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과 의식을 연결하는 인슐라와의 인터뷰

브레인 탐험

브레인 4호
2012년 10월 04일 (목)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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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인터뷰를 하게 될 인슐라insula는 최근 뇌과학계의 떠오르는 신인이다. 인슐라가 손상된 환자는 흡연 욕구가 사라진다는 소식으로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제대로 출연시키기만 한다면 모든 중독을 단번에 해결하고 노벨상도 문제없다는 점 때문에 곳곳에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 인슐라는 중독뿐 아니라 인간이 인간이게끔 하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고 많은 이들이 이야기한다. 인슐라가 집중조명을 받고 있는 이유를 직접 들어본다.







당신의 이름을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내 이름 인슐라insula는 ‘섬’을 뜻하는 라틴어다. 측두엽과 두정엽 아래쪽의 피질이 나뉘는 외측고랑lateral sulcus에 자리 잡고 있는데 조개처럼 생겨, 바다 위의 섬처럼 다른 부분과 구별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발견자인 요한 라일Johan Reil의 이름을 따서 ‘라일의 섬Island of Reil’이라고도 불리며 한글로는 ‘섬엽’이라고 한다.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화면에 나타난 당신의 작품들을 둘러보았다. ‘고통’, ‘섹스’, ‘사랑’, ‘맛’, ‘농담’, ‘공감’, ‘음악의 감동’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했다. 마약과 담배 중독자로 나오는 장면도 인상 깊었고, 속임수를 알아차릴 때나 응징을 결정할 때 당신은 밝게 빛났다. 물건 고를 때처럼 전혀 무관할 것 같은 장면에도 나오는 것을 봤다.
나는 몸의 감각 신호를 받아 뇌의 여러 부위들로 연결시키는 모든 장면에 출연한다. 시상thalamus으로부터 맛, 냄새, 소리, 촉각 같은 오감과 심장박동, 호흡의 감각, 내장, 산소상태와 같은 자율신경계의 감각들을 받아들인다.

편도amygdala로부터는 감정과 관련해서 신호를 받아들이고 다시 내보내기도 한다. 둘 다 지난 호 《브레인》에서 인터뷰를 했다고 들었다. 받아들여진 신호는 감정뿐 아니라 의식, 판단, 결정 같은 고차원적인 역할을 맡는 영역들로 전달된다.

몸을 유지하는 단순한 감각 작용에서부터 사회적인 감정 처리까지 역할이 다양할 수밖에 없겠다. 한마디로 감각을 감정으로 느끼게 하고 판단과 결정으로 연결한다고 이해하겠다. 그렇다면 과거의 뇌과학계에서 당신이 주목받지 못한 것은 감각과 의식, 감정과 이성을 분리했던 때문인가?
그렇다. ‘이성적인 사고는 감각과 감정으로부터 분리될 수 없다’는 안토니오 다마시오Antonio Damasio 같은 전위예술가들 덕분에 감독들이 나를 재평가하게 되었다. 내 경우엔 몸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초적 감각과 관련된 역할에만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명생활이 더욱 길었다.

동물들은 배고프면 음식을 찾고 추우면 보금자리를 찾는다. 감정은 동기를 유발하게 하는 감각이기 때문에 모든 포유류들은 감정을 가진다. 그런데 침팬지와 오랑우탄 같은 몇몇 대형 원숭이들과 인간의 경우 나는 자기 보존을 위한 감정들뿐 아니라 고차원적인 배역도 맡는다.

특히 인간의 경우에는 감사와 분노, 자신감과 당황, 죄의식과 용서, 신뢰와 불신, 공감과 경멸, 행복과 슬픔 같은 사회적인 감정을 연기한다. 요즘엔 ‘중독’이란 작품에서도 주역을 맡게 되었다. 중독에서 내가 몸의 감각과 감정, 앞으로의 기대까지도 담당하기 때문이다. 조심해야 할 것은 중독을 줄이기 위해 섣불리 나의 대사를 줄이면 음식과 성욕, 일 욕심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모든 것에는 균형이 중요한 법이다.







동물들과 다른 역할을 맡게 된 당신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인간과 대형 원숭이들, 고래, 코끼리의 경우 방추뉴런spindle neuron(Von Economo neuron)이라는 특이한 형태의 뉴런이 많이 보이는데 나의 앞쪽 부분에 특히 모여 있다.

특히 우뇌의 인슐라는 크기 면에서나 세포구성에서 차이가 난다. 진화 과정에서 인간을 인간이게끔 하는 특징들 중 상당수가 나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더위와 추위, 통증, 배고픔, 공포와 같은 기초적인 감정들을 맡던 내가 사회적인 감정까지 맡게 됐다. 몸 내부의 감각이 더 잘 느끼도록 하는 회로가 변하고 세포구성이 변한 결과다.

명상하는 사람들은 오른쪽 인슐라가 일반인들보다 더 발달해 있다고 들었다. 또 자신의 몸에 대한 감각을 잘 느끼는 사람의 경우 다른 사람에게 공감할 수 있는 능력도 높다는 평론도 들었다.
음, 그렇다. 사실이다. 고차원적인 뇌의 기능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몸과 분리해서 생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자신의 심장박동이나 호흡을 잘 느끼는 사람은 공감능력을 측정하는 심리학 검사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는다.

우리의 주관적인 감정 경험들은 어떤 사건에 의해 일어나는 몸의 여러 상태에 대한 뇌의 해석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라고 윌리엄 제임스라는 예술가가 말했다. 소수 영장류와 인간의 이타적인 행위가 가능하게 된 것도 기초적인 기능들을 담당하던 배우들이 새롭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묵묵히 성장해왔지만 무대 뒤에서 활동했던 나와 같은 배우들이 이러한 관점에서 더욱 주목받길 희망한다.

오랜 무명생활을 거친 검증된 배우답게 몸과 뇌, 감정과 이성의 관계와 배역에 대한 탁월한 해석이 돋보인다. 하나의 메시지라도 작품 안에서 여러 배우들이 함께 어우러져야만 전해진다는 최근의 경향에 비추어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 같다. 감정과 의식을 연결하는 새로운 작품 기대하겠다.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일러스트·이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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