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 높이려면 지붕 뚫어?

* 재미있는 두뇌상식

브레인 22호
2012년 02월 21일 (화)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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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일까? 천장 높이가 창의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 지구 위 모든 인간들에게 해당하는 사항은 아닐지 모르겠으나,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최근 연구 결과다. 그런데 지금 당신이 거주하는 사무실이나 집의 천장 높이를 확인해보라.

대부분이 2.3m를 넘지 않을 것이다. 왜 이렇게 천장 높이가 획일화되어 있을까? 당신은 의심해본 적 있는지.


생명과학자인 조나스 솔크 박사는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 중이었다. 그런데 연구가 제대로 풀리지 않자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났다(이 대목 참 부럽다. 아이디어 여행을 떠날 수 있다니). 여행지에서 성당을 방문했는데, 불현듯 백신 개발의 실마리가 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솔크 박사는 ‘아하!’ 하는 이 번뜩임을 일으킨 환경이 성당처럼 높은 천장이 있는 곳일 거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단다(음, 천장을 높이지 않아도… 이탈리아로 여행만 가더라도… ‘아하!’ 하는 번뜩임이 수천 번은 일어나지 않을지). 그런데 솔크 박사는 박사님답게 그의 믿음을 실험으로 옮겼다.

솔크 연구소를 세우면서 천장의 높이를 3m로 높인 것. 보통의 천장 높이보다 70cm나 더 높인 결과는? 이 연구소는 지금까지 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한다.


천장 높일 수 없다면 여백의 공간을 확보하라

혹시 당신이 거주하는 공간의 천장 높이가 2.3m가 넘는 분, 손들어보시라. 자신 있게 손 을 드는 분, 부러운 환경에 계신다. 그런데 예상컨대 98%는 2.3m 안에서 콩콩거리며 움직이고 있을 터다.

왜 2.3m를 벗어나지 못하느냐고? 경제적 효용가치로 따져 최대로 높일 수 있는 높이가 2.3m라는 것. 입장 바꿔 당신이 빌딩의 주인이라 생각해보라.

천장을 높이기 위해 층수를 줄일 것인가? 아니면 최대한 많은 층수를 확보하기 위해 천장을 낮출 것인가? 그러니까 이 세상의 빌딩주들이 그 공간에서 움직일 사람들의 창의력 따위를 고려할 필요를 느끼겠는가. 

어쩜, 솔크 박사가 세운 연구소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많이 배출된 이유는 단순히 천장 높이를 높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천장의 높이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는 마음가짐에 있었던 건 아닐까?

흠, 큰돈 들이지 않고는 천장 높이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세상이라니, 지붕을 뚫을 수도 없고, 씁쓸해진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천장 높이와 무관하게 창의력을 확보할 수 있는 공간적 특성으로 ‘빈 공간’을 들 수 있겠다. 

“난 풍경을 바라보면, 여백이 먼저 들어와.”

뜬금없이 기억나는 말이다. 이 이야기를 꺼낸 친구는 동양화를 전공한 덕에 일상에서 사물을 바라볼 때도 여백에 시선이 먼저 가 닿는 것이 사물을 바라보는 습관이 되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는 평소 생각의 전환이 자유로운 그 친구의 어떤 일면이 꿰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일본의 뇌과학자 모기 겐이치로는 우리 뇌는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강제로 쥐어짜기 보다는 아무 목적도 없는 공백의 상태로 내버려둘 때 훨씬 자유롭게 이런저런 활동을 한다고 한다.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뇌가 활성화된다는 것은 그 과제에 필요한 활동 이외의 다른 활동은 억제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긴장이 없는 편안한 환경에서는 뇌가 특정한 일이나 작업을 위해 다른 모드를 억제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창의성이 더 잘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전직 권투선수로도 유명했던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건축을 설계할 때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여백 혹은 쉼의 공간을 창조해왔다.

빛을 건물 안으로 들여와 십자가를 만들고, 해가 지면 폐관하는 미술관을 만들고, 절에는 반드시 연못을 만들어 연꽃을 띄우고, 집 안에는 정원을 끌어들이고, 건물 안으로 개울을 들여왔다. 그리고 비자연적인 노출 콘크리트가 자연과 어우러질 수 있도록 공간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이렇게 인간과 자연을 중심 삼은 그의 건축 미학에는 경제성장, 버블경제, 인간소외, 고베 대지진 등의 사회현상에 대한 저항의식이 담겨 있다. 가끔 이런 건축가를 보면, 사회 진보를 입으로만 외치는 사람들보다 몇 만 배는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니, 그런 생각으로 남 탓하는 바로 나 자신부터 스스로 노력해야겠다.

창조성으로 번뜩이는 뇌를 만들기 위해 내가 머물 수 있는 여백의 공간을 누리는 일부터 실천하면 어떨까? 나의 뇌가 억압에서 해방되는 순간, 적어도 다른 누군가의 뇌를 억누르는 폭력은 저지르지 않을 테니 말이다.

글·곽문주 yaongsta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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