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가소성 Neuro-Plasticity 뇌는 변화한다 - 01

뇌과학 리포트

브레인 45호
2014년 04월 22일 (화)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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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세기 뇌과학 100년의 연구 결과 중 대표적인 3가지를 꼽을 때 항상 들어가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 ‘뇌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화한다’라는 단순하게 보이는 이 문장 안에 실로 경이로운 인간 뇌의 변화가 내재돼 있다. 이번 《브레인》 45호에서는 ‘신경가소성’에 대한 뇌과학 탐구와 더불어 그 연장선상에서 긍정심리가 주는 놀라운 치유 효과인 ‘플라세보’에 대해서 함께 살펴보도록 한다.

생애 전반에 걸쳐 실행되는 신경가소성 

신경가소성은 경험과 활동의 영향을 받아 변화할 수 있는 뇌의 능력을 말한다. 이런 신경가소성의 몇 가지 측면은 주목할 만하다. 그중에서 특히 신경유전학(새 신경세포의 발달)과 시냅스 생성(신경세포들 사이에 새로운 연결의 발달)이 그러하다.

신경가소성은 그동안 대체로 인생의 초반부에만 나타나는 제한된 현상으로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를 통해 신경가소성은 생애 전반에 걸쳐 지속되며 심지어 인생의 후반부에도 그 활동이 계속된다는 점이 증명되었다. 신경가소성의 이러한 측면은 뇌 노화의 유해한 영향력을 감소시키고 다양한 뇌 관련 장애를 다루기 위한 광범위한 치유 노력에 개념적 기초를 제공한다.

신경가소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그렇다면 신경가소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것은 과학적 도전으로써 반드시 필요할 뿐만 아니라, 신경가소성을 통제하고 이용하는 방식을 알게 되면 다양한 뇌 질환의 치유가 가능해진다는 전망을 생각할 때 필연적이다. 여러 요소들 중에서 환경적인 요소는 신경가소성에 특히 많은 영향을 미쳐 흥미롭다. 사람들이 뇌로 무엇을 하는지와 뇌의 노화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일화 관찰법과 공식적인 연구, 이 두 분야 모두 교육이 치매를 예방한다는데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즉,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은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로버트 카츠만은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치매의 발병이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서 낮게 나타난다는 점을 처음 밝혀낸 학자다.

‘성공적 노년을 위한 맥아더 연구 네트워크 재단The MacArthur Foundation Research Network on Successful Aging’은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의 인지적 변화를 예측하는 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까지 교육은 노년기에 인지적인 활력을 키우는 가장 강력한 예측 인자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러한 관련성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직 명백하게 파악되지 않고 있다. 교육과 연관된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치매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일까? 아니면 치매를 막고 고등교육에 더 적합한, 우월한 신경생물학적 요소를 타고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일까?

교육 그 자체보다는 고등교육과 연관된 활동의 본질이 치매를 예방한다고 가정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고학력자가 학력이 낮은 사람보다 일생 동안 훨씬 더 활발한 정신적인 활동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것은 고학력자가 종사하는 직업군의 뚜렷한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질병에 의해 손상되지 않은 ‘마음’

신경학적 치매를 유발하는 질병이 고등교육을 받은 그룹과 그렇지 않은 그룹에 동일한 빈도로 발생한다고 가정하자. 이때 똑같은 강도의 심각한 신경학적 질환이라 해도 잘 단련된 뇌에는 좀 더 약하게 작용할 수 있다. 잘 단련된 뇌는 신경학 연결점들과 혈관들을 통해 확보한 추가 예비분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양의 조직적 손상이 가해질 때 최적의 상태로 단련된 뇌에서는 기능상의 파괴가 적게 유발된다.

뇌의 인지적 단련과 신체적 단련 사이에는 바로 마음이 있다. 다음에서 논의할 메리 수녀의 사례는 이에 관해 무척이나 극적이며 놀라운 명확성을 보여준다. 메리 수녀는 사후 뇌 부검에서 다수의 뇌섬유가 엉켜 있고 서로 달라붙어 있는 알츠하이머병의 특성이 뚜렷하게 나타났으나 101세로 사망하기 이전까지 인지 테스트를 훌륭하게 수행했다. 그녀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뇌 안에 전혀 그 질병에 손상되지 않은 온전한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메리 수녀는 미네소타의 맨케이토mankato 지역에 있는 노트르담 수녀회 소속이었다. 교육에 중점을 두는 노트르담 수녀회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은 수녀들이 많은 곳이다. 이 수녀회는 수녀들이 장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노년기 치매 발생률이 낮은 것으로도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현상은 전적으로 평생 지속된 인지적 활동 습관에 의해 얻어진 결과였다. 수녀들은 퍼즐과 카드 게임, 당대의 정치적 이슈에 대한 논쟁은 물론 다양한 정신적 활동을 끊임없이 계속했다. 그뿐만 아니라 대학 졸업자, 교사 출신, 심리적으로 도전적인 활동에 연관되어 살아온 수녀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학력의 수녀들보다 훨씬 더 오래 생존했다.

수녀들의 인지적인 웰빙에 대한 이 같은 관찰은 상당한 설득력이 있으며, 인지적 자극과 신경세포의 수지상 조직의 발생 사이에 일어나는 이 같은 관계성을 밝혀내고자 사후 뇌 부검 연구가 고안되었다.

인지적 단련이 치매를 예방한다

노트르담 수녀회의 사례를 보면 뇌에 대한 인지적 단련의 치매 예방 효과는 평생 동안 확장되어 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녀회에서는 수녀들이 20대 때 쓴 자서전을 포함해 오래된 수도회 기록이 발견되었다. 이를 통해 수녀들 생애 전반부의 글과 생애 후반 치매 발병기의 글을 비교 분석할 수 있었고, 곧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즉, 젊었을 때 문법적으로 더 복잡하고 개념적으로 풍부한 글을 쓰는 경향을 지닌 수녀들이 단순하고 사실적인 산문을 주로 쓴 수녀들보다 생애 후반부에 훨씬 더 강력한 정신적 활력을 보유했던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을 통해 대중매체는 치매가 준임상적으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생애 초반에 시작되며 전 생애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추측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특정한 사람을 다른 사람보다 더 ‘똑똑하게’ 만드는 뇌 조직의 이러한 측면은 한편으로는 생애 후반부의 치매를 예방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다시 말하면, 생애 전반부에 마음을 훈련하는 습관을 발달시키고 평생 동안 꾸준히 그 습관을 유지해온 수녀들이 나이 들었을 때 뇌의 노화에 대한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추측 역시 가능하다는 것이다.

급속하게 축적되는 자료들을 통해 경험의 효과는 MRI(자기공명 촬영장치)로 식별될 만큼 사실상 뇌의 형태를 변화시킨다는 점이 밝혀지고 있다. 이 점을 증명하는 최초의 증거로 런던 택시 운전기사의 사례가 있다.

글·엘코논 골드버그 Elkhonon Goldberg. 인지신경 과학자이자 임상 뇌심리학자.
저서 《실행하는 뇌(The Executive Brain)》와
《지혜의 역설(Wisdom Paradox)》은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최근 《새롭게 실행하는 뇌 : 복잡한 세상에서의 전두엽(The New Executive Brain: Frontal Lobes in a Complex World)》
(옥스퍼드 대학 출판사, 2009, www.oup.com)을 발간하고, 세계 각국에서 강연하고 있다. 이 글은 골드버그 박사의 허락하에 《새롭게 실행하는 뇌》에서 발췌해서 실음.
번역·안수정 cinemas87@gmail.com

*이 기사는 국제뇌교육협회(IBREA)가 발행하는 영문 계간지 《Brain World》와 기사 제휴를 통해 본지에 게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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