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보다 공간적인 한글, 시각적인 한자

브레인 트레이닝

뇌2003년8월호
2010년 12월 08일 (수) 17:43
조회수16172
인쇄 링크복사 작게 크게
복사되었습니다.

신에 도전하는 바벨탑을 세운 인간이 단합하지 못하도록 언어를 분열시켰다고 하는데, 각 민족의 언어는 역사 속에서 각자의 개성을 발달시켜왔다. 뇌 연구가 급진전함에 따라 각 언어를 처리하는 두뇌영역도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 밝혀졌다.


공간지각영역 자극하는 한글

한글의 경우, 영어와는 달리 뇌의 공간지각 영역이 활성화된다. 이는 전북대 재활의학과 김연희 교수팀에 의해 밝혀졌는데, 한글은 초성 중성 종성이 조합돼야 비로소 하나의 글자가 되는 공간적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 연구팀은 피험자들에게 글자로 명사를 보여준 후 관련된 동사를 생성하게 했다. 일례로 ‘과자’란 명사를 제시하면 ‘과자를 먹다’ 같은 동사를 마음 속에 떠올리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를 영어 사용자들의 실험과 비교했을 때, 한글의 경우 뇌의 시각령, 언어생성 영역과 더불어 왼쪽 두정엽이 활성화됐다. 정수리 근처의 두정엽은 입체감, 수직감 등 공간 지각과 관련된 부위이다.

김 교수는 “두정엽이 활성화된 것은 가로로 글자를 나열하는 영어와는 달리 한글 자모를 공간적으로 배치하기 때문에 뇌의 공간지각 기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며 “이 부위가 손상된 실독증 환자는 영어는 읽지만, 한글은 읽지 못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시각령을 활성화시키는 한자

한자는 한글에 비해 뇌의 시각영역을 더 자극하며, 한자를 읽을 때는 우뇌가 더 활성화된다. 고려대 심리학과 연구진은 화교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연구 결과 이러한 사실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한국인 대학생과 화교로 구성된 피험자에게 한글과 한자 단어를 각각 보여준 뒤 뇌를 촬영하였는데 한글보다 한자를 읽을 때, 우뇌의 시각 영역이 더 활성화되었다는 것. 이 영역은 복잡한 모양의 단어를 처리하며, 얼굴 형태와 표정을 인식하는 곳이다. 반면 한글을 처리할 때는 단어의 음과 뜻을 떠올리는 두뇌영역이 더 활성화됐다.

한자는 한글보다 획이 많고 모양이 다양하기 때문에 뇌의 시각 영역을 활성화시키며, 한글은 소리를 쉽게 연상시키므로 소리와 연관된 부위의 활동이 많아진다는 것. 한편 불규칙적인 발음이 많은 영어와 쓰여진 대로 읽히는 이탈리아어의 경우도 뇌의 서로 다른 언어 영역이 쓰인다고 보고되었다. 일어의 경우, 상형어인 간지와 음성어인 가나를 처리할 때 뇌의 활성화 부위가 달라진다고 한다.

글. 정호진 hojin@powerbrain.co.kr

ⓒ 브레인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 뉴스

설명글
인기기사는 최근 7일간 조회수, 댓글수, 호응이 높은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