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파도, 참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브레인 신호등

브레인 10호
2010년 12월 22일 (수)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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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생존에 필수불가결한 뇌의 작용인 감정은 그 깊이와 넓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수시로 일어난다.하지만 ‘가장 깊은 감정은 항상 침묵 속에 있다’라는 말처럼 감정을 침묵 속에 억제하는 것은 스스로를 감정의 깊은 나락으로 떨어지게 할 수 있다. 억제된 깊은 감정은 그 탄생의 긍정적인 목적을 위배하고 사람을 해할 수 있기에 감정을 이해하고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 감정에 두려움 없이 맞서도록 우리의 감정이 태어난 곳, 뇌에서 그 해결점을 찾아보자.

■■   뇌가 표현하는 마음의 소리, 감정

뇌과학에서 감정은 뇌의 변연계를 중심으로 조직되는 마음의 상태이다. 기쁨, 슬픔, 공포, 분노와 같은 감정은 생존을 위해 필요한 뇌의 정보처리 방식으로 변연계의 편도와 인슐라, 앞쪽 대상 이랑의 작용으로 이루어진다.

인간의 감정은 사고를 처리하고 기억을 분석하는 대뇌피질의 발달로 더욱 복잡하고 다양한 양상으로 진화해왔다. 두려움의 감정으로 위험을 피하고, 분노로 불의에 맞서 싸우기도 하며, 사랑하는 감정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또한 기대 심리와 보상에 따른 즐거움은 가치를 매기고 행동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이런 감정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거나 표현을 억누르면 감정은 무감각해진다. 감정이 무딘 사람은 감정적인 행동과 연관된 편도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뇌에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수용체도 활성화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정서는 주로 부모와의 애착 관계에서 형성되는데, 정서적인 반응이 적은 아이들의 경우 뇌에서 감정 인지와 관련 부분인 대뇌 변연계의 물질대사가 활발하지 않다고 한다.

■■   복잡 오묘한 감정에 대처하는 정석, 억제하기 위해 표출하라?

그렇다면 감정은 어떻게 다뤄야 할까? 감정을 다루는 데 있어서는 조절이나 재해석 같은 적극적인 방식과 억제 등의 소극적 방식이 있다. 적극적인 방식에는 문제의 중심을 바라보고 자신의 행동이나 환경을 바꾸는 것과 감정 조절을 통해 나 자신 및 상황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정서 중심적인 대처가 있다.

문제 중심 방법은 때로는 자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문제 자체나 자신의 현실이 변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정서의 방법은 객관적 상황에 관계없이 나 자신의 감정 조절에 따라 모든 것이 달리지기 때문에 더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감정의 억제는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지 않고 억누르는 것으로, 심리적으로는 정서가 인지되는 것을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억제하려는 정보는 억제하면 할수록 커지고, 오히려 표현을 할 때야 비로소 억제된다고 한다. ‘하얀 북극곰’ 실험이 바로 그 예이다.

이 실험에서 한 그룹(자유 그룹)은 하얀 북극곰에 대해 자유롭게 생각하도록 하고, 다른 한 그룹(억제 그룹)은 하얀 북극곰과 관련하여 조금도 생각하지 않도록 지시했다. 실험 후 설문 작성에서 자유 그룹은 하얀 북극곰에 대해 거의 언급하지 않은 반면 억제 그룹은 하얀 북극곰을 과도하게 언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   감정 재해석하기 VS. 감정 억제하기


감정의 원인을 재해석하거나 감정을 참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감정을 조절하기 위한 노력의 흔한 방법이다. 최근 스탠퍼드 대학의 필립 골딘Philippe Goldin 박사 연구팀은 감정 조절에 관한 뇌 영상 연구를 통해 감정의 억제가 실제로는 감정을 더 키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정의 하나인 ‘혐오’에 대해 ‘인식의 재해석’과 ‘표출의 억제’라는 두 가지 감정 처리 방법을 적용했다.

인식의 재해석은 인지-행동 치료에서 쓰이는 기술과 유사한 것으로 무언가의 의미를 변화시키기 위해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의사가 부상당한 어떤 환자의 팔을 꿰매는 과정을 보고 있다고 하자. 그 장면을 보면서 많은 양의 피와 적나라한 치료 과정에 섬뜩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보다 그 치료가 환자의 부상이 회복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사실에 초점을 다시 맞춰보는 것이 인식의 재해석이다. 표출의 억제는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을 소리나 얼굴 표정 등으로 나타내지 않는다. 경험하고 있는 것을 다시 생각해보는 대신 감정을 꾹꾹 누른다. 이를 뿌득뿌득 갈거나 입술을 깨물어 참는 것으로 말이다.  

■■   감정 뿔났다! 억누르면 폭발하는 감정

연구 참가자들이 혐오스러운 이미지들을 보고 생기는 감정과 그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에 따른 반응을 조사하는 실험이 진행되었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MRI) 이미지에는 감정 활동과 관계된 편도와 인슐라 두 부분이 감정 조절 방법에 관계없이 모두 밝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재해석 때에 비해 억제를 하는 동안 편도와 인슐라의 신경 활동이 크게 증가해 있다는 사실. 재해석 때는 부정적인 감정이 줄었으나, 억압을 할 때는 감정 반응이 증가하고 스트레스가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재해석이 항상 최고의 방법인 것만은 아니다. 내가 만일 누군가와 부당한 억압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고 있다고 하자. 그런데도 상대의 행동에 시정을 요구하지 않고 그 관계를 정당화하는 재해석을 한다면 나의 상처는 무섭도록 커질 것이다. 마찬가지로 억제가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화가 난 직장 상사와의 대화가 그렇다. 상황을 다르게 해석할 겨를도 없이 마구 퍼붓는 상사를 보면서도 우선 일을 잘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순간 눈 한번 질끈 감고 참는 것이 낫다.

감정은 뇌의 운동이라고 한다. 감정을 잘 느끼고 반응할 때 적절한 감정 처리도 가능하다. 감정의 파도를 잘 탈 때 감정은 스트레스가 아닌 뇌의 윤활유,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TIP
감정을 잘 다스리는 건강한 뇌 만들기_ BEST5(Brain Education System Training, 뇌교육 시스템 트레이닝)

감정은 뇌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은 뇌를 잘 쓸 때 가능하다. BEST 5는 뇌를 잘 쓰고 감정을 다스리는 힘을 길러주는데 그 첫 번째 단계가 뇌 감각 깨우기이다. 몸을 움직여 몸과 연결된 뇌를 활성화시키고 눈을 감고 상상과 집중을 통해 뇌의 각 부위를 느껴본다.

2단계에서는 사물의 이름을 바꿔보거나 상대에게 지기 위한 가위바위보 게임 등 평소와 다른 패턴으로 사고를 유연하게 해준다.

3단계는 뇌 정화하기다. 정보는 사실과 감정이 결합되어 있다. 이 중 원치 않는 감정만을 뇌에 가장 좋은 운동인 웃음으로 날려버리는 것이다. 부정적이고 원치 않는 감정이 일 때 입꼬리를 올려 웃어보자. 그러면 뇌도 함께 웃을 것이다.

4단계 뇌통합하기에서는 도리도리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다가 점차 자유로운 온몸의 진동으로 나아가는 뇌파진동을 해보자. 뇌파진동으로 생각과 감정이 끊어지고 뇌간의 순수한 생명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마지막 5단계는 뇌에 좋은 정보를 제공하여 가치 있는 일을 실천해나가는 단계이다. 눈을 감고 명상을 통해 자신이 바라는 모습을 상상한다. 그리고 세상을 향한 밝은 계획과 비전에 집중한다.

글·박영선 pysun@brain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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