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위험해도 다른 사람을 도울 것인가?

‘조와여의 뇌 마음건강’ 유튜브 채널과 함께하는 뇌 이야기

불이 난 건물 안에 있는 사람을 구출하기 위해 화염 속으로 뛰어드는 이들이 있다. 자신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남을 돕고자 하는 행동은 어떻게 가능할까? 

‘위험한 도움’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고통과 자신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라는 두 가지 요인이 동시에 존재할 때 발생한다는 점에서 다른 이타적 행동과 다르다.  뇌에는 다양한 방어 시스템과 방어기제가 존재한다. 

뇌는 오래된 정보를 사용하여 미래에 일어날 수 있는 유사한 일을 예측하는데, 이는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위험한 도움이 필요한 순간, 망설임 없이 위험에 처한 사람을 돕기 위해 뇌의 방어기제(공포시스템)를 억제하며 현장에 뛰어드는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위험한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나타나는 뇌의 반응

최근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에서 뇌의 방어기제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그동안 다른 동물의 뇌 방어기제에 대한 연구는 꽤 있었지만, 위험한 도움을 감행하는 인간에 관한 연구는 많지 않았다. 연구팀은 위협적인 상황에서 타인을 돕는 것에 대한 다양한 방어신경 반응의 개입을 특징짓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했다.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49명의 참가자를 모집하고 이들에게 연구팀은 다른 사람(공동 참가자)이 가벼운 전기 충격을 피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인지 결정하도록 요청했다. 그리고 만약 다른 사람을 돕기로 한다면 자신도 전기 충격을 받을 수 있음을 알렸다. 실험과정에서 참가자가 도움을 주지 않기로 결정하면 다른 참가자는 항상 충격을 받았다. 참가자가 도움을 주기로 결정하면 참가자와 다른 참가자 모두 충격을 받을 확률이 정해져 있었다.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참가자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fMRI 스캐너로 촬영했다. 참가자들에게 스캔 중에 보여주는 각 동영상에서 다른 참가자가 경험한 고통의 정도를 평가하도록 했다. 또한 참가자들은 스캔 중에 시각적 위협 신호를 보았을 때 자신이 얼마나 위협을 느꼈는지도 평가했다.

연구결과, 다른 참가자를 돕기로 한 결정은 위협의 임박성 또는 위협 수준에 따라 달라지지 않았다. 즉 외부의 위협 정도가 도움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참가자들의 공감적 성향을 분석한 결과, 타인에게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많은 도움을 주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도움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은 참가자 자신의 뇌가 느끼는 고통의 정도였다. 참가자들은 전기 충격을 받는 다른 참가자의 고통이 크다고 느낄수록 도움을 주는 결정을 더 많이 내렸다. 그러나 고통이 크지 않다고 느끼면 돕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비록 적은 인원이 실험에 참여해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다른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인간에서도 뇌의 방어기제는 위험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돕는 행동을 꺼리게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겪을 고통이 크다고 느끼는 경우에는 자신에게 위협이 됨을 알면서도 돕는다는 점 또한 확인할 수 있다.[1]


뇌는 죽음을 다른 사람의 일로 여긴다. 

이스라엘 야이르 도르-지더만 연구팀은 최근 자신의 죽음에 대한 뇌의 예측 메커니즘을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했다.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한 24명의 실험 참가자에게 참가자 본인의 얼굴 사진과 낯선 사람의 얼굴 사진을 무덤·매장·장례식 같은 죽음과 관련된 단어 그리고 이미지와 함께 모니터로 보여주었다. 참가자가 모니터를 보는 동안 참가자의 뇌파(EEG)를 측정해, 뇌가 어떤 반응을 나타내는지 조사했다.

첫 번째 실험에서, 참가자들의 얼굴 사진(참가자 본인 또는 다른 사람의 얼굴 사진)을 죽음에 관련된 단어와 연관시키는 학습을 진행한 후 참가자에게 다른 사람의 얼굴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때 뇌세포의 전기적 활동에 의해 생성된 자기장을 측정하는 뇌자도(MEG)를 이용해 참가자의 뇌 활동을 측정했다. 뇌자도 신호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뇌신경 활동에 의한 신호를 직접 측정함으로써 시간분해능(최소의 입력신호에 대한 시간 간격)이 우수한데다 국지화가 비교적 정확하게 가능하므로 의학적 진단이나 뇌신경 정보의 활동을 이해하는 데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참가자에게 일탈적인 이미지를 보여주었을 때, 특별한 ‘놀람’ 신호가 나타날 것을 예측했다. 연구팀의 예상대로 ‘놀람’을 나타내는 특별한 뇌파 신호가 관찰됐다. 이는 뇌가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기반으로 예측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신호였다. 이는 실험 참가자가 죽음을 연상시키는 단어와 사진으로 본 특정인의 관계를 학습해, 의외의 얼굴이 나왔을 때 무의식적으로 놀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죽음에 관련된 단어 옆에 참가자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고 자신의 얼굴과 죽음을 연상하는 단어를 연관시키는 학습을 진행한 후 다른 얼굴의 일탈 사진을 보여주었다. 이때 참가자의 뇌에서는 ‘놀람’ 신호가 나타나지 않았다. 첫 번째 실험과 동일하다면 새로운 얼굴과 죽음을 연상시키는 단어의 조합을 봤을 때 뇌파에 ‘놀람’ 현상이 나타나야 하지만 참가자의 뇌는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이를 통해 자기 자신과 죽음을 연관 짓는 것에 대해서는 뇌의 예측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2]

[1] Joana B Vieira, Andreas Olsson, “Neural defensive circuits underlie helping under threat in humans,” eLife , Oct 25, 2022.

(https://elifesciences.org/articles/78162) 

[2] Y. Dor-Ziderman, A. Lutz, A. Goldstein, “Prediction-based neural mechanisms for shielding the self from existential threat,” NeuroImage , Volume 202, 2019. (https://doi.org/10.1016/j.neuroimage.2019.116080.)


글. 조용환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재미있는 뇌 이야기와 마음건강 트레이닝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조와여의 뇌 마음건강’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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