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신질환 2위…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두뇌로 보는 불안의 세계 1편] 불안장애의 실태

“나는 아이들과 함께 시내에 있는 마트에서 쇼핑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심장이 마구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아무 이유 없이 끔찍한 불안에 사로 잡혔죠. 점점 숨이 가빠지더니 숨이 막혀왔어요. 누가 허리띠로 졸라매기라도 하듯 가슴이 조여왔죠. 금방 죽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혔어요.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흘렀죠. 그리고 손이 떨렸어요.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어 저 자신을 주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죠. 이유를 알 수 없는 뭔가가 내 몸속에서 퍼지면서 나를 죽이려는 것만 같았어요. 너무 무서워서 당장 죽을 것만 같았죠. 나는 어찌할 바를 몰랐어요.” - 독일 쥐빌레 씨(37)

불안장애 중의 하나인 공황발작증세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다. 아니면 이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가족이나 지인이 있을 것이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증은 노이로제의 원형이다. 신경전문의이자 뇌과학자 이시형 박사는 “사실 정신의학은 불안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불안이 어떤 형태로 표출되느냐에 따라 노이로제의 형태가 결정된다. 따라서 종류는 달라도 근본적으로 불안만 치료하면 나머지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라고 말했다.

사실 불안이 나쁜 것은 아니다. 생존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물고기들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수족관에 구피(송사릿과의 관상용 열대어)들과 그 천적인 농어를 함께 넣고 60시간 동안 지켜보았다. 농어를 피해 다닌 물고기들은 생존율이 40%였다. 약간의 두려움을 느낀 물고기들은 15%만 살아남았다. 그러나 겁도 없이 농어 가까기에 있던 물고기들은 생존율이 0%였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조심스럽게 운전하는 사람, 문을 잘 잠그는 사람, 불안 때문에 시험준비를 철저히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감정이다. 그러나 실제 위험에 대해서 느끼는 불안은 유익하지만 근거 없는 불안은 도움이 안 된다.

우울증의 2배로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불안장애의 실태는 어느 정도일까?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는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맹제 교수팀에 의뢰, 7월 19일부터 11월 16일까지 4개월 동안 전국 18∼74세 성인 6,022명을 표본으로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최근 1년간 조현증과 우울증 등 25개 정신질환을 한 번 이상 경험한 사람은 전 인구의 16%인 577만 명에 달했다.

이를 바탕으로 추계한 정신질환 평생 유병률(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비율)은 27.6%로 성인 10명 중 3명꼴이었다. 알코올과 니코틴 사용장애를 제외할 경우에는 14.4%로 성인 6명 중 1명꼴이었다. 이로 인해 성인의 15.6%는 한 번 이상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고, 3.3%는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불안장애는 전체 정신질환별 평생유별율에 8.7%를 차지해서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알코올 사용장애(13.4%)로 나왔다. 그러나 우울증(3%)에 비하면 2배 이상으로 높은 수치라는 점이 주목된다.

불안장애 1년 유병률(해당 연도에 병을 겪은 사람의 비율)로 보면 사태는 심각해진다. 2006년 5%였는데, 2011년에는 6.8%로 늘었기 때문이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은 알코올 사용장애가, 여성에서는 불안장애가 평생유병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 불안감이 컸던 이유?

흥미로운 것은 위험을 인식하는 점에서 일반인과 전문가 그룹이 다르다는 점이다.

미국의 폴 슬로빅 교수는 1987년 전문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위험인식에 대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전문가가 통계적으로 설명하는 실제 위험도와 일반인들이 받아들이는 위험도의 정도가 매우 달랐다는 점이다. 사건의 위험도 순위를 평가하도록 했더니 일반인들은 위험도를 ‘원자력 발전-자동차-총기-흡연’ 등의 순위로 인지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자동차-흡연-음주-총기’ 순으로 평가했다. 일반인들에게 두려움 1위였던 원자력 발전이 전문가들에게는 20위 수준밖에 안 되는 위험에 불과했다.

일반인들이 체감하는 위험의 순위는 1) 결과의 끔찍함 정도(dread) 2)자신의 인지와 지식 범위 밖에 있는 미지의 정도(unknown), 위험에 노출된 사람의 수(실제 위험의 정도와는 무관)에 있었던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온 국민이 처음 들어보는 바이러스가 불러일으킨 미지의 질병이란 사실이 불안감을 확산시켰다.

이진석 서울의대 교수는 “일각에서는 독감으로만 매년 100여 명이 사망하는데, 고작 36명이 사망한 메르스로 너무 호들갑을 떤다며 국민의 냄비 근성을 나무란다. 그러나 위험인지학 분야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갑작스럽고 불가항력적인 사건의 위험을 통상적인 사건의 1,000배 크기로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니깐 국민은 36명의 사망자를 3만 6천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사건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처럼 불안은 개인의 질병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인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단순히 정신병이라는 이유로 낙인을 찍을 이유도 없고 숨어서도 안 된다. 이제는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마음의 감기’라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 마음의 총사령관인 두뇌(brain)를 통해서 불안의 원인과 해법을 살펴보자. (계속)

■ 참고문헌

이진석, <[정동칼럼]불평등한 불안과 공포>, 경향신문, 2015년 8월 16일
김난도 외, <트렌드코리아2016>, 미래의 창, 2015년
이시형, <둔하게 삽시다>, 한국경제신문, 2015년
보르빈 반델로브 지음, 한경희 옮김, <불안 그 두 얼굴의 심리학>, 뿌리와이파리, 2008년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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