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재능보다 태도의 문제다

* 뇌야 놀자

브레인 21호
2012년 04월 17일 (화)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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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재능이 뛰어나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과연 그럴까? 기술 간 격차가 급속도로 좁혀지고 있는 21세기 경쟁 사회에서 성공을 결정짓는 요인은 재능보다 태도일지 모른다.


사람들은 대부분 수학을 잘하려면 수학적 재능을 타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버클리 대학 수학 교수인 앨런 쇤펠트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수학 문제를 풀 때 필요한 것은 수학적 재능보다는 문제에 접근하는 태도라고 단정한다. 몇 년 동안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중학교 2학년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을 관찰한 결과 그는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모르는 문제를 풀 때, 보통 중학교 2학년생들은 몇 번 시도해보다가 바로 “모르겠어요. 설명해주세요”라고 한다.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풀기 어려운 문제를 제시했을 때 문제를 풀다가 포기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30초에서 5분 정도, 평균으로 따져도 2분에 불과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학교를 졸업한 지 5년 정도 됐고 수학을 잘하는 타입도 아니었던 르네라는 여성이 그런 예다. 그녀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문제의 답을 얻기 위해 끈질기게 도전했다.

르네가 완벽하게 옳다고 인정하는 답을 찾아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22분. 쇤펠트는 “성공은 보통사람들이 30초 만에 포기하는 것을 22분간 붙잡고 늘어질 수 있는 끈기와 지구력 그리고 의지의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몰입》의 저자 황농문 교수도 쇤펠트와 비슷한 방식으로 중학생들에게 미분 문제를 풀게 한 적이 있다. 그는 난이도가 높은 미분 문제를 중학교 학생들에게 제시하고 2박 3일의 시간을 주었다. 이 실험에서 미분 개념을 전혀 배우지 않은 중학생들이 문제 하나를 끝까지 물고 늘어진 결과 빠르게는 2시간 30분 만에, 늦어도 3일 후에는 모든 학생이 미분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이는 수학적인 재능이 있든 없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만 있다면 누구든 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영재의 마지막 조건, 과제 집착력
영재의 조건에서도 타고난 지적 능력보다 끝까지 물고 늘어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제 집착력이 중요하게 여겨진다. 코네티컷 대학의 조셉 렌즐리 박사는 영재는 “평균 이상의 지적 능력, 창의성, 과제 집착력을 갖춘 인재”라고 정의하면서 “창의성이란 알고 있는 지식과 전략을 문제에 적용할 줄 아는 능력이다.

그러나 아무리 지능이 뛰어나도 문제 해결 도중 부딪치는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하는 과제 집착력이 없다면 영재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인문학으로 광고하다》의 저자 박웅현은 “창의성은 아이디어의 문제가 아니다. 그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도록 많은 사람들을 설득시키고 성공하게 만드는 힘의 문제다.

최근에는 학계에서도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끝까지 해낼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해 창의성을 정의한다. 성과물이 없으면 창의성도 없다”고 말한다. 훌륭한 아이디어든 타고난 재능이든 현실에서 이루어내지 않으면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비슷한 재능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았던 두 천재, 크리스 랭건과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보면 재능보다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좀 더 명확해진다. 크리스 랭건은 미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나이로 불렸다.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랐지만 두뇌 능력만큼은 대단히 뛰어나 10대 초반에 이론물리학 분야의 책을 읽었고 IQ는 195에 달했다.

오펜하이머의 어린 시절도 랭건과 비슷했다. 부모는 그가 천재라고 생각했고 그는 그 기대에 부응해 하버드 대학에 진학했다가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기 위해 케임브리지로 갔다. 

두 사람 다 촉망받는 수재였다. 하지만 둘의 행보는 대학에서 갈린다. 크리스 랭건은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아서 장학금을 받았는데, 어머니가 재정 지원 서류를 깜빡 잊고 제출하지 않는 바람에 리드 대학을 그만두었다.

그는 집으로 돌아와 소방관으로 일하다가 다시 몬태나 주립대학에서 수학과 철학 수업을 들었는데 이번에는 자동차가 고장 나서 오전 수업을 듣기가 어려웠다. 그는 학장을 찾아가서 오후 수업으로 옮겨달라고 했지만 학장이 들어주지 않자 좌절했다.

리드 대학과 몬태나 대학에서 겪은 일은 그의 인생에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랭건은 어릴 때부터 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었고, 반드시 박사학위를 따고 싶었지만 이번에도 대학을 그만뒀다.

그리고 단지 먹고살기 위해 건설 현장을 전전하고, 배를 타고, 공장에서 일하는 생활을 계속했다. 그런 와중에도 꾸준히 철학과 물리학, 수학 공부를 계속해 괄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냈지만 학계에 속해 있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에도 연구 성과를 발표할 수 없었다.


사회가 사랑한 인재의 조건, 실용지능
오펜하이머는 랭건과 달리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그에게는 평생 우울증이라는 고질병이 있었다. 그 때문에 박사학위를 받으러 케임브리지에 갔을 때 사고를 치고 만다. 이론물리학에 재능이 있는 그에게 실험물리학을 강요하던 지도교수를 독살하려고 한 것. 운 좋게 지도교수는 화를 면했고, 그는 심리치료사에게 보내졌다.

랭건과 오펜하이머는 둘 다 명석한 학생이었지만 두 사람의 위기관리 능력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랭건은 고작 재정 지원 서류를 제출하지 못해서 학교를 그만둬야 했고 오펜하이머는 지도 교수를 독살하려고 했는데도 정기적인 상담을 받는 선에서 문제가 해결됐다.

게다가 오펜하이머는 20년 후에 제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킨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해 ‘원자폭탄의 아버지’로 불리게 되었다.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그와 대적할 만큼 재능이 뛰어났지만 평범하게 살았던 크리스 랭건을 비교하면서 “성공은 능력이 아니라 성공에 필요한 태도를 갖추고 있느냐 없느냐에 달린 문제”라고 잘라 말한다.

성공으로 가는 길에 타고난 자질이 요구되는 건 사실이지만 성공으로 가는 수많은 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재능 이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

심리학자 로버트 스턴버그는 이러한 태도를 실용지능으로 설명한다. 실용지능이란 뭔가를 하려고 할 때 누구에게 말해야 하는지, 언제 말해야 하는지, 어떻게 말해야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아는 것. 이는 상황을 올바르게 파악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어떤 방법과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를 알고 실천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다.

오펜하이머가 치명적 실수에도 불구하고 인생의 도전을 수월하게 헤쳐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재능보다 태도가 더 많은 영향을 미쳤다. 그는 자수성가한 사업가의 아들로 태어나 어린 시절부터 불리한 조건 아래서 협상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고, 덕분에 케임브리지 교수들에게 기죽지 않고 자기의 실수를 인정하며 노련하게 선처를 구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크리스 랭건에게는 그런 기회가 전혀 없었다. 그는 늘 술에 절어 있는 양아버지를 보고 자라면서 질문하고 협상하는 법을 배우는 대신 사람에 대한 불신과 거리를 두는 법, 의심하는 법을 먼저 배웠다. 아주 사소한 차이 같지만 이것이 두 사람의 인생을 갈라놓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크리스 랭건은 아무리 뛰어난 천재라도 혼자서는 자기 길을 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제아무리 백만 명 중의 하나 날까 말까 한 두뇌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을 자기가 가는 방향으로 동참하도록 이끌 수 있는 태도를 갖추지 못한다면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한 사람의 대단한 성취를 두고 호사가들은 눈에 보이는 재능을 칭송한다. 하지만 그들의 빛나는 성취 뒤에 끈질긴 과제 집착력과 설득의 기술이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될 것이다.

글·전채연 ccyy74@brainmedia.co.kr
일러스트레이션·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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