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마음의 위대함

서양에서 동양으로

2011년 03월 07일 (월)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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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마음은 실제 인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20세기를 지배했던 서양과학에서부터 정신과 물질의 이분법적인 사고가 무너지면서 과거 신비의 대상으로 치부됐던 것들이 속속 과학의 영역 안으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다.

기쁘고 즐거운 심리상태가 되면 엔돌핀이 분비돼 몸이 좋아지고, 괴롭고 힘든 심적 상태에서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돼 실제 몸도 그와 같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이제는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될 정도이다. 더 나아가 긍정적 생각이 긍정적인 인체의 변화를 가져오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는 예상도 단순한 상상이 아니다.

서양과학에서 마음의 작용이 인체에 미치는 효과는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인정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많은 부분 결과론적으로 그와 같은 현상을 받아들이고 있으며, 그 원인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마음이 눈에 보이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인체의 변화와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정도로 접근하는 게 서양과학이다.

'플라시보효과(Placebo Effect)'라는 것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약물효과가 없는 가짜 약으로 얻는 치료효과를 말한다. 플라시보란, '마음에 들도록 하자'는 뜻의 라틴어. 위약(僞藥;가짜약)을 뜻한다. 실제 내복약으로는 유당·녹말 등으로 형태·색깔·맛 등을 실물과 똑같이 만들고, 주사약으로는 식염용액 등을 써서 환자에게 진짜 약이라고 투여하면 실제 30~40% 정도가 유효한 작용을 나타낸다. 현재 의약품을 처음으로 만들어 임상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플라시보를 이용한 이중맹검법(二重盲檢法)이 의무화돼 있을 정도로 의학과 약학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최근 뇌영상기술의 발달로 심리상태에 따른 뇌 반응연구가 가능해짐에 따라, 이 플라시보효과에 대한 입증도 이뤄졌다. 미시간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 연구팀은 실험 대상자에게 스킨로션을 통증 억제제라고 말해주고, 그것을 몸에 발라준 후 전기 충격을 가했을 때의 뇌의 반응을 기능성자기공명장치(fMRI)를 사용해 조사했더니 그냥 충격을 가한 경우보다 훨씬 통증을 덜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이다.

마음의 작용, 일상생활에서도 흔히 볼 수 있어

흔한 예가 상상임신. 간절히 임신하고 싶다는 바램을 가진 여성에게 종종 실제 임신을 하지 않았는데도 임신한 것과 똑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배도 불러온다. 그러나 진짜 임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그 증상은 곧 사라진다.

주위에서 실제 이러한 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것도 있는데 바로 '칭찬'이다. 예컨대 기록이 좋지 않은 역도 선수에게 칭찬을 계속한 후에 역기를 들게 하면 놀랍게도 거뜬히 들어올리는 효과가 나타나곤 하는데, 이 역시 칭찬의 '플라시보 효과'라고 할 수 있다. 어릴 때 할머니가 '내 손은 약손'이라하며 간절하게 배를 쓰다듬어주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실제 배가 낫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마음의 힘으로 볼 수 있다.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모았던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에도 '고래 반응'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아무리 사나운 범고래라 하더라도 굶기거나 혹독한 방법으로 조련시키는 대신 적절한 칭찬을 통해 길들이면 결국 물위 3m 이상을 뛰어오르는 탁월한 묘기를 선보이는 고래로 변모한다고 한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실험집단의 사람들에게 아무런 약효도 없는 약을 복용시키고 그것이 두통을 일으키는 약이라고 말해 주면 실험에 응한 사람들의 70% 정도는 정말로 두통을 호소한다는 '노시보(Nocebo) 효과' 처럼 잘못된 비난을 가하면서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해 폄하하게 되면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은 발휘되지도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물질'에서 '정신'으로 선회하는 서구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로까지 불리우며 서구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아시아 명상에 대한 붐의 이면에는 물질문명의 급격한 발달에 따른 잃어버린 정신적 가치에 대한 중요성을 절감하며, 보이는 '물질'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중요성을 깨달아가고 있는 서구인들의 심리적 변화가 짙게 깔려 있다.

미국 전역에 인도의 요가, 중국의 태극권 그리고 한국의 단학 등 아시아 전통의 심신수련들이 각광을 받는 까닭은, 정신과 육체는 둘이 아닌 하나이며 보이지 않는 마음의 작용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동양의 보편적 진리가 서구인들의 마음을 울리고 있음이다.

한국 고유의 선도의 맥을 이은 단학수련의 원리 중 '심기혈정(心氣血精)'이라는 것이 있는데 '마음이 가는 곳에 에너지가 흐르고, 에너지가 흐르면 생명력의 변화를 일으켜 물질의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뜻이라 한다. 보이지 않는 마음, 의식의 세계가 보이는 세계의 현상을 만들어낸다는 의미로 수천 년의 역사를 갖는 수련원리이다.

눈부신 문명의 발달은 서양과학의 우수성이 밑받침 되었지만, 서구의 과학이 이제야 정신과 물질의 경계를 없애고 그 상호작용을 인정하는 것을 보면 서구인들이 동양의 정신적 가치들에 환호하는 이유를 능히 짐작할 만 하지 않을까.

글. 장래혁 editor@brai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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