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리포트] 뇌는 멀티태스킹 하지 않는다

집중리포트

브레인 93호
2022년 07월 07일 (목)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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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현대사회에서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 가능하면 좋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뇌과학에서는 동시에 여러 일을 하는 멀티태스킹이 뇌에 부정적이라고 본다. 인간의 뇌가 멀티태스킹과 거리가 멀다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뇌신경학자 얼 밀러Earl Miller는 우리 뇌가 멀티태스킹을 잘할 수 없게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이에 관련한 연구결과도 여럿 있다.

2010년 《사이언스》 지에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가 수행한 19세부터 32세까지의 지원자 남녀 각 16명씩을 대상으로 한 연속적 단어 만들기 실험에서 fMRI 뇌영상을 촬영한 결과, 작업 종류를 2개로 늘리면 실수가 잦아지고 3개로 늘리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저하된다는 논문이 실린 바 있다.

2014년 영국 서섹스대학교 연구팀은 여러 가지 전자기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남성과 여성 7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를 통해 멀티태스킹을 자주 오래 한 사람일수록 뇌에서 회백질의 밀도가 줄어드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모든 것이 연결된 정보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청소년들의 멀티태스킹에 관한 연구도 나왔다.

2020년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와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대학교 의대 공동 연구팀은 미디어 멀티태스킹이 청소년들의 주의집중력과 기억력 저하의 주요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를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하지만 과학적 사실과 현실에서의 느낌은 다르기도 하다.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잘하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이런 경우는 무엇일까. 엄밀히 말하면, 뇌가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이 아니라 A 업무에 집중하다가 B 업무로 빠르게 의식을 전환하는 것이다. 즉 스위칭 능력과 더불어 빠른 주의집중도를 보이는 것이지 동시에 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멀티태스킹 권하는 사회

우리 뇌에서 인지적 과정을 제어하고 관리하고, 특정 작업을 수행할 때 그것을 어떻게 하고, 언제하고, 어떤 순서로 할지 결정하는 능력을 집행기능이라고 한다.

멀티태스킹은 뇌에서 바로 이 집행기능에 의해 관리된다. 집행을 조절하는 과정에는 두 단계가 있다. 첫 번째는 다른 일보다 지금 수행할 우선적인 일을 정하는 것으로 목표를 정하는 단계이다. 두 번째는 이전 작업의 규칙에서 새로운 작업의 규칙으로 변화시켜 새로운 규칙을 활성화시키는 단계이다.

이 두 가지 단계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고자 할 때 조금씩 기능수행에 지연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멀티태스킹을 하는 사람들 가운데 매번 새로운 작업에 다시 집중을 하는 습관때문에 한 가지 일을 할 때에도 주의가 산만해지고 집중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멀티태스킹을 할 때 한 작업에서 다른 작업으로 집중의 대상을 전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업속도가 느려지는 등의 현상이 생기게 된다.

결과적으로 멀티태스킹을 할 때 작업속도가 전체적으로 더 느려지고 전반적 효율이 떨어진다.

무언가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뇌에서 그 일과 관련 없는 다른 정보처리를 차단해야 하는데, 여러 일을 한꺼번에 하다 보면 집중을 방해하는 많은 정보를 차단하지 못하게 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뇌를 변화시켜 주의가 산만해지고 집중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멀티태스킹은 짧게, 몰입은 길게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멀티태스킹 습관을 고치고 작업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을까? 우선 집중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여러 일을 한꺼번에 진행하기보다는 시간을 정해두고 주어진 시간에 한 번에 하나의 작업을 하는 것이 좋다.

한 번에 하나의 작업에 집중하면 업무능력을 포함해 삶의 여러 측면에 도움이 된다. 일의 효율도 오르고 그 결과물도 더 좋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일을 할 때 이메일이나 소셜미디어 등 방해가 될 만한 요소를 완전히 제한하고 오롯이 하는 일 한 가지에만 집중해보자.

깊이 집중해서 일을 끝마치면 오히려 뇌가 재충전된 것을 느낄 수 있다. 한 번에 하나의 작업을 수행하면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그 작업 자체에 대한 몰입의 즐거움이 따라온다. 그 즐거움의 경험이 더 집중하는 상태로 뇌를 유도하고, 뇌는 집중을 더 잘하는 효율적인 뇌로 변화해 간다.

한 가지 일에 대한 집중은 정서적인 문제를 다루고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중요한 시험이나 발표를 앞두고 있으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데, 걱정을 하면서 일을 하는 것 역시 멀티태스킹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럴 때는 자신의 호흡에 집중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면 불안한 감정에서 놓여나 다시 작업에 집중하는 상태를 만들 수 있다.
 

글. 양현정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대학교 통합헬스케어학과 학과장.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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