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하고 우울할 때 음식이 당기는 이유

스트레스에 의한 우울증과 식욕 폭발

브레인 102호
2023년 11월 29일 (수)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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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고 우울할 때 음식이 당기는 이유

- 스트레스에 의한 우울증과 식욕 폭발



스트레스 받으면 왜 몸이 피곤할까?

날씨, 업무, 인간관계, 호르몬 변화 등 삶에는 수많은 자극 요소가 존재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사람이 없다. 

뇌는 방어적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이 발생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 생사를 결정할 환경적 단서를 찾는 데 집중한다. 이를 위해 뇌는 기능적 네트워크를 형성해 뇌의 여러 영역 사이에 효율적인 정보교환이 이뤄지게 하여 상황을 신속하게 처리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부신의 피질에서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혈관이 수축해 혈압이 높아지고 혈당이 올라가고 호흡이 빨라지는데, 이는 몸의 에너지 소비량을 급증시킨다. 코르티솔은 지방산과 단백질을 당으로 분해해 혈중 포도당을 증가시키고, 신체가 육체적·심리적 스트레스에 적응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급격하게 늘어난 에너지 소비량을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 몸의 에너지 공장인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에서 필요한 만큼의 에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몸에 피로감이 나타난다. 

미토콘드리아가 혈액 속 포도당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성하려면 충분한 산소가 필요하다. 산소 없이 포도당을 에너지 원료로 바꾸면 그 생성량이 20분의 1로 줄어들고, 그와 동시에 통증유발 물질인 젖산이 만들어진다. 

에너지 생성량이 줄어들면 적은 활동량에도 쉽게 지치고 집중력이 떨어질 뿐 아니라 젖산에 의해 몸이 욱신거리고 피로를 느끼게 된다. 미토콘드리아에 과부하가 걸리면 피로, 근육 약화, 브레인포그(brain fog), 기억력 저하 등의 건강 문제를 유발한다. 


스트레스가 우울증을 유발하지 않게 하려면

신체적·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코르티솔 과다분비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몸과 마음의 긴장이 계속돼 집중력이 떨어지고 신경도 예민해질 수 있다. 코르티솔에 장기 노출되면 우울증이 유발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최근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교실 김현 교수팀은 ‘스트레스에 의한 우울 증상 유발 억제’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스트레스는 시상하부 외측고삐핵(측색줄기, lateral habenula)에 위치한 글루탐산성 신경세포(GABA성 신경세포) 활성을 촉진하고, 도파민의 분비를 억제해 우울 증상을 유발한다. 

그런데 일상적인 스트레스가 외측고삐핵 글루탐산성 신경세포를 활성화함에도 우울 증상이 발생하지 않는 경우를 두고 많은 연구자가 우울 증상을 상쇄시키는 내재적 시스템의 존재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김현 교수팀은 ‘고삐핵 미량 아민(trace amine,TA) 신경망 제어 및 우울행동 분석’을 통해 내재적 기전을 규명하기 위해 고빼핵 미량 아민 신호전달계와 우울 행동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미량 아민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에도 불구하고 포유동물의 뇌와 말초신경 조직 전체에 이질적으로 분포되는 내인성 화합물의 한 종류이다. 미량 아민은 아미노산대사의 순수한 비활성부산물이 아니라 주요 뇌생리학적 기능의 조절에 관여하는 중요한 신경조절제이기도 하다.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과 마찬가지로 미량 아민은 ADHD, 우울증, 정신분열증 같은 정서 인지 장애와 관련이 있는 신경전달물질이다. 대표적인 미량아민으로는 카테콜아민 관련 페네틸아민, 티로나민 화합물, 트립타민이 있다. 

스트레스 기반 우울증 동물모델에서는 고삐핵에서 미량 아민을 생산하는 AADC(L-amino acid decarboxylase) 유전자 발현이 특이적으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위적으로 고삐핵에서 AADC 발현을 감소시켰고, 그 결과 우울 증상이 유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감소한 AADC 유전자의 발현을 회복시키면 우울 증상이 완화됐다. 

일상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고삐핵이 미량 아민을 분비해 글루탐산성 신경세포 활성화 효과를 상쇄해 우울 증상을 유발하지 않았지만, 지속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는 글루탐산성 신호전달이 미량 아민 신호전달보다 우세해 우울 증상을 유발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일상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미량 아민 신호전달계가 글루탐산성 신경세포 활성화 효과를 상쇄하는 내재적 시스템으로 작용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연구를 통해 미량 아민성 신호전달이 중뇌 복측 피개 영역(Ventraltegmental area, VTA)의 도파민성 뉴런의 활동 저하를 방지함으로써 뇌가 급성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복측 피개 영역은 중뇌의 한 부분으로, 중뇌 흑질과 더불어 도파민을 합성하는 세포가 분포하는 영역이다. 이 연구는 《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1] 


매운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는 이유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운 음식, 단 음식이 당긴다. 사람들은 이런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는데, 과학적으로 틀린 말이 아니다. 

매운 음식을 먹으면 캡사이신 성분이 온도 수용체를 자극해 몸이 화상 위험을 느끼고, 뇌는 그 고통을 달래기 위해 엔돌핀을 분비한다. 이 과정에서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것이다. 단 음식은 뇌에 즉각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해 쾌락 중추를 자극하고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분비해 안정감을 증가시킴으로써 스트레스를 완화한다.

우리 몸은 음식을 먹을 때 인슐린을 분비해 혈액 속 당분을 조절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인슐린 분비가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신경펩타이드 분비를 방해해 식욕이 억제되지 않는 상태가 된다. 

최근 호주에서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고열량 섭취가 뇌 특정 부위(측색줄기)에 영향을 미쳐 식탐과 단 음식에 대한 욕구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금까지 스트레스로 인한 식사의 조절작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뇌의 보상 시스템을 조절하는 측색줄기는 지방이 많은 고열량 음식을 먹으면 더 이상 과식하지 않게 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 영역이 침묵을 지켜 보상신호를 활성화하고 쾌락을 위해 음식을 먹도록 유도한다. 만성 스트레스가 포만감에 대한 뇌의 자연적 반응을 무력화하고, 끊임없이 식탐을 부르는 보상회로를 구성하는 것이다.

호주의 연구팀은 과식과 고열량 음식을 섭취하는 식습관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장기적 스트레스를 받는 생쥐가 음식에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장기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고지방식을 먹은 생쥐는 스트레스 없이 고지방식을 먹은 생쥐에 비해 같은 기간에 몸무게가 2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고지방식을 먹은 생쥐는 스트레스 없이 고지방식을 먹은 생쥐에 비해 단물(무칼로리 인공감미료 수크랄로스)을 3배 더 많이 마셨다.

장기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고지방식을 먹은 생쥐의 측색줄기에서 특정 분자가 뇌세포를 활성화하는 것을 차단하자 고지방식과 단물을 덜 먹어 몸무게가 적게 늘어나는 것도 확인했다. 이 연구는 《Neuron》에 실렸다. [2] 


[참고문헌]

[1] Hyun Kim, Yang, S.H., Yang, E., Lee, J. et al. (2023), “Neural mechanism of acute stress regulation by trace aminergic signalling in the lateral habenula in male mice,” Nature Communications volume 14, Article number: 2435 (2023)(https://www.nature.com/articles/s41467-023-38180-7)

[2] Chi Kin Ip , Jemma Rezitis, et al. (2023) “Critical role of lateral habenula circuits in the control of stress-induced palatable food consumption,” Neuron, 2023 Aug 16;111(16):2583-2600.e6. (https://pubmed.ncbi.nlm.nih.gov/37295418/)


글. 조용환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재미있는 뇌 이야기와 마음건강 트레이닝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조와여의 뇌마음건강’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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