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은 왜 단것을 좋아하나?

스토리 브레인 푸드

브레인 4호
2010년 12월 23일 (목)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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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탐정食探偵의 사무실에 수사의뢰가 들어온 것은 일요일 밤 11시경. 왠지 잠이 오지 않아 따뜻한 우유 한잔으로 잠을 청하려던 참이었다. 그 순간 문이 덜컥 열렸다.

“도대체 여자는 왜 단것을 좋아하게 된 거죠? 절 단맛에 중독시킨 범인을 꼭 잡아주세요.” 입가의 설탕가루로 보아 야참으로 도넛을 먹다 황급히 뛰쳐나온 것이 분명한 피해자의 울먹임을 들으며 식탐정은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과연 연쇄적으로 많은 여성들로 하여금 단것을 입에 달게 만든 범인을 밝혀낼 수 있을까? 절대미각을 가진 식탐정으로서도 자신할 수 없는 사건이었다.

최초의 맛, 달콤함







베일에 가려진 범인을 찾기 위해 식탐정은 사건의 유일한, 그러나 확실한 단서이기도 한 단맛의 정체를 먼저 파악해야 했다. 식탐정이 알기로는 단맛은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이미 알고 있는 유일한 맛이다. 단맛을 느끼게 하는 탄수화물들은 체내에서 탄수화물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인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연료로 사용된다.

“살아 있는 것들 대부분을 보면 포도당이 연료죠. 세포 내의 미토콘드리아에서 포도당을 태우는 겁니다. 특히 뇌는 오직 포도당밖에 몰라요. 박테리아도 설탕을 향해 헤엄칠 정도니까 당분이 없으면 우린 시체죠. 물론 육식만 하는 고양이처럼 단맛 모르는 놈들도 있지만 걔들도 포도당 없인 못 살죠.” 기꺼이 수사에 협조한 백과사전의 증언이다.

달콤수사대의 캐슬린 맥고완Kathleen McGowan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단맛 좋아하는 건 타고난 거예요. 날 땐 단맛밖에 모르는데 특히 어머니의 젖은 매우 달죠. 주사 놓고 피 뽑을 때 애들을 달래는 진통제가 뭔지 아세요? 설탕 바른 젖꼭지만 주면 끝이에요.”

달콤함과 뇌
단맛의 정체가 드러나자 식탐정은 이번 범죄의 주요 무대인 피해자의 뇌를 둘러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과학수사대의 앤 켈리Ann Kelly 박사는 “뇌에게 단맛은 마약이나 마찬가지예요”라고 잘라 말했다. 애담 드류노스키Adam Drewnowski박사도 마찬가지였다. “단 음식을 먹으면 뇌의 쾌락 중추는 잘했다는 보상으로 모르핀과 유사한 천연마약 성분을 뿜어내 기분이 좋아지죠. 증상도 비슷해요.”

이쯤해서 피해자를 다시 만나 사건 정황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전 일상이 건조해요. 사랑과 행복의 호르몬인 세로토닌 농도가 낮으니까 늘어지고 우울해지기 십상이었죠. 그럴 땐 초콜릿, 사탕, 케이크처럼 단 음식을 먹었어요. 세로토닌이 순식간에 넘치더군요.” 범행 현장인 피해자의 뇌는 세로토닌 농도가 낮아 단맛에 중독 시키기 쉬운 장소였다.

용의자는 호르몬
이 사건의 특징은 범인이 주로 여성만을 타깃으로 삼았다는 데에 있었다. 간혹 남성 피해자가 보이긴 하지만 수치적으로 여성 피해자가 훨씬 많다. 수사 범위를 축소시키자 몇 가지 유력한 용의자들이 밝혀졌다. 한꺼번에 많이 먹지 않고 짬짬이 간식을 먹는 식습관, 공복을 부르는 무분별한 저지방 다이어트, 남성보다 더 우울한 경향을 보이게 만드는 낮은 세로토닌 농도, 스트레스에 더 예민한 감정상태. 성별에 따른 많은 차이점들이 용의자로 떠올랐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바로 생리주기에 따라 변하는 호르몬이었다. 매달 난포호르몬과 황체호르몬의 균형을 깨뜨리고 세로토닌의 농도를 급격히 내려뜨렸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가볍더라도 몸과 마음에 걸쳐 생리전 증후군을 겪게 한 건 사실입니다. 낮은 세로토닌 농도 때문에 달고 기름진 음식에 대한 욕구를 엄청나게 키운 것도 사실이고요. 생리가 없어도 마찬가지죠. 폐경기 이후에는 여성호르몬 농도가 내려가니까 세로토닌 농도도 함께 내려갑니다. 계속 단것이 먹고 싶게 되는 것은 저도 어쩔 수 없어요.”

여성은 임신이라는 선물과 함께 호르몬의 불균형을 함께 가질 수밖에 없다며 용의자는 항변했다.

탄수화물 중독의 악순환을 피하는 방법
또다시 공복이 찾아왔다. 수사 중 먹은 단 음식으로 빨리 올라갔던 혈당과 세로토닌 수치는 그만큼 쉽게 사라졌다. 식탐정은 마지막으로 가정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조애경 박사를 찾아가 사건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물었다.

“단시간에 혈당을 올리는 음식들은 포도당이 세포 내로 재흡수되도록 하는 호르몬인 인슐린도 급격히 분비하게 만들어 금세 공복이 다시 찾아옵니다.”

박사는 반복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올라가고 겉으로만 찌지 않은 ‘마른 비만’과 당뇨, 성인병의 위험만 올라간다고 경고했다. 특히 여성의 경우 저지방식이라며 탄수화물이 주가 되는 음식만을 먹다 보면 배도 쉽게 고프고 기분도 나빠진다고 했다.

박사가 제시한 해결책은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 일차적으로 달기만 한 음식들과 패스트푸드나 라면같이 탄수화물이 주가 되어 칼로리만 높은 식단을 바뀌야 한다는 것이다. 탄수화물도 단순당질이 아니라 서서히 분해되는 복합당질을 섭취하라고 권했다.

도정된 쌀보다는 잡곡을 먹고 양질의 단백질과 셀룰로오스처럼 공복을 줄이는 성분이 많은 음식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혈당을 천천히 올리고 영양학적으로도 좋다고 한다. 유제품과 단백질에 세로토닌의 원료인 트립토판도 함께 들어 있다는 것도 기억해둘 만했다.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적절한 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식탐정은 당분간 미제사건으로 분류될 수사일지를 적었다. ‘단맛을 추구하는 원초적인 본능을 무조건 없앨 순 없다. 다만 현명하고 알차게 먹는 방법만 있을 뿐’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 도움말·조경애 박사(서울가정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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