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의 문을 여는 음료, 녹차

브레인 푸드

브레인 14호
2010년 12월 21일 (화)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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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오르는 따끈한 차 한 잔의 정취가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녹차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지만, 탁월한 두뇌 음식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차 속에 든 플라보노이드, 카테킨 등의 성분은 특히 뇌의 신경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작용을 한다. 여린 잎 우려낸 맑은 차 한 잔이 어떻게 훌륭한 두뇌 음식이 되는지 살펴보자.


심장병 환자에게 탁월한 효과

《동의보감》에는 차가 ‘머리와 눈을 맑게 하고 소변을 잘 나오게 하며 갈증을 멎게 하고 잠을 적게 하며 해독 작용을 한다’고 했다. 다른 문헌에도 ‘차를 오래 마시면 마음과 몸에 병이 생기지 않으므로 뜻과 기운에 좋다’는 기록이 실려 있다. 이처럼 예로부터 내려오는 차의 효능을 현대 과학은 여러 가지 실험과 수치로 입증하고 있다.

미국심장학회에서 발표한 차 관련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매주 차를 19잔가량 마시는 사람의 사망률이 차를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44%나 낮았다고 한다. 실험 대상자는 1천9백 명의 심장병 환자였고, 4년 이상 면접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저밀도지단백이 동맥 벽에 붙는 것을 차의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막아주기 때문일 것이라고 잠정 분석했다. 즉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심장마비를 불러오는 혈소판 응집을 차단한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심장병 환자가 차를 즐겨 마시면 수명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녹차는 뇌의 관문을 통과하는 유일한 음료

기억력 감퇴는 대표적인 노화 증상으로 꼽힌다. 약속한 일을 까맣게 잊는다거나 이미 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는 등 ‘정신줄’을 놓은 모습에 스스로 한탄하며 의기소침해지기도 한다. 활성산소 발생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뇌의 신경세포가 손상돼 기억하고 학습하기 등의 인지 능력이 감소된다. 그런데 녹차에 들어 있는 카테킨 성분이 활성산소를 적절하게 조절함으로써 신경세포의 손상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일본 쿠리야마 신이치 박사는 70~96세의 남녀 약 1천 명을 대상으로 녹차를 마시는 빈도 등의 식생활 실태를 조사하고, 기억력이나 도형 그리기와 같은 인지 기능에 대한 실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녹차를 하루에 두 잔 이상 마시는 사람이 일주일에 세 잔 이하로 마시는 사람에 비해 인지 능력 감소 현상이 적게 나타났다. 구하기 쉽고 언제든 간편하게 마실 수 있는 녹차 같은 음료가 우리의 뇌세포를 보호해줄 수 있다니 참 반가운 일이다. 미국의 저명한 과학자인 존 웨이스버거 박사는 ‘차를 국민 건강 음료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녹차가 노인들에게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뇌에는 인체가 섭취한 음식의 영양 성분이나 그 밖의 성분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 ‘바리케이드’가 있다. 이것을 ‘뇌 관문(BBB: Blood Brain Barrier)’이라고 하는데, 일단 특정 성분이 뇌 관문을 통과하면 혈류를 통해 뇌세포에 전달돼 신경 작용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마시는 것 중에서 유일하게 뇌 관문을 통과해서 직접 뇌세포로 전달되는 것이 녹차다. 그래서 의학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때문에 지치고 힘들 때 담배를 꺼내 피우는 습관을 버리고 녹차를 마시라고 조언한다. 녹차에 든 카테킨, 데아닌 등의 약효 성분이 지친 뇌를 활성화시켜주기 때문이다.


녹차의 카페인을 커피와 비교하면

수험생이나 직장인이 순간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 가장 즐겨 찾는 음료는 커피다.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대뇌중추신경에 작용해 각성 효과를 일으키고, 강심, 이뇨, 혈관 확대 등의 반응을 수반한다. 녹차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다. 녹차 한 잔에 들어 있는 카페인 함유량을 커피와 비교해보면, 녹차는 27mg 정도인데 비해 커피는 66mg으로 녹차가 커피보다 카페인 함유량이 절반 이하로 적다. 또한 녹차에 들어 있는 카테킨과 데아닌 성분이 카페인과 결합하여 카페인을 불용성 성분으로 만들거나 그 활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커피를 마셨을 때처럼 밤에 잠이 안 오거나 중독 되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녹차는 커피에 비해 카페인 작용이 원만하게 일어나고, 지속 시간이 짧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녹차를 마신 뒤 뇌파가 활발해져 암기력이 좋아졌다는 국내 보고도 있다. 다만, 소화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위에 부담을 줄 수 있으므로 녹차를 자주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성 비만이나 몸이 잘 붓는 사람에게는 강력 추천!


모니터 옆에 녹차 티백 한 통!
차는 기호음료가 아닌 귀한 의례용 음식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차를 마시기 시작한  유래를 역사 기록에서 찾아보면 가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죽은 왕에게 올리는 제사상에 술, 단술, 떡, 밥, 과일 등과 함께 차를 올렸다는 기록이 나와 있고, 이후 예법이 민간으로 번지면서 점차 차가 일반화됐을 것이다.

현대에 이르러 녹차의 과학적 효능이 밝혀지면서 녹차는 음료를 넘어 빵, 케이크 등 음식 재료로 쓰이고, 피부 미용이나 다이어트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

몸과 마음이 지칠 때 맑은 녹차 한 잔 마시며 한숨 돌리는 습관이 우리의 뇌 건강을 지켜준다니, 한 살 더 먹은 새해엔 컴퓨터 모니터 옆에 녹차 티백 한 통 얹어둘 일이다. 


글·김보희
kakai@brai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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