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탐구한 예술가와 과학자들 '살바도르 달리 전시'

[뇌 속 풍경] 오늘 밤 내가 꾸고 싶은 꿈은

▲ 스페인 초현실주의 거장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의 대규모 원화전이 2022년 3월 20일까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된다.


누구나 매일 꿈을 꾼다. 꿈을 꾸지 않았다고 생각할 때조차 기억하지 못할 뿐 잠과 꿈은 늘 함께 작동한다. 우리는 무슨 이유로, 어떤 원리로 꿈을 꾸는 것일까? 꿈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일까? 

어떤 꿈은 평범하지만 대부분의 꿈은 환상적이거나 어이없는 상황으로 점철된다. 가본 적 없는 곳을 여행하고, 하늘을 나는 멋진 경험을 하기도 하지만, 때론 배우지도 않은 과목의 시험을 치거나 머리를 바짝 깎고 군대를 다시 가는 악몽을 꾸기도 한다.

꿈은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의 관심사였다. 의학, 과학,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꿈에 대해 다뤘고, 특히 1920년대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퍼진 문학·예술 사조인 ‘초현실주의(Surrealism)’는 무의식과 꿈의 세계를 예술로 표현했다. 이전까지 그림은 실물을 미화하여 최대한 실제처럼 그리는 것을 추구했다. 그러나 카메라가 발명되면서 사진이 그림을 대체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1, 2차 세계대전이라는 세계사의 엄청난 비극을 겪으며 화가들은 과연 있는 대로 그리는 그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을 품었다. 

때마침 꿈을 무의식으로 규정하고 꿈의 해석을 통해 인간의 의식과 존재를 이해하려는 정신분석학(psychoanalysis)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등장했다. 정신분석을 창시한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무의식을 연구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꿈을 탐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그의 저서 『꿈의 해석』은 초현실주의 개념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 살바도르 달리의 한국 첫 대규모 회고전이 DDP 디자인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다.(사진_김경아 기자)



 초현실주의 화가가 탐닉한 꿈의 세계


20세기 초현실주의 대표 화가로 꼽는 살바도르 달리Salvador Dali는 ‘그림이란 비합리적인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천연색 사진’이라 표현했다. 달리는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을 ‘인생 최고의 발견물’이라고 여기며 꿈과 무의식을 신비롭고 수수께끼 같은 소재로 깊게 탐구했다. 또한, 그 주제를 회화에 담기 위해 그만의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했다.

살바도르 달리의 꿈과 무의식 세계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살바도르 달리 회고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살바도르 달리의 독특한 성격과 세계관을 반영한 회고전에는 스페인 피게레스 달리 미술관을 비롯한 스페인 레이나 소피아 국립미술관과 미국 플로리다 달리 미술관의 140여 점의 소장품이 전시된다.

특히 플로리다의 달리 미술관에서 특별 제작한 <달리의 꿈>(2016)은 달리의 작품 <밀레의 ‘만종’에 대한 고고학적 회상>(1935)을 멀티미디어 영상으로 제작해 마치 꿈속을 유영하는 듯한 초현실적 경험을 선사한다.
 

▲ 살바도르 달리의 작품 중 우리에게 친숙한 <기억의 지속 The Persistence of Memor>, 1931 ⓒ Salvador Dalí, MOMA


이처럼 미술계에까지 큰 영향을 끼친 정신분석학은 심리학의 기반이 되면서 사람들은 꿈을 인간의 무의식과 감춰진 욕망의 상징이라고 믿게 되었다. 프로이트는 깨어 있을 때 자아가 억압했던 잠재의식의 욕구가 꿈에 드러나는 것으로, 낮에 활동하는 동안 충족되지 않은 욕구가 잠이 들고 자아가 느슨해지자 무의식에서 발현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뇌과학이 발전하면서 프로이트의 해석을 반박하는 연구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꿈은 무의식인가, 의식인가? 영상 기술로 들여다 본 꿈꾸는 뇌

1980년대 이후 뇌를 촬영하는 영상기술인 SPECT(단일광자 방출 촬영술), PET(양전자 방출 촬영술), fMRI(기능적 자기공명 영상)가 등장해 살아있는 뇌를 영상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를 활용한 뇌과학자들의 열정적인 연구를 통해 꿈을 꿀 때 활성화되지 않는 뇌의 영역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하나는
배외측전전두엽으로 감각기관과 기억 영역에서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비교하고 예측하고 판단하는 일을 하는 곳이다. 다른 하나는 작업기억과 주의집중 영역이다. 이 부분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반성적인 사고가 결핍 된다. 꿈속에서 시공간이 마구 뒤섞이거나 맥락 없는 상황이 나열되고, 논리적이지 않은 일을 하면서도 그 일이 왜 이상한지 눈치를 채지 못하는 이유이다. 

또한 1차 운동영역의 출력이 척수를 통해 나가야 되는데 꿈 꿀 때는 이 부분이 차단된다. 뇌간에서 척수로 가는 신경 연결이 억제되어 꿈속에서 누군가에게 쫓겨 전력질주를 하더라도 실제 다리는 움직이지 않는다. 

프로이트는 꿈을 무의식으로 규정했지만 현대의 뇌과학자들은 의식으로 재규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꿈은 신경세포로 이뤄진 뇌의 작용에 의한 것이므로 신체적인 활동의 일환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 살바도르 달리의 꿈을 표현한 <다가오는 밤의 그림자 The Shades of Night Descending>, 1931 ⓒ Salvador Dalí, Fundació Gala-Salvador Dalí, SACK, 2021


꿈은 가장 창조적인 의식 상태

자신이 꾼 꿈을 그림으로 그리고 영화로 만든 달리의 작품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꿈은 왜 달리처럼 스펙터클하고 다양하지 않을까?’ 

미국에서 수면장애 연구를 하는 제임스 파겔James Pagel은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꿈을 꾸지 않는다고 하거나, 꿈을 거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면 중에 깨워서 꿈을 꿨는지 확인하는 실험이었다. 실험 대상자들은 실제로 대부분 꿈을 회상하지 못했는데, 이들의 생활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창조적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하다못해 창조적인 취미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반면 선댄스 영화협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꿈을 회상하는 비율이 일반인의 2배 가까이 높게 나왔다. 창조적인 사람일수록 자신의 꿈에 심리적으로 더 친근하고, 꿈을 실생활에 더 자주 활용한다는 것이다.

깨어 있을 때의 창조적 활동이 다채로운 꿈을 꾸게 하고, 꿈은 다시 우리에게 창조적 영감을 일깨워준다는 사실을 달리와 뇌과학자들을 통해 확인한다. 
 


글. 전은애 수석기자 hspmaker@gmail.com / 사진. 김경아 기자
이미지 제공. 지엔씨미디어 <살바도르 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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