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뇌 영상기기 개발에 도전한다

가천의과학대학교 뇌과학연구소

브레인 33호
2012년 04월 17일 (화)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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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뇌과학연구소는 세계적인 뇌공학자 조장희 소장이 이끄는 8개의 연구팀으로 구성된 뇌과학연구소다. 현재 세계 유일의 최첨단 뇌 영상기기를 보유, 독일, 일본 등 전 세계 뇌과학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세계 최초로 초고성능 뇌 영상기기 개발을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작은 우주’라 불리는 뇌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살아 있는 인간의 뇌를 영상기기로 볼 수 있게 되면서부터다. 그전에는 사후에 해부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1980년대 뇌 영상기기가 도입되면서 비로소 생리학적인 뇌 연구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뇌 연구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인체 영상기기 삼총사는 컴퓨터 단층촬영장치(CT),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장치(PET),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가천뇌과학연구소 조장희 소장은 특이하게도 이 세 분야를 두루 섭렵한 세계에서 유일한 전문가다.
그는 1973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컴퓨터 단층촬영장치의 수학적 알고리즘을 독자적으로 개발한 데 이어 1975년 UCLA 재직 시절, 세계 최초로 PET를 독자 개발해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PET는 초기 암 진단과 치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영상기기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MRI에까지 손을 뻗었다. 1985년 카이스트 재직 당시, 세계 최초로 2T(테슬라Tesla, 자장의 단위로 숫자가 높을수록 영상 선명도가 높아진다) 초전도 MRI를 개발해 1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가천뇌과학연구소는 뇌 영상기기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 현실에서 뇌 학문 전체를 백화점식으로 연구하기보다는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첨단 뇌 영상 연구소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난 2004년 설립됐다.

세계 최초로 PET를 개발한 뇌공학자

뇌과학 분야는 의학, 생명과학은 물론 공학, 물리학, 심리학 등 방대한 학문이 결집돼 이루어지는 연구 분야다. 뇌과학자들은 처음부터 뇌를 연구하기보다는 의학, 생물학, 심리학 등을 연구하다가 자연스럽게 뇌 연구로 옮겨온 경우가 일반적이다.

조장희 소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대학 때 전자공학을 전공했다가 실험물리학자로 변신, 40년 가까이 현대 과학의 본고장인 유럽과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뇌 영상기기를 개발해왔다.

조장희 소장이 이끄는 가천뇌과학연구소는 최첨단 뇌 영상기기 개발로 뇌공학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 2005년에 국내 최초로 7T MRI를 도입, 이를 PET와 결합하는 방식으로 세계 최초의 PET-MRI 융합 기기를 개발해 화제가 됐다.

그동안 인간의 뇌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주로 fMRI가 이용됐다. PET-MRI 융합 기기는 PET와 MRI의 장단점을 보완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PET는 신경화학물질의 변화를 관찰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해상도(2.5mm)가 낮은 것이 흠이다.

반면 MRI는 고해상도(0.2mm)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조 소장은 어떻게 하면 더 선명한 뇌 영상을 얻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PET과 MRI의 장점을 융합한 기기를 고안했다. 그동안 PET와 MRI를 모두 개발해본 전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PET를 아는 사람은 MRI를 모르고 MRI를 아는 사람은 PET를 모르기 때문에 이 융합 기기를 개발할 수 있는 사람은 세계에 얼마 없습니다. PET로는 분자과학적인 현상을 볼 수 있고 MRI는 해상도가 좋으니까 둘을 합친 퓨전 시스템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고안하게 되었지요.

이 융합 기기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가천뇌과학연구소에만 있기 때문에 독일, 일본 등 세계 유수의 뇌과학연구소가 우리 연구소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7T 융합 기기로는 기존의 뇌 영상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선명한 뇌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실제로 병원에서 쓰고 있는 뇌 영상기기는 대부분 1.5T이고, 3T MRI도 이제 막 도입되고 있는 상황이다.

7T MRI는 뇌의 미세한 혈관까지 판독이 가능하므로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파킨슨병 등의 뇌 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고, 혈관 단위까지 관찰하고 연구할 수 있다. 조 소장은 뇌 영상기기의 발달이 뇌 연구에 엄청난 진전을 가져오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인간 뇌의 블랙박스라 불리는 해마와 시상, 뇌간의 신경화학물질의 변화는 기존 영상기기로는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개발한 7T PET-MRI 융합 기기로는 놀라울 정도로 생생한 뇌 영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해외 뇌과학자들도 놀랄 정도지요.”


실제로 병원에서 쓰고 있는 1.5T MRI 영상과 뇌과학연구소에서 촬영한 7T PET-MRI 영상을 비교해보니 안개 낀 것처럼 흐릿하게 보이는 1.5T 영상과 달리 7T MRI로는 뇌의 모세혈관까지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한마디로 뇌 영상의 차원이 달랐다. 

세계 최초 14T 영상기기 개발에 도전 

조 소장은 이에 머물지 않고 다음 목표를 이미 정해놓았다. 2005년에 이미 7T MRI를 개발한 적이 있는 조 소장은 세계 최초로 14T MRI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다. 14T MRI는 아직 세계 어느 연구소에서도 개발하지 못한 상태다.

7T MRI도 전 세계에 40여 대만 설치되어 있을 뿐이다. 7T MRI 경쟁에서 뒤진 일본과 프랑스에서 11.7T MRI를 개발하겠다고 나섰고, 호주가 이 대열에 합류했지만 14T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 소장이 14T MRI를 개발한다면 또 한 번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게 된다. 과연 7T에서 중간 단계 없이 바로 14T MRI를 개발하는 것이 가능할까?

“다른 곳에서 하고 있는 것에 도전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과학은 처음 개발한 사람만을 인정해주니까요. 우리는 이미 7T를 개발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바로 14T에 도전할 수 있습니다. 14T 개발에 성공한다면 우리가 세계 최초로 가장 선명한 뇌 영상을 얻는 나라가 될 겁니다.”

조 소장의 열정과 도전정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14T MRI를 개발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개발 비용만 약 1천5백억 원이 든다. 이중 5백억 원은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이 사재를 털어 투자하기로 했다.

부족한 1천억 원은 정부 지원을 받을 예정이다. 정부 투자가 결정되면 오는 2015년까지 14T MRI 개발을 마친다는 목표다. 


14T MRI가 개발되면 뇌 연구에는 어떤 신기원이 펼쳐질까? 우선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초고해상도 뇌 영상을 얻을 수 있다. 직접 해부한 것처럼 선명한 뇌 영상을 볼 수 있다면 뇌공학은 물론 뇌의학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진전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고령화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뇌질환을 조기 진단,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뇌과학연구소는 이미 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뇌졸중 환자의 뇌 영상이 정상 뇌 영상과 어떻게 다른지 찾아냈다.

기존의 영상기기로는 확인이 어려웠던 부분이다. 조 소장은 “현재 1.5T로 보고 있는 살아 있는 인간의 뇌를 14T까지 선명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천뇌과학연구소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글·전채연 ccyy74@naver.com | 사진·박여선 pys03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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