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 리뷰] AI보다 빠르게 게임을 익힌 ‘미니 뇌’

브레인 92호
2022년 04월 25일 (월)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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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수준의 뉴런에 대한 연구나 뇌영상장치를 통한 뇌의 전체적인 활동 연구를 넘어, 최근에는 미니어처 뇌(오가노이드 뇌)를 만드는 것까지 성공했다. 미니어처 뇌를 이용하면 뇌의 성장을 관찰하고 여러 조건을 직접 테스트할 수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독일 과학자들이 초보적인 눈 구조를 갖춘 미니어처 뇌를 배양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진화를 거듭하며 발전하는 AI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국으로 세상에 알려진 지 6년이 지났다. 그동안 알파고는 진화를 거듭하여 바둑만이 아닌 다양한 게임에 일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알파제로’가 되어 바둑계와 학계에 큰 임팩트를 준 뒤 바둑계에서는 은퇴했다. 

알파고에 적용된 딥러닝 기술은 신경세포(뉴런) 구조를 모델로 한 신경망모델(Neural Network Model)에서 나온 것이었다. 생물학적 뇌의 구조에서 영감을 얻은 딥러닝 기술은 이제 얼굴인식, 음성생성, 번역, 자율주행 등 일상생활 곳곳에 활용되고 있다. 

이러한 AI(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현상으로 그래픽카드의 품귀현상이 일어나기도 하고, GPU를 더 개선하기 위해 딥러닝 구조를 하드웨어적으로 재현한 신경망처리장치(NPU: Neural Processing Unit)도 개발되고 있다. 

인간 뇌의 정보처리 모델 등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접목해 더 우수한 AI를 만들어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미니어처 뇌의 배양

한편 인간을 포함한 생물학적 뇌에 대한 연구도 계속해서 성과를 내고 있다. 세포 수준의 뉴런에 대한 연구나 뇌영상장치를 통한 뇌의 전체적인 활동 연구를 넘어, 최근에는 미니어처 뇌(오가노이드 뇌)를 만드는 것까지 성공했다. 

미니어처 뇌를 이용하면 뇌의 성장을 관찰하고 여러 조건을 직접 테스트할 수 있다. 지난해 8월에는 독일 과학자들이 초보적인 눈 구조를 갖춘 미니어처 뇌를 배양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생물학적 뇌의 구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딥러닝 기술이 다시 생물학적 뇌연구에 활용되기도 한다. 뇌영상기술이 대규모 고해상도 데이터 분석 단계에 이르렀고, 딥러닝의 이미지 분석 기술을 활용해 벌레, 새, 쥐 등 작은 동물의 뇌 전체를 3D 모델로 해석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 배양된 DishBrain


뇌와 AI의 만남

지금까지는 생물학적 신경세포/조직체의 작동원리를 AI 모델에 적용하고, 발전된 기술을 통해 생물학적 뇌의 새로운 특성을 밝히는 등 생물학적 지능과 AI가 각각의 영역을 지키며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해왔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뇌와 AI가 한 발 더 가까워진 연구결과가 발표되었다. 호주의 하이브리드칩 개발업체인 코티컬랩스Cortical Labs 연구진은 뉴런을 미세전극판(실리콘칩) 위에 배양하여 서로 인터랙션(전기신호 입력-출력) 할 수 있게 만들고, 이를 이용해 AI를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뉴런조직에 게임을 학습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실리콘칩 위에 뉴런을 배양함으로써 생물학적 신경망과 기계적 전기신호가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DishBrain(접시 위의 뇌, 배양한 뉴런조직)’을 개발했다. 쥐의 배아와 인간의 만능 줄기세포에서 추출한 피질 뉴런을 전극판 위에 표면이 얇고 넓게 덮이는 형태로 배양한 것이다. 배양된 뉴런의 수는 약 80~100만 개로, 바퀴벌레나 꿀벌과 같은 곤충의 전체 뉴런 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배양된 뇌의 게임 학습능력

연구진은 배양된 DishBrain에 ‘퐁 게임pong game’을 가르치고 훈련시켰다. 퐁 게임은 하단의 판을 좌우로 움직여 날아오는 공을 받아내는 매우 단순한 1인용 게임이다. 이를 위해 배양된 뉴런조직을 두 개의 영역으로 분류해 하나는 공의 위치를 파악하는 감각영역, 다른 하나는 판을 조작하는 운동영역으로 지정했다. 감각영역에서 공의 위치에 대한 인지는 공이 판에서 멀어질수록 저주파, 가까워질수록 고주파의 전기 자극을 주었다. 4~40Hz 운동영역에서는 좌우의 자극에 따라 판을 이동시키며 판이 공을 따라가도록 학습시켰다. 마지막으로, 판으로 공을 받아냈을 때와 받지 못했을 경우의 결과를 반복적으로 피드백 했다.

실험결과 인간과 쥐에서 추출한 뉴런 모두 일정 수준 이상으로 퐁 게임을 학습할 수 있었다. 기존의 딥러닝 기반 AI의 결과와 비교했을 때, 정확도는 AI보다 떨어지지만 학습속도에서는 상당히 높은 효율을 보였다. 뉴런조직은 5분 정도의 시간 동안 10~15번의 훈련으로 게임을 학습할 수 있었는데, 이는 AI의 학습시간인 1시간 반에 비해 매우 짧고, 학습 횟수 또한 AI의 5천 번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은 수준이다.

인간 유래 뉴런과 쥐 유래 뉴런을 비교한 결과, 인간 유래 뉴런조직의 학습 후 게임 성공률이 통계적으로 더 높았다. 또한 학습효과에서 피드백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극피드백(Stimulus feedback), 무자극피드백(Silent feedback), 피드백 없음(No-feedback) 등 3가지 피드백을 적용하고 효과를 비교 분석한 결과, 자극피드백이 가장 좋은 결과를 보였다. 무자극피드백도 상당한 학습효과를 보인 반면, 피드백 없음에서는 유의미한 학습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생물학적 뇌의 힘

이 연구는 생물학적 뇌가 AI에 비해 정확도는 떨어지지만 학습 효율이 월등히 우수하며, 학습에서 피드백의 유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 주었다. 생물학적 뇌가 탁월하게 학습하는 구조와 원리는 후속 연구를 통해 밝혀야 할 영역이지만, 학습효과가 높은 근본적인 원인은 생물학적 뇌와 AI의 시발점 차이에 있을지도 모른다.

AI는 태생부터 개발자가 모든 조건을 설계한 환경 안에서 과제를 수행하도록 만들어졌고, 점점 조건을 줄여도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반면, 생물학적 뇌는 태초에 예측 불허의 자연환경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생겨났다. 그렇기에 정확도보다는 규칙을 재빨리 파악하고 적응하도록 진화했는데, 이 점은 쥐보다 인간의 뉴런에서 더 발달되었을 것이다.

AI의 진화속도가 눈부시긴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생물학적 뇌가 여전히 AI보다 우위에 있다. 도로 위의 자동차 운전이라는 정해진 규칙 아래에서는 AI 기반 자율주행이 성과를 내고 있지만, 일상의 온갖 돌발상황 속에서 위험을 감지하고 보호해야 하는 시각장애인의 안내에서는 여전히 로봇보다 맹인안내견이 이용되고 있는 것이 그 예다.


뇌, 스스로 창조하는 피조물

한편 뉴런구조의 아이디어에서 딥러닝 기술이 나온 것처럼, AI도 생물학적 뇌의 우수한 부분을 따라잡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번에 확인된 뉴런의 학습법을 AI 학습의 시간과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응용한다거나 인간의 전전두엽의 과제수행 능력을 모방하여 변화하는 규칙에 적응할 수 있는 AI를 개발하는 등의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인간의 뇌를 탐구하고 그 특성을 AI로 구현함으로써 궁극에는 인간의 뇌를 재현하고 뛰어넘는 일이 그리 먼 미래의 이야기일까?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탐구하고 자신과 비슷한 존재를 창조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인간과 같은 지적 생명체-피조물의 본성일지도 모른다. 


참조문헌  Kagan, B., Kitchen, A., Tran, N., Parker, B., Bhat, A., Rollo, B., Razi, A., Friston, K.(2021). In vitro neurons learn and exhibit sentience when embodied in a simulated game-world. BioRxiv Preprint. Last accessed on 4 February 2022 at: https://doi.org/10.1101/2021.12.02.471005.


글_성민규 한국뇌과학연구원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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