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 인문학] 환혼술과 인간 증강기술

브레인 인문학

▲ tvN 방송 캡처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영원한 젊음과 아름다움, 권력을 얻고자 하는 인간 욕망의 파괴적 힘을 그린 드라마 <환혼>이 막을 내렸다. ‘대호국’이라는 가상의 국가와 가상의 시간 속에서 벌어지는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지만, 환혼술을 21세기의 인간 증강기술로 대체한다면 너무나 현실적인 이야기로 다가온다. 

환혼술로 이 세상을 영원히 지배하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던 악당 진무(조재윤 분)는 대호국의 세자(신승호 분)에게 환혼인으로 구성된 자신의 비밀조직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젊음을 원하는 자는 젊은이의 몸을, 권력을 원하는 자는 그 지위를 가진 자의 몸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자는 탐나고 아름다운 몸을 얻었지요.” 

인간은 도구의 발명과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 지구를 지배하는 생물종이 되었지만, 기술로 전 지구적 번영을 가져왔다기 보다는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모든 생명을 공멸의 위기로 이끌고 있다. 그럼에도 과학기술의 발전을 당장 멈춰야 한다는 주장은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이화여대에서 ‘포스트휴머니즘’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신상규 교수는 그의 저서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 포스트휴먼과 트랜스휴머니즘》에서 인간의 정체성 자체를 바꾸어 놓을 인간 향상기술*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게 정리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첨단 과학기술을 활용한 인간 향상을 옹호하는 트랜스 휴머니즘과 이에 반대하는 비판적 논의들을 균형있게 다루었다.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인간 향상 기술들을 살펴보면 질병이나 장애 해결을 위한 부분적 개입에서 시작되지만 점차 ‘정상적인’ 신체 능력이나 정신 능력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국에는 인간 종의 변형을 가져오고 스스로를 재창조하는 단계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하게 된다. 

노화를 늦추거나 노쇠의 과정을 단축시키는 항노화 관련 기술들. 먹는 콜라겐이나 보톡스 시술은 이미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술이 되었고 노화에 대한 대중적 의식을 바꾸어 가고 있다. 2년 전에는 미국 아마존 창업주인 제프 베이조스가 노화방지와 수명연장 등을 연구하는 미국 스타트업 ‘알토스랩스’에 수십억원을 투자해 화제가 되었다. 베이조스 외에 러시아 과학자 출신의 억만장자 유리 밀너 등 불로장생에 관심이 많은 부호들이 대거 투자했다고 한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생명공학기술에는 시력교정을 위한 라식·라섹 수술이나 ADHD 장애를 위한 약물 치료 등이 있다.

최근에는 합성생물학 기술을 활용해 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함으로써 세포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아 원하는 형태의 조직을 형성하게 하는 ‘세포 자기조립 기술’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인공장기배양, 나아가 인간복제의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의족이나 의수는 장애를 갖게 된 신체 기능을 대신하는 인공적 장치이다. 정보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힘입어 이제는 뇌파로 움직이는 로봇팔과 다리가 개발됨에 따라 장애들에게 큰 희망이 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신체적으로 큰 문제가 없는 ‘정상인’들도 자신의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이 장비들을 선택할 수도 있게 된다. ‘아이언맨’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이다. 

스마트폰은 인간의 정신적 능력 중 기억력을 확장하기 위해 우리가 이미 자주 사용하고 있는 기술인데 이후에는 두뇌에 칩을 이식하여 컴퓨터와 인간 뇌의 물리적 거리를 없애고 생각만으로 이 장치들을 통제하는 기술들로 발전할 수 있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프로젝트가 그러한 시도이다. 

인간과 컴퓨터의 물리적 거리를 없애는 기술은 인간의 정신을 컴퓨터에 업로드하고 탈 신체화되어 정보의 형태로 존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메타버스에서 우리는 물리적 세계와 공존하는 가상 세계의 ‘나’를 만들어간다. 영화 <매트릭스>는 물리적 세계의 힘이 극단적으로 약해진 경우를 보여주고 있다. 

만약 사람의 몸이 모두 기계로 대체된다면, 혹은 몸은 사라지고 ‘정보’의 형태로만 존재한다면 그것은 여전히 사람일까? 과학기술의 발전 방향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인간이기에 지켜야 할 본질은 무엇이며, 기계나 컴퓨터와 다른 고유한 인간의 가치는 무엇인가?

21세기 생명과학기술과 정보기술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바닥부터 다시 생각해야만 하게 만들고 있다. 소위 ‘트랜스휴먼’을 둘러싼 논쟁 중의 일부다. 

그 논쟁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떤 논쟁이 더 타당한가를 평가하는 것보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신상규 교수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신의 견해를 정리한다. 

“여기서 내가 제안하는 바는, 인간을 존중받아야 할 존엄성을 갖춘 존재로 만드는 것은 도덕적 존재이고자 하는 우리의 결의, 다시 말해서 모종의 도덕 규칙 혹은 명령에 따라서 우리의 삶을 살아가고 타인을 목적으로 대우하려는 결의 때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러한 결의와 그것의 실천에 의해서 비로소 존엄성을 갖춘 도덕적 존재가 된다.”  

그러나 도덕적 실천이 인간이 다른 종과는 차별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동기에서 출발해서는 안될 것이다.

인간을 넘어 이 지구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상호의존성을 자각하고, 이 지구로부터 가장 많은 수혜를 받은 존재이자 자신과 지구의 운명을 결정할 힘을 갖게 된 존재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보다 확장된 의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인간이 자신을 그렇게 규정할 때, 그리고 그 선택의 힘이 충분히 강할 때, 인간의 뇌는 현재의 문명을 만든 창조력을 공생共生을 위한 방향으로 새롭게 쓰기 시작할 것이다.

‘제2의 뇌’로 불리며 의학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인간의 장에 공생하는 39조 마리의 장내미생물의 존재는 지구 생태계와 인체가 불가분의 연결성을 가짐을 보여준다. 인간이 아직 이 지구로부터 받은 신체를 갖고 있을 때 해야 할 일이다. 

‘증강’과 ‘향상’ 모두 영어 enhancement를 번역한 말이나, 이 책에서는 ‘증강’보다 좀 더 포괄적 의미로 사용되고 있어 저자를 따라 ‘인간 향상 기술’로 적는다. 

김지인 | 국제뇌교육협회 국제협력실장,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 지구경영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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