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와 보수의 뇌구조

브레인 신호등

브레인 35호
2012년 08월 29일 (수)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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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연일 매스컴은 후보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인터넷과 트위터 등에도 대통령 후보들의 발언을 분석한 글이 쉼 없이 오른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네거티브 선거전략이 선거운동 방식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탓에 선거철이 다가오면 연일 비방기사들이 난무한다.

안타깝게도 최근의 몇몇 연구들은 마치 네거티브 선거전략의 효과를 입증하는 듯한 결과를 보여주기도 한다. 또 대개의 사람들이 투표를 할 때 감성적인 근거를 가지고 후보를 고르고, 이미 정치적 입장이 정해진 사람들은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가 자격미달의 언행을 보여도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결국 선거는 상호 비방과 감성적 지지를 호소하는 혼탁 양상에서 벗어나기 힘든 것일까?

왜 네거티브 선거전략이 계속되는가

선거철이 되면 늘 정책 대결이 되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의 유권자들은 후보가 내세운 정책과 공약을 따져 이성적 결정을 내리기보다 첫인상에 더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 2005년 <사이언스>지에 발표된 한 논문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선거에 나온 후보에게 투표할 때 별로 심사숙고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 대학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다른 지역 의원 후보들의 사진을 1초간 보여준 뒤 가상 투표를 실시했는데, 이후 실제 선거결과와 70%나 일치했다. 다시 말해 많은 유권자들이 실험 참가자들처럼 잠깐의 첫인상으로 후보들을 판단한 뒤 자신의 표를 던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심리학자인 대니얼 길버트는 ‘사람들이 모든 정보를 이해와 동시에 일단 받아들이고, 틀린 정보는 나중에야 평가하여 물리친다’는 스피노자의 가설을 실험을 통해 검증했다. 사람들이 어수선한 조건 속에 있을 때나 시간의 압박을 받을 때 거짓된 정보를 더 자주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이것은 꽤나 심각한 상황을 가져올 수 있다.

미국에서 실제 있었던 사례 한 가지를 보자. 공화당의 주 하원의원이 아무런 증거도 없이 민주당의 유력한 지역대표 후보를 아동 포르노물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고발했다. 두 달의 조사 끝에 아무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 정치인은 결국 정치 경력에 타격을 입고 물러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의 법체계는 유죄로 증명되기 전에는 무죄라는 ‘무죄추정의 원칙’을 세우고 있지만, 우리의 지각체계는 법체계와는 다르게 움직인다.

이 같은 연구결과가 아니더라도, 정치인들은 선거 경험을 통해 이성적인 공약보다는 이미지 전략을 잘 세움으로써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당락에 더 중요한 변수라고 판단한다. 상대방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것이 자신의 당선에 유리하다고 믿는 한, 우리 정치와 선거문화는 앞으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진보와 보수는 뇌구조부터 다르다

편을 가르고 적을 만드는 것이 세력을 모으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에 지금 우리 정치권에도 ‘종북좌파’니 ‘친일보수’니 하는 단어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좌파와 우파는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언어수준만큼 서로가 악의 축은 아니라는 것이 최근 뇌과학의 결론이다.

진보와 보수의 문제에 관심을 가진 뇌과학자들은 정치적 성향 차이가 뇌에서도 나타나는지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의 료타 카나이 교수는 정치적인 태도와 관점 차이 등이 뇌구조와 연관성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20~30대의 성인 90명을 대상으로 정치적 태도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이들의 뇌를 자기공명영상(MRI)으로 촬영했다.

설문 결과,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자유주의적 좌파라고 밝힌 사람들은 뇌 전두엽 한가운데 있는 전대상회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전대상회피질은 습관적인 반응이 아닌 새로운 반응을 해야 할 때 활성화되는 부위다.

보수적인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우측 편도체(amygdala)가 더 컸는데 이곳은 공포와 혐오에 관여한다. 연구진은 “정치적인 관점은 진보와 보수 두 가지로 나뉘는 것이 아니라 더 다양하게 존재하며, 정치적 관점이 다르면 뇌구조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보수 성향과 진보 성향을 보이는 사람의 유전적 차이까지 규명하는 실험도 이루어지고 있다. 진보와 보수를 생물학적인 차이로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곧 올 수도 있을 듯하다.

정치적 편 가르기는 이제 그만

이러한 생물학적인 차이는 왜 자신이 속한 계층을 대변하지 않는 정당을 지지하는가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자신은 서민임에도 친기업 정책을 펴고 간접세를 올리겠다는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거나, 또는 부자이면서 서민을 위한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정당을 지지하기도 한다.

인터넷 토론방을 보면 이처럼 자신이 속한 계층과 상반되는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이해 못하겠다고 상대방을 공격한다. 그러나 정치적 성향의 차이가 뇌구조에서부터 비롯되는 것이라면 이러한 선택을 이해할 만하다. 진보나 보수 그 자체는 공격대상이 아니게 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공동체 생활을 이어온 인류는 생존하기 위해서 부족 구성원이 다양할 필요가 있었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고 변화에 민감한 젊은이들과 기존의 질서를 지키며 공동체를 안정시키는 연장자 모두 필요한 구성원이었다.

현재 우리는 이전에 경험해본 적이 없을 만큼 강력한 경제 위기의 시대를 맞고 있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름으로 편을 가르고, 같은 편끼리 뭉치려 하는 것은 불안하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심리적 위로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진보와 보수라는 어쩌면 태생적인 차이를 인정하고, 현재의 위기를 현명하게 헤쳐나갈 방법을 함께 찾는 것이 모든 유권자의 바람일 것이다.

글·강윤정기자 chiw55@brai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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