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에게 거짓말을 해봐

생활 속 뇌

브레인 6호
2010년 12월 08일 (수)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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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하루 평균 200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이는 8분에 한 번꼴로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동물 또한 거짓말을 한다고 하는데, 뇌가 진화한 고등동물일수록, 신피질이 발달한 개체일수록 거짓말의 능력은 더 뛰어나다고 한다. 그만큼 남을 속인다는 것은 복잡한 정보처리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복잡한 거짓말에 담긴 진실은 무엇일까?

뇌야, 하얀 거짓말 줄까? 빨간 거짓말 줄까?

거짓말은 복잡하고 다차원적인 접근의 행동으로 집단, 사회생활과도 연관된다. 부지런히 일상을 살고 있는 평범한 이들에게 거짓말은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는 데서 기인하는 하얀 거짓말이 대부분이다. 하얀 거짓은 진실이라는 칼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피하기 위해, 사실의 직선 코스를 두고 우회라는 주변 길로 돌아가는 것이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도 혜택의 성격을 띤 일종의 하얀 거짓말이다. 라틴어로‘기쁘게 하다’라는 의미를 가졌지만 현재는 위약僞藥 또는 위치료의 의미로 쓰이고 있는 플라시보 효과는 실제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난 것처럼 정보만 주는 것으로, 인간의 심리가 뇌의 작용에 영향을 주고 다시 인체 생리에 영향을 미치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하얀 거짓말처럼 기분 좋게 웃어 넘어갈 수 있는 거짓말도 있지만,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기만적이고 악의적인 거짓말이다. 이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보만으로도 다른 사람에게 심각한 피해를 주고, 복수나 이득을 위해 악의 있는 거짓말을 무기로 동원한다. 최근 자신의 학력이나 경력을 속이고도 음모라며 끝까지 억울함을 호소하다가 사면초가의 증거들이 제시되자 황급히 눈물을 거두는 이들의 거짓은 진실보다 더 리얼하다. 정신병리학자들은 자신이 존재하고 있는 현실을 오히려 허구라고 보며 자신이 만들어낸, 되고자 하는 허구의 세계를 진짜라고 믿는 것을 ‘리플리 효과ripley effetct’라고 부른다. 리플리는 사소한 거짓말로 시작해 점점 더 대담한 거짓말과 신분 위장으로 새로운 삶을 꿈꾸는 한 영화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리플리 병은 개인의 야망은 크지만 그것을 이룰 수 있는 환경이 차단되어 있는 이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고 한다.

거짓말을 들키지 않는 것도 뇌의 능력

남녀는 거의 비슷하게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여자가 남자들의 거짓말을 더 잘 알아차리기 때문에  남자들이 거짓말을 더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여자들에게는 어떻게 그런 능력이 있는 것일까? 상대방의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할 때, 한번에 여러 정보를 다루는 것에 익숙한 여자는, 남자가 의사소통보다는 공간 기능에 더 집중되어 있는 것에 비해 좌뇌와 우뇌에서 좀 더 핵심 영역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는 대화를 하면서 상대방의 몸짓 신호를 많이 놓치게 된다. 또한 여자들은 자기가 어떤 거짓말을 누구에게 했는지 잘 기억하는 반면 남자들은 자주 잊어버린다. 두뇌의 해마상 융기(기억과 언어를 저장, 회복하는 두뇌의 부분)는 에스트로겐 수용기로 가득 채워져 있는데, 이 부분에 있어서 남자 아이보다 여자 아이가 더 빨리 자라기 때문에 여자들은 정서적인 것과 관련된 것들을 더 빨리 기억한다. 이러한 이유로 여자들의 거짓말은 잘 통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이전 거짓말을 잘 기억해내어 꿰뚫어보는 능력까지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거짓말, 너 지금 떨고 있니? 

심리학자 프로이트Sigmund Freud는 ‘입은 가만히 있어도 몸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고 했다. 대부분의 거짓말은 탄로가 나기 마련이다. 완벽한 거짓말을 하는 거짓말쟁이나 완전하게 신뢰해온 사람이 하는 거짓말은 좀 힘들지만….한 뇌 관련 연구에 의하면 거짓말을 하는 동안에는 우리 몸이 각성 상태에 놓일 때 반응하는 뇌 부위인 두정엽(정수리 부위)이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순간적 상황에 미처 준비하지 못한 거짓말을 할 때는 고등정보처리 영역 중 하나인 ‘앞쪽 대상피질’이라는 뇌의 부위가 활발히 작용한다. 이 부위는 둘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등과 고민의 순간에 주로 반응하는 곳이기도 하다. 한편 미리 짐작된 상황에서의 거짓말은 과거의 사건에 대한 기억과 관계 있는 우뇌의 앞부분에 반응이 나타난다. 뇌는 거짓말의 상황을 예상치 못한 불안, 긴장 상태로 선포하고 몸에 경계령을 내리는데 이는 혈압, 맥박, 호흡 등에서 미세하게라도 신체 변화를 일으킨다. 이러한 이유로 거짓말은 상대의 시각이나 청각에서 미묘하게 포착되며, 거짓말 탐지(polygraph)도 이런 신체적 변화를 측정하는 원리에 의한 것이다.

신체적 변화에서 포착하지 못한다고 해서 거짓말의 위력에 무릎 꿇지는 마라. 몸이 안 되면 머리로!  일목요연한 논리의 알리바이를 갑자기 뒤집어 재생하게 하면 허구의 사실이기에 거꾸로 재생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런 점을 이용해 거짓을 잡아내는 방법도 있다고 한다. 또한 최근엔 fMRI(기능성 자기공명영상)를 통해 거짓말을 할 경우와 진실을 말할 경우 다르게 변하는 뇌 부위 색으로 거짓을 구별해낸다고 하니, 거짓의 쇼에서 거짓 곱하기 거짓은 더 많은 거짓일 뿐, 진실이 될 수는 없다.

글·박영선
pysun@brai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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