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을 이루는 뇌의 메커니즘

[뇌와 마음]

브레인 17호
2010년 12월 16일 (목)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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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생각의 출현》의 저자 박문호 박사는 한 인터뷰에서 “뇌를 알면 인간 정신 활동의 대부분을 스스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뇌 공부가 우리에게 주는 가장 유익한 것은 ‘우리의 생각을 생각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실제로 뇌에 관심을 갖다 보면 자신의 뇌에서 시시각각 벌어지는 현상들을 보다 명확하게 감지할 수 있고, 자신이 어떤 필터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지를 선명하게 인식할 수 있게 된다.

그럴 때 보면 우리 뇌는 컴퓨터와 참 많이 닮았다.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면 집요하게 그와 연관된 정보만을 끌어 모으는 컴퓨터처럼 우리 뇌도 어떤 키워드를 입력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관점의 세상을 자신에게 보여준다.

똑같은 현상을 놓고도 부정적인 키워드에 맞춰진 뇌는 부정적인 결론을 도출해내고 긍정적인 키워드에 맞춰진 뇌는 긍정적인 가능성을 볼 줄 안다. 마찬가지로 그저 그런 일상을 기대하는 사람의 뇌는 그저 그런 일상만을 취합해서 보여주지만 삶이라는 매트릭스 안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의외성을 기대하는 사람에게는 예상치 못한 놀라운 사건을 선사하기도 한다.

 


사소한 친절이 가져다준 선물

얼마 전에 만났던 취재원의 얘기다. 인터넷에서 문화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자신의 블로그가 문화계 인사들을 연결하는 허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열정적으로 블로그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루에도 몇 천 명씩 들르는 블로그를 운영할 수 있는 노하우를 그에게 물은 적이 있다. 그가 한 말 중에 인상 깊었던 것은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문화계 인사들과 인연을 맺는 자신의 모습, 인연 속에서 일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모습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대하곤 한다는 것이었다.

여섯 다리만 건너면 세상사람 누구와도 만날 수 있다는 말처럼 실제로 그는 블로그에서 인연을 맺은 여러 이웃을 통해 다양한 문화계 인사들과 우연치 않게 만날 수 있었고, 이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멋진 작업들을 함께 시도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요즘 ‘모든 일은 사람을 통해서 저절로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고, 누구를 만나든지 자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의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과 가능성을 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최근에 겪은 일이다. 주말에 하도 날이 좋아 창덕궁에 들렀는데, 거기서 외국인 노부부를 만났다. 한국말도 전혀 하지 못하는 분들이 가이드도 없이 난처해하기에 용기를 내서 다가갔다. 그분들 말씀이 공항에서 서울까지 오는 데 택시비를 35만 원이나 냈다고 했다. 택시 기사가 한국말을 못하는 노부부에게 엄청난 바가지를 씌운 것이다. 같은 한국 사람으로
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는 그 후의 스케줄을 모두 비우고 노부부에게 서울 구경을 시켜주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할아버지가 뉴욕에서 제일 큰 부동산을 운영하는 자산가였던 것. 남부럽지 않을 만큼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었던 그는 잠시 시간을 내서 할머니와 함께 한국 관광을 온 것이었다. 하루 일정을 마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할아버지가 그에게 말했다.

“자네 덕분에 오늘 정말 즐거웠네. 보답을 좀 하고 싶은데, 내가 뭘 해줬으면 좋겠나?”
그는 뭘 바라고 한 일이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다.
“저도 타고난 길치라서 외국에 나가면 항상 길을 잃어버려요. 그러면 외국 사람들이 내 손을 잡고 목적지까지 데려다주는 일이 너무 많았답니다. 그걸 조금이나마 갚게 되어서 오히려 제가 더 즐거웠어요. 그러니 할아버지, 한국에 대한 좋은 기억만 갖고 돌아가세요.”
그래도 할아버지는 물러서지 않았다.
“자네 마음은 잘 알겠네. 그래도 원하는 게 있으면 하나만 말해보게.”

그는 잠시 망설였다. 그냥 하는 소리일 수도 있겠다고 여기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최근에 바라던 소원 하나를 이야기했다. 그러고 나서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15일 후 뉴 욕에서 메일이 한 통 날아왔다. 그 갑부 할아버지가 보낸 메일에는 ‘당신 이름으로 컨페션에 15만 달러를 기부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가 건넨 몇 시간 동안의 친절이 2억 원 가까운 기부금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는 바로 국제 전화를 걸어 고마움을 표시했고, 할아버지는 껄껄 웃으며 “언제 미국 올 일 있으면 꼭 우리 집에 머물라”고 신신당부했다고 한다.


두뇌 검색 창에 키워드를 입력하라   

물론 이런 일이 한 사람의 일생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가 그 일이 있기 얼마 전부터 ‘컨페션에 기부를 하고 싶다’는 소원을 뇌에 입력해두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가 한 일은 단지 원하는 바를 뇌에 입력해두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모습을 드러낼지 기대하는 마음을 품고 있었던 것이 전부였다.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 뇌는 구체적인 방법을 모르더라도 어떤 키워드를 머릿속에 입력해놓으면 무의식중에 그 해답을 끌어오는 것 같다. 그러니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그걸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현실적으로 고민하기 전에 일단 뇌라는 검색 창에 키워드를 입력해둘 일이다. 밑져야 본전, 매번 매순간 요행을 바랄 수는 없지만, 때로 우주가 선사하는 기적 같은 순간을 만날 수 있도록 뇌를 활짝 열어놓자. 그게 기적을 끌어오는 아주 단순한 뇌의 메커니즘일지도 모르니.

글·전채연 ccyy74@brai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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