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의 뇌, 연령별 발달 과정

뇌의 일생

뇌2004년3월호
2010년 12월 31일 (금)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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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서양은 나이 셈이 다르다. 우리는 엄마 뱃속에서 한 살을 더 먹고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한 살은 최근 뇌 발달 연구 성과를 놓고 보면 아주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10개월간의 임신기간에 태아의 존재를 어떻게 생각하고 대할 것인가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결국 서양식으로 나이 셈을 하자면 태내에서의 10개월을 과소평가하게 되는 셈이다. 뇌가 태내에서 얼마나 역동적으로 발달하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우리의 나이 셈이 얼마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지 실감할 수 있다.

뉴런의 형성과 이동







엄마 뱃속에 있는 동안 태아의 뇌는 호스 모양의 신경관 내에서 왕성한 세포분열이 일어나 최종적으로 유지할 뉴런의 2배인 약 2천억 개의 뉴런을 생성하고, 이들 뉴런은 뇌의 여러 부위로 이동한다. 뉴런이 도착한 장소는 우리 사고과정의 질뿐만 아니라, 개인의 기질, 재능, 약점 및 기발함을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뉴런의 이동 시기에 태아는 환경에 아주 민감하고, 어떤 자극을 받느냐에 따라 뇌의 성장 정도가 결정된다.

이처럼 뉴런의 이동 과정은 아주 중요해서, 이 무렵에는 모체에 특정 화학물질이 흡수될 경우 뉴런이 길을 잘못 가거나 이동 과정을 멈출 수도 있다. 만일 임신부가 알코올, 니코틴, 약물 및 전염병에 접하거나 지나친 산소 및 영양분 부족을 겪을 경우에 뉴런의 이동이 방해를 받는다.

그럴 경우에 뉴런이 부적절한 시기에 부적절한 장소에 머물러 부적절한 시냅스를 형성하게 되면, 심각한 영아간질, 자폐증 또는 정신분열증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임신부가 지나친 스트레스를 겪을 경우에 일시적으로 태아에게 혈액공급이 중단될 수 있고, 그로 인해 태아는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태아는 산소가 2~3분 정도만 중단되어도 뇌에 있는 뉴런이 손상되어 의식을 잃게 되고 심할 경우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연령별 발달

0~2 다양한 경험으로 만들어가는 뇌 네트워크
신생아의 뉴런은 미숙하고, 많은 축색돌기에는 수초가 부족하며 아직은 시냅스가 성긴 상태이다. 그런데도 신생아들은 자신이 뱃속에서 들은 소리를 기억하고, 양수 냄새를 알 정도로 성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 무렵 뇌발달의 특징은 시냅스가 급속도로 증가해간다는 점이다. 그러면 시냅스와 뉴런의 네트워크는 어떻게 형성되는가? 그 답은 영아의 경험, 즉 주변 환경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정신적인 노력 덕분이다. 아이가 보고, 듣고, 체험하고, 냄새를 맡으며 맛을 보는 것과 같은 모든 것들이 시냅스 형성에 기여한다.








<그림1> 생후 1년간의 뇌 발달



<그림 1>을 보면, 생후 5일된 뇌와 1년 된 뇌의 차이가 생후 1년 된 뇌와 28년 된 뇌의 차이보다 크게 나타나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생후 1년 동안 끊임없이 움직이고 감각하며 기어다니는 모든 활동이 뇌발달에 기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이 시기에 생겨난 엄청난 양의 시냅스는 아이들의 경험에 의해 선택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사용하지 않은 시냅스는 제거되고, 경험을 통해 자극을 받아 필요성을 인정받은 시냅스는 살아남아 각기 독특한 뇌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다. 그러니 이 무렵 어른들에게 ‘말썽’으로 보이는 영아의 적극적이고 다양한 활동들이 결국은 뇌발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실제로 영아들이 일어나려다 넘어지면서도 계속해서 다시 일어나려고 하는 것을 보면, 무언가를 해내려는 열정과 능력감을 발휘하려는 의지를 쉽게 알 수 있다.

그러나 부모들이 자녀의 영재성 개발을 위해 자신들이 원하는 활동에만 치중하고, ‘편안’하다는 이유로 장기적인 텔레비전 시청을 방임할 경우에는 조화로운 뇌발달이 어려워지고 적극적인 학습자의 모습도 점차 사라진다.

유아의 건강한 발달을 위해서는 부모들의 정서상태 또한 중요하다. 예를 들어, 부모가 폭력이나 폭언 또는 학대를 일삼아 만성적이고 예측불능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린 아이들은 스트레스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되어 훗날 과민반응이나 충동적 행동을 하게 된다.

2~4 뇌는 적극적인 학습자







이 시기 아이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모습 중 하나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계속해서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어떤 책의 경우에는 수십번씩 읽어달라고 조른다. 심지어는 몇 개월씩. 왜 그럴까? 간단히 말해 아이들은 내용을 충분히 학습하기 위해서이다. 성인이라면 한 번만 봐도 쉽게 알 내용이지만, 아이들은 이전에 그와 관련된 선행 경험이 없어서 어떤 내용을 학습하려면 기초공사부터 새로 해야 하기 때문에 자꾸 반복해서 보게 된다. 이처럼 아이들은 그들에게 필요한 학습이라는 활동을 스스로 즐긴다. 이런 모습을 보면 뇌야말로 적극적으로 학습을 추구하는 존재임을 알 수 있다.

다양한 자극에 대해 적극적으로 학습해가는 2~3세 무렵까지는 시냅스 형성이 주를 이루다가, 3세 이후부터 아동기까지는 시냅스 생성과 제거가 대략 균형을 이루기 시작한다. 다시 말해, 새로운 경험을 통해 새로운 시냅스들이 생기기도 하고 사용하지 않는 시냅스들은 점차 제거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시냅스 제거의 기준은 사용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이다.

물론 부모들이야 바람직한 시냅스는 남고 바람직하지 않은 시냅스는 사라지기를 바라겠지만, 뇌는 상당히 공정하고 객관적이다. 부모의 희망사항과는 관계없이 많이 반복되는 경험과 관련된 시냅스는 지속적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부모의 태도, 언어사용 및 행동이 아주 중요하다. 매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부모 밑에서 자라는 아이는 부모와 마찬가지로 매사를 부정적으로 보게 되며, 부모가 바람직하지 않은 말을 자주 사용하면 아이도 똑같은 방식으로 말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아이들이 모든 행동의 대안을 부모에게서 찾기 때문이다.

이외에 유아의 뇌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로는 심리적 충격이나 학대, 애착부족, 모성우울증, 약물, 빈곤 등이 있다. 유아가 이러한 부정적인 경험을 하게 되면 인지능력뿐만 아니라 정서조절능력이 손상되어, 후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자신의 욕구가 좌절되는 상황에서 공격성이나 폭력성을 나타낼 수도 있다.







4~6 종합적인 사고 기능이 발달한다
이 시기는 종합적인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과 과제를 전체적으로 처리하고, 정서, 리듬 및 대근육 움직임을 담당하는 우뇌가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시기이다. 이 무렵에는 우뇌가 주로 발달하는 시기로 아직 외국어 교육이나 문자지도를 도입하기에는 이른 편이다. 뇌발달의 관점에서 보면, 외국어교육이나 문자지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측두엽, 특히 좌뇌의 측두엽이 성숙하는 6~7세 이후가 적절하다.

부모들이 이러한 유아의 뇌발달과 무관하게 학습지도를 서두른 나머지, 유아가 위협이나 공포를 느끼는 상황에서는, 유아의 뇌가 고차적인 사고를 하기 어렵고 생존 지향적인 기능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러니 부모들이 하나라도 더 가르치기 위해 유아를 계속해서 다그치면서 아이들을 위협적인 상황에 몰아넣을 경우에는 오히려 유아의 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는 셈이다. 물론 이러한 경험들이 일시적으로는 단순한 사실을 암기하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고차적인 사고기능이나 창의적인 사고를 개발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실제로 이런 경우에는 부모들이 제공하는 활동들이 유아에게 ‘풍요로운 경험’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작용하여 단기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해마가 위축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재를 기대하는 열망으로 유아를 지나치게 다그칠 경우에는 훗날 시들어버린 꽃봉오리를 접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피지도 못한 채 시들어버린 꽃봉오리들이 얼마나 많은가?


7~15 수학과 과학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학습이 가능해진다
7세부터 15세까지는 측두엽과 두정엽의 발달이 활발해진다. 이처럼 초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모든 감각을 종합하는 부위인 두정엽이 발달하여 수학과 과학을 비롯한 여러 종류의 새로운 학습이 가능해지고, 언어를 담당하는 측두엽의 발달로 글쓰기와 같은 본격적인 한글학습과 외국어 학습이 용이해진다. 특히 가속적인 시냅스 제거가 시작되기 전인 아동기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기능들이나 외국어를 학습하기에도 적절한 시기이다.


전두엽과 두정엽의 발달로 주의집중력이 증가한다

보통 양쪽 뇌의 전문화가 완전히 이루어지는 시기는 9~12세 무렵으로, 이 무렵에는 전두엽이 상당히 발달한 상태이며 뇌량의 발달도 왕성하게 나타난다. 연령이 증가하면서 전두엽과 두정엽이 발달할수록, 아동은 한 과제에 선택적으로 주의집중하여, 중요한 과제에는 주의집중하는 동시에 사소하고 부적절한 자극은 무시하게 된다. 그러나 이 시기에 학습해야 할 과제에만 선택적으로 주의집중하지 못하고 주변의 모든 일에 관심이 있다면 ‘주의산만’이라는 꼬리표를 달 가능성이 높아진다.

10세 이후, 아이디어와 개념을 다루는 능력과 형식적 추리 가능








학령기 아동이 다양하고 풍요로운 경험을 하면서 그들의 뇌가 활성화할수록, 수초와 수상돌기 가지가 많아지고 뇌량이 두꺼워진다. 수초와 수상돌기 가지가 증가하고 뇌량이 두꺼워지면서 뇌 영역간이나 양반구간의 처리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이처럼 통합과 신속한 연결을 통해 조작적 사고가 발달하여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아이디어와 개념을 다루는 능력이 생기게 되고 형식적 추리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경험과 환경의 영향을 받아 뇌가 끊임없이 변화해 간다는 견해와 함께, 최근에는 뇌가 평생 진행중인 작품이이라는 증거들이 계속해서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아이의 뇌가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우리 부모들에게 무한한 기회와 무거운 책임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이런 기회를 활용하고 부모로서의 책임을 다하고자 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연령별 뇌발달 특징을 알고 그에 부응하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글│김유미  교육심리학 박사, 국제평화대학원 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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