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근 박사의 건강한 뇌 만들기] 좋은 수면으로 꿈꾸는 건강한 인생

이일근 박사의 건강한 뇌 만들기 1

브레인 11호
2010년 12월 29일 (수)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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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일주일째 잠을 설치고 있다.  눕기만 하면 떠오르는, 뾰족한 해결책 없는 답답한 문제들에 눌려 아침마다 벌건 눈으로 출근을 한다. 하루 종일 답답한 가슴을 끌어안고 지내야 하는 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한숨 푹 자면 아득한 머리가 개운해질 것 같아 파고 들어가는 잠자리는 또다시 괴로운 뒤척거림이 되어버리고 만다. 도대체 잠이란 무엇일까? 삶과 죽음의 경계 또는 깨어나지 않는 잠을 죽음이라 할 수 있을까? 잠을 설치면 왜 개운하지 못한 걸까? 잠을 못 자더라도 맑은 정신만이라도 유지한다면 좋으련만. 이렇게 쓸데없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면 잠은 점점 멀어져가고 정신은 또렷해진다. 아~ 내일은 또 얼마나 멍한 하루가 될까.







우주 삼라만상의 공통 주기, 수면과 각성

우리가 사는 세상은 수많은 주기적 파동으로 형성되어 있다. 물리학자들은 20세기 벽두 플랑크의 양자론에서 출발하여 물질의 미시적 실체는 딱딱한 물질 자체가 아니라 입자의 주기적 파동이라는 것을 증명해왔다. 더 큰 우주로 눈을 돌리면 천체를 지배하는 운행 법칙도 주기성을 띤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구상의 생물들을 보자. 각 개체는 ‘일생’이라는 주기를 거친다. 그 일생 중에도 태양계의 운행 법칙에 맞추어 털갈이 등의 사계절 주기가 있고, 월경 같은 월주기, 그리고 설치류 동물의 3주간 발정 주기 등이 있다. 인체의 호흡, 심장박동 등도 짧은 주기성의 예다.

이 중에도 수면-각성 일주기는 우주 삼라만상의 공통 주기성의 한 형태로, 태양계에서 지구의 물리적 성격과 일치하여 작용하는 주기 현상이다. 주기성의 양극은 한 주기 내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다. 다시 말해 잠은 잠대로, 각성은 각성대로 역동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잠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기간, 각성은 활발하게 활동 하는 기간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잠이 줄어들거나 그 질이 떨어지면 좋은 각성도 기대할 수 없다.

좋은 수면 없이는 건강한 활동도 보장 못해

수면과 각성이 적절한 정도로 조화롭게 공존해야 우리는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좋은 잠은 좋은 각성 상태와 활동을 보장하고, 좋은 활동은 달콤한 잠을 보장한다. 무조건 오랜 시간을 잔다고 해서 개운해지는 것도 아니다. 일요일 하루 종일 자도 월요일에 개운치 못하다는 것이 그 예다. 오히려 토요일 밤에 8~9시간 정도 적절히 자고, 일요일 낮에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고, 일요일 저녁에는 조금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휠씬 활기찬 월요일을 맞이할 수 있다.

일에 빠져 사는 사람 중에는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을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기아를 경험하지 못한 포만감은 행복으로 느껴지지 않고, 휴식을 모르는 노동은 보람이나 행복의 의미를 갖지 못하듯이 수면 없는 각성은 존재할 수 없다.

건강한 활동을 위해서는 건강하고 적절한 수면이 필수 불가결의 조건이다. 무조건 잠을 줄인 각성 상태에서 하는 작업이나 공부는 그 시간을 연장할지는 몰라도 효율성은 크게 떨어진다. 수면을 잘 이해하고 좋은 수면을 찾아야 건강하고 효율적인 인생을 살 수 있다.

뇌를 비롯한 다양한 시선으로 보는 수면의학

수면 조절에는 신경계와 내분비계가 깊이 관여한다. 그렇기 때문에 뇌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연구, 시간생물학(chronobiology)이라 불리는 수면-각성 주기에 대한 연구, 그리고 잠자는 동안 발생하고 변하는 뇌파, 안구 운동, 근전도, 호흡 등의 각종 생리 지표에 대한 연구가 수면의 생리적 연구에 속한다. 이러한 기본 지식을 바탕으로 병적인 상태를 연구하는 것이 수면의학(sleep medicine) 분야다. 

대표적 수면 장애 질환의 예를 들어보면, 가장 대표적으로 불면증이 있겠고 수면 중 호흡 장애를 일으키는 폐색성 수면무호흡 그리고 주기적으로 사지 운동이 발생하는 주기성 하지운동장애가 있다. 또한 낮에도 잠이 쏟아지고 갑작스레 힘이 빠지는 기면증, 주간·야간 교대 작업이나 국제 여행 중에 발생하는 수면 주기 장애와 일반인에게 잘 알려진 몽유병, 이갈이 등도 수면 장애 질환에 속한다.

베일에 가린 수면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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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일근 서울브레인신경과원장,
한국뇌과학연구원 부설 뇌건강연구소 소장(
http://www.seoulbrain.co.kr 02-541-8275)



불면증은 아주 흔한 질환으로 정확한 양상을 파악하는 것이 진단과 치료의 첫걸음이며, 그것을 일으키는 다양한 선행 질환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수면무호흡증은 최근의 많은 연구에서 뇌졸중, 고혈압, 심장질환 등의 심혈관 질환과 성인 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더욱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질병 상태를 진단하는 방법 중 병력과 진찰이 중요하다. 수면 동안의 10여 가지 생리적 지표(뇌파, 안전도, 근전도, 호흡 상태, 몸의 움직임, 산소포화도 등)의 상태를 밤새 전기적으로 기록하는 방법인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 수면-각성에 따른 활동을 기록하여 분석하는 수면-각성 활동도검사(actigraphy) 등의 진단 도구를 사용한다. 수면은 알면 알수록 매력을 뿜어내는 재미있는 현상이다.

시간적으로 일생의 3분의 1을 차지하지만 아직 내막을 많이 드러내지 않고 베일에 가려 있다. 철학적 대상으로, 문학적 주제로 그리고 과학적 탐구 대상으로 다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는 수면, 의학뿐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 그 현상에 대한 탐구심을 가진다면 수면의 재미있는 세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일근 박사의 건강한 뇌 만들기’는 다음호에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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