은 좌·우뇌가 동시에 처리하지만 경쟁으로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역할을 다르게 맡아 서로 보완하며 수행하는 것뿐이다.

좌뇌는 지성, 우뇌는 감성을 담당한다는 이야기도 정확하지 않다. 감성적인 부분은 대뇌와도 관계되지만 뇌 깊숙한 곳에 위치한 편도의 작용이 크기 때문이다. 수학적 재능을 가진 학생은 좌뇌가 우수한 때문이 아니라 왼쪽과 오른쪽의 정보교환이 뛰어난 데서 비롯된다는 연구에서 보듯, 지성과 학습도 어느 한쪽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두뇌는 분명한 영역으로 나뉘어 정보를 한곳에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영역에 걸쳐, 여러 수준으로 전달되고 통합되어 작동한다. 시각의 경우만 보더라도 눈에서 신호가 전달되어 물체를 알아볼 때까지 관계되는 영역들은 뇌의 전체에 걸쳐 있고 단순히 수직선과 수평선 인식에서 형태, 색, 움직임 등 다양한 수준의 회로들에서 동시에 정보를 처리한다. 감각조차 이렇게 여러 영역과 수준의 통합에 의해서 이루어지는데 수리, 논리와 같은 기능들은 더더욱 말할 것도 없다.

또 성별에 따라서도, 오른손잡이인지 왼손잡이인지에 따라서도 달라지기 때문에 좌뇌·우뇌의 특성은 일반적인 경향 정도로만 이해해야 한다. 아직도 좌·우뇌 기능의 연구는 걸음마 단계에 지나지 않지만 밝혀진다고 해도 도표 하나와 말 몇 마디로 정리될 수 없다. 이분법처럼 따로따로 정반대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서로를 보완하며 전체를 이루는 환상의 콤비가 좌·우뇌이다.

좌·우뇌 구분보다 중요한 것은 두뇌활용

우리의 뇌를 고정된 영역의 조합으로 단순화시키기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뇌의 영역과 기능이 매우 유연하기 때문이다. 뇌졸중으로 좌뇌가 마비되어도 재활치료만 제대로 하면 우뇌가 좌뇌의 기능을 대신해서 잃어버렸던 말을 시작한다. 한쪽 뇌만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약간의 불편은 있지만 운동뿐만 아니라 사고와 지능에서 별 차이 없이 살아가는 사례도 놀랍다.

또, 사고로 대뇌의 운동 영역이 망가진 사람 중에 몇 개월의 재활치료 후 감각영역이 대신 운동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너무나 뛰어난 우리 두뇌의 유연성을 생각해보면 좌·우뇌의 구분은 단지 왼쪽, 오른쪽의 구분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어떤 부분이 무엇을 담당하고 어떤 쪽이 더 우세한지의 구분이 아니라 좌·우뇌의 올바른 활용이다. 각각의 기능이 무엇이든 오른쪽과 왼쪽, 감성과 지성, 비논리와 논리의 모든 것을 활용하는 제대로 된 뇌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글·브레인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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